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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기획] <Seoul For All> #13 : 퀴어한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 - ① 공간을 기록합니다.
2019-07-31 오후 14: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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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 

 

[109호][기획] <Seoul For All> #13

퀴어한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 : ① 공간을 기록합니다.

 

 

# 성소수자 문화 구역(LGBTQ+ Cultural District)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인 성소수자 친화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도시계획국에는 성소수자LGBTQ+ 문화유산 전략부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 일대 건축·예술작품과 같은 유형적인 자산부터 춤·의식·축제와 같은 무형적인 자산까지 다양하게 스며들어 있는 '성소수자 공동체의 생활 양식을 기념하고, 보존하기 위한 도시 차원의 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하는 부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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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성소수자 문화유산 전략부서(LGBTQ+ CULTURAL HERITAGE STRATEGY)

 

 

아래 그림은, 성소수자 문화유산 전략부서에서 샌프란시스코 내 성소수자 문화유산에 대한 공간정보를 일반인으로 하여금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이트 접속 후 우측 하단의 Historic Context Statements를 클릭하면 무지개색으로 표현된 LGBTQ+와 관련된 문화유산의 위치 및 개략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LGBTQ_HERITAGE.png

[그림 2]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성소수자 문화유산 위치와 개략적인 정보

 

 

이러한 계획지원시스템을 통해, 센프란시스코의 도시계획가들은 지역 내 성소수자 문화를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도시 차원의 전략 계획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소개할 사례인 성소수자 문화 구역(LGBTQ+ CULTURAL DISTRICT)은 이러한 성소수자 문화 유산을 도시 차원에서 보호, 육성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기쁜 소식으로, 2019년 7월 10일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 거리(Castro Street)가 성소수자 문화구역(LGBTQ+ Cultural District)으로 최종 승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센프란시스코의 주택 및 도시계획국은 2021년 6월 30일까지 카스트로 거리 내 성소수자들의 역사적 장소를 기념하고, 현재 존재하는 공간을 보존하며, 성소수자 고유의 문화를 긍정할 수 있는 문화, 역사, 주택 및 경제 자원에 관한 광범위한 도시 전략 계획서를 시장과 의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CASTRO.png

[그림 3]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거리 일대 성소수자 문화구역;
(추후 공식적인 구역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흥미롭게도 샌프란시스코에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카스트로 거리 외에도 두 개의 성소수자 문화구역이 이미 지정되어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남부 시장(SOMA; South of Market) 일대 성소수자 중심의 가죽문화를 기념·보존·활성화하기 위해 2018년 5월 지정된 가죽 및 성소수자 문화구역(Leather and LGBTQ+ Cultural District)과 텐더로인(Tenderloin) 일대 트랜스젠더의 역사와 문화를 기념하고, 그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18년 11월 지정된 샌프란시스코 트랜스젠더 문화구역(Transgender Cultural District)이 바로 그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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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좌) 샌프란시스코 가죽 및 성소수자 문화구역, (우) 샌프란시스코 트렌스젠더 문화구역

 

 

생각해보면, 게이 데이팅 어플을 통해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 미국에서, 공간적으로 스스로 커밍아웃하는 사람들, '여기가 우리의 공간이다, 여기가 우리의 역사가 숨쉬는 공간이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고, 스스로가 모이고 있는 공간을 대대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의 LGBTQ+에 관한 공간적 커밍아웃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 퀴어한 공간을 기록하는 사람들

 

 

2016년, 미국 연방정부의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은 1620년대부터 미국 내 존재했던 인종별, 섹슈얼리티별, 도시별 LGBTQ+들의 역사와 유적지를 주제에 맞춰 총체적으로 정리한 ‘미국의 성소수자(LGBTQ AMERICA)라는 총 32권짜리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자를 전후로 미국 내 LGBTQ+ 생활양식이 지리·공간적으로 표현된 다양한 기록물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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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미국의 성소수자' 책자 내용 중 일부(LGBTQ AMERICA)

 

 

첫째,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이 보편화되고 동성결혼 법제화된 후, 앞으로 뉴욕의 LGBTQ+ 공간들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에 대한 Jeff Ferzoco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시작되었던 개인 프로젝트 OUTgoing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상상해보자’는 그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뉴욕의 게이문화구역(Gayborhoods)이 멀베리 거리에서, 그리니치마을, 크리스토퍼 거리까지 옮겨지는 과정을 시공간 상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편, 지도를 통해 너무나도 극명하게 표현되는, 2018년 현재 남아있는 뉴욕의 퀴어공간과 1970년대 즈음 번성했던 퀴어공간의 규모 차이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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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OUTgoing 에서 보여주는 1859년부터 2018년까지 뉴욕 일대 퀴어 공간의 분포도

 

 

둘째,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92년까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St. Louis) 일대 퀴어 커뮤니티의 변화를 추적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St.Louis 일대 술집과 사우나, Drag Balls까지 다양한 종류의 퀴어가 시위와 우정, 섹스를 위해 만났던 공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LGBTQ+의 대도시 내 공간적인 분포는 무작위할 수 없으며, 지역 내 인종 차별과 사회경제적 불평등, 교외화, 그리고 도시의 쇠퇴와 재생의 한가운데 교차하고 있었음을 이야기합니다.

 

더불어서, 이들은 소수자 중심의 LGBTQ+의 커뮤니티가 역설적으로 성별과 계급, 성적 지향, 나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분열되어 왔음을 고백하며, 미래에 구축해야할 커뮤니티의 모습을 새롭게 상상해야함을 주장합니다.

 

 

MAPPING LGBTQ.png

[그림 7]  Mapping LGBTQ St.Louis에서 보여주는 1945년부터 1992년까지 세인트루이스 일대 퀴어 공간

 

 

셋째, Jen Jack Gieseking라는 도시문화지리학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 기록물은, 1983년부터 2008년까지 뉴욕시 내 존재했던 레즈비언과 퀴어들의 역사를 지리좌표계 내에 구체적으로 기록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기록물은 2020년 뉴욕대학 출판부를 통해 책자로도 발간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해당 책자에는 뉴욕시에서 살고 있거나, 살았던 47명의 유명한 레즈비언과 퀴어들의 인터뷰와 뉴욕시 브루클린에 설립되어 있는 레즈비언 허스토리(herstory) 기록 보관소 내 기록물이 함께 실린다고 합니다.

 

뉴욕시 내 LGBTQ+의 역사를 다룸에 있어서 레즈비언의 역사가 미비함을 지적하고,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뉴욕시 내 레즈비언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저자의 출판물을 기대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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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Lesbian&Queer NYC Places에서 보여주는 1983년부터 2008년까지 뉴욕 일대 레즈비언&퀴어 공간의 분포도

 

 

넷째, 뉴욕시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뉴욕시 내 5개 자치구(borough) 내 존재했던 LGBTQ+의 역사를 (지금도)공식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들 프로젝트는 레즈비언과 게이 건축설계가들 모임(Organization of Lesbian and Gay Architects + Designers)의 협조와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뉴욕시 일대 퀴어의 역사를 시공간적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뉴욕 LGBTQ+의 역사를 스톤월 이상의 범위에서, 즉, 뉴욕시 전역의 시공간적 맥락에서 바라봄으로써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퀴어의 역사를 다시 기록'하는 목적을 지닌 이들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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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NYC LGBT Historic Sites Project가 기록하는 뉴욕 일대 퀴어 공간의 분포도

 

 

 

# 퀴어한 서울을 꿈꾸는 사람들

 

 

한편, 안타깝게도 지금은 접속이 불가능한 한 사이트가 있습니다. 2015년 당시 허프포스트코리아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던 ‘깨끗한거리 캠페인’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서울의 각 자치구 내 존재하는 LGBTQ의 공간과 문화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허프가 표현한 것처럼)한국 LGBT 문화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시도였습니다. 이 이후로, 그 어떤 나라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한국에서 이렇다 할 프로젝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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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LGBT OUT SEOUL에서 표현한 서울 자치구별 LGBT 컨텐츠 신고 건수

 

 

 

물론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 혹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여러 건축·도시학도를 중심으로 종로3가, 이태원 등을 대상지로 한 다양한 작품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각각의 작품은, 그동안 한국에서 미미하게 다뤄져왔던 퀴어 공간들을 가시화시키고, 이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고민을 공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겠죠?

 

첫째, 2018년 이태원을 대상지로 서울에서 작품을 전시한 김정민의 “QUEER×ACT÷SEOUL”은 일상적 공간과 퀴어 공간에서 발생하는 연극적 수행의 양가적인 면을 건축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는, “QUEER×ACT÷SEOUL”을 통해 무엇이 연극이고, 무엇이 연극이 아닌지를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에 질문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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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김정민, 2018, “QUEER×ACT÷SEOUL”, 대상지:이태원, 전시:서울.

 

 

둘째, 2018년 종로3가를 대상지로 서울에서 작품을 전시한 roygbp_official의 “ROYGBP”은 도시적 다양성을 이루는 비가시적 영역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소수자의 공간과 일상의 공간을 연결시키고자 한 작품입니다.

 

그들은, “ROYGBP”를 통해 소수자들이 도시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고 사회와 소통하려면, 단지 그들의 존재를 숨기려 하기보다는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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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roygbp_official, 2018, “ROYGBP”, 대상지:종로3가, 전시:서울.

 

 

셋째, 2019년 종로3가 포차거리를 대상으로 영국에서 전시된 진성의 “proposition:a gay-focused regeneration plan of pocha street”는 “현 서울시의 재생계획에 대응하는 게이 중심의 재생계획”을 단계적으로 만들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 작품입니다.

 

그는, “proposition:a gay-focused regeneration plan of pocha street”를 통해 단계마다 차츰 인식과 수용성이 발전하고, 최종적으로는 억압이 지워진 거리에서 성소수자들이 평등한 인권을 누리고, 다수자와 소수자가 차별없이 공존하는 공간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JINSUNG.png[그림 13] 진성, 2019, “proposition:a gay-focused regeneration plan of pocha street”, 대상지:종로3가, 전시:영국

 

 

저는 이처럼, 아직은 타자에 극히 배제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한국사회에서도 '퀴어한 공간'을 꿈꾸고자 하는 전공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공간을 변화시켜, 세상의 변화를 꿈꾼' 도시와 건축 전공자들의 모임을 다루고, 구체적으로 이들이 이뤄낸 성과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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