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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warzwald 2004-04-27 03: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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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반론-박희수씨의 ‘누가 양심적이란 말인가’에 대해
서동진씨의 글에 대한 반론으로 박희수 병무청 사무관이 4월19일치 왜냐면에 기고한 ‘누가 양심적이란 말인가’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의 의견은 모두가 존중해야 할 것이나, 박 사무관이 주장의 근거로 든 예들은 적당한 논거가 아니기에, 더군다나 그것이 병무청의 입장이라기에 더욱 안타깝다.
박 사무관의 글은 크게 두 가지로 서동진씨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첫 번째가 ‘양심’에 대한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병역거부운동 초기에 많은 토론이 벌어진 바 있다. 그리고 병역거부자들은 “병역거부자가 양심적이면 군대간 사람들은 비양심이냐”는 물음에 항상 답해왔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백만명의 사람에겐 백만개의 양심이 있다. 여기서의 양심은 수년 전 방송에서 코메디언 이경규씨가 주던 양심냉장고의 ‘양심’이 아니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바,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 즉 개인의 고귀하고 존엄한 생각의 총체이다. 때문에 개개인의 양심은 그 무게에 있어서 우주 전체와 똑같은 것이고 어느 누구의 양심이 더 존엄하다는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군대를 선택하는 양심이든, 군대를 거부하는 양심이든 하나같이 존엄하고 고귀한 것이다.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의 양심만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군대를 거부하는 양심도 다른 양심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양심으로 존중받기를 원할 뿐이다.

두번째로 이른바 병역법상의 동성애인권침해의 독소적 조항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박 사무관은 동성애자의 군입대 제한을 군대에 적응하기 힘든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오히려 보호하는 조치라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병무청은 군대로부터 동성애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정신병이라고 생각하는 동성애로부터 군대를 보호하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정신병진단서를 받으면 군대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것은 병무청이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자가 대인관계에 지장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동성애에 대한 심각한 편견의 산물이다. 현행 징병제도는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간주하는 바 명백히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이다. 동성애와 군대의 문제는 오히려 군대가 가지는 남성성의 강요 및 군대 자체가 만들어내는 남근주의적 인식이 어떻게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떤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해결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토론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 문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은 모두 소중하다. 문제의 발전적 해결을 위해서는 찬성과 반대의 양쪽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또한 진지한 마음으로 토론에 임해야 한다. 병무청은 현행 징병제의 중요한 집행자로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문제에 대해서 책임있는 모습으로 토론과 해결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미 철지난 논쟁인 용어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무관심과 21세기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 중 하나인 인권에 대한 무지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이용석/병역거부자모임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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