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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이제는 양지로 나온 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종의 금기였던 동성애에 관한 묘사가 요즘 영화에선 하나의 유행이라고 할 정도로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1998년 왕가위 감독의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해피 투게더’가 수입 불허 판정을 받았던 이유는 동성애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당국은 “영화의 일관된 주제가 동성애여서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6년이 지난 지금, 동성애 영화는 수입이 아닌 국산품으로 ‘대체’됐다. 얼마 전 개봉된 `영화 ‘로드 무비`’는 첫 부분부터 남자 동성애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김응수 감독의 ‘욕망’이라는 영화 역시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은 다른 영화들에서도 동성애 분위기를 풍기는 상징과 은유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쓴 ‘반지의 제왕’(사진)에서 주인공 프로도와 수행원 샘, 피핀과 메리 등 호빗족 남자들의 관계에는 동성애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 있다. 요정 레골러스와 난쟁이 김리의 관계도 우정과 동성애가 뒤섞인 듯한 인상이다. 스크린 속에서 동성애가 봇물을 이룬 것에 맞춰 스크린 밖에서는 동성애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매체에서 해제한다는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동성애는 이제 어둠 속에서 걸어나와 당당히 자기 얼굴을 드러내게 된 것일까.

분명히 넓어진 지평을 확인하면서도 한편으론 동성애 사이트 유해논란에서 볼 수 있듯 거부감의 ‘깊이’는 여전한 듯하다. 그 거부감의 뿌리는 근본적으로 ‘동성애는 병적이고 비정상 아닌가’라는 의문과 맞닿아 있다.

이 의문을 이렇게 한번 바꿔보자. 그럼 이성애는 도덕적인가? 인간은 원래 이성애를 타고난 것인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여기에 대한 답을 내리고 있다. 그의 책 ‘향연’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인간은 원래 남성/ 남성, 여성/여성, 남성/여성이라는 세 가지 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중 인간들이 신들에게 반항하자 분노한 신들은 이들을 두 조각으로 쪼개버렸다. 그 결과 오늘날의 인간은 항상 예전의 짝을 그리워하는데, 남성/여성의 일부였던 자는 이성을 찾지만 남성/남성 혹은 여성/여성의 일부였던 자는 동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플라톤의 이름을 따온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 흔히 정신적 사랑으로 불려온 이 말의 정체는 사실은 동성애였던 것이다.

그 자신이 동성애자인 철학자 미셸 푸코가 ‘성의 역사’에서 “지성인들은 동성애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차적인 형태의 사랑으로 여겼다”고 한 것은 플라톤의 동성애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리스에서 동성애가 철학자들에 의해 ‘장려’된 것은 쇠락해가던 그리스 말기의 부국강병 염원과 관련이 깊다. 플라톤은 청소년에 대한 가장 철저한 교육방법으로서 동성애적인 사제관계를 상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는 이후 기독교 체제에서 철저히 억압된다. 남자끼리의 성행위를 뜻하는 남색, 즉 ‘소도미’라는 말은 성경에서 가장 사악한 도시로 멸망한 소돔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다. 농경생활이 정착되면서 인구 증대가 중요해짐에 따라 생식 능력 없는 동성애는 사회악으로 규정됐던 것이다.

그리스 시대의 기풍으로 돌아가자고 한 르네상스기에 동성애자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도 중세에 대한 반발의 뜻이 포함돼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기 대표적 화가들이 모두 동성애자였다고 한다.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작품 중에 뒤샹의 작품이 있는데 그는 불경스럽게도 모나리자 얼굴에 콧수염을 붙여넣었다. 다 빈치의 동성애 취향을 암시한 것이다.

결국 동성애는 정치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장려되기도 하고 금기시되기도 했던 셈이다. 나치 독일에서도 수만명의 동성애자들이 처형됐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군사적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던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동성애에 대해 “인간의 성적 취향은 ‘원래’ 어땠다”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만큼은 ‘역사 왜곡’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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