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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애려면 동성애자들이 먼저 모습 드러내야”
캐나다 최초 합법적 동성부부 인터뷰…“다른 소수자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미디어다음 / 박주영 캐나다 통신원, 고준성 기자
케빈 부라사와 조 바넬이 2001년 1월 캐나다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캐나다에서 최초로 합법적인 혼인신고를 마친 동성부부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기를 원한다면 동성애자들이 먼저 용기를 내 성적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28일 미디어다음과 이메일인터뷰를 한 캐나다 최초의 합법적 동성부부 케빈 부라사(47)와 조 바넬(36)은 여전히 많은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동성애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전직 라디오 디스크자키인 부라사와 정보통신기술 엔지니어 바넬. 이들이 결혼식을 올린 것은 2001년 1월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 당국은 이들의 혼인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부라사와 바넬은 결혼을 이성끼리의 결합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부라사와 바넬이 승소판결을 얻어낸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캐나다 온타리오 최고법원은 2003년 이들의 소송에 대해 “동성결혼을 막는 것은 동성애자들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이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없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행위”라고 최종 판결했다.

부라사와 바넬은 이 판결로 캐나다에서 최초로 혼인신고를 마친 합법적 동성부부가 됐다. 이들은 아울러 캐나다 동성애자를 비롯해 다양한 소수자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발돋움했다. 또 나라 전 지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에 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부라사와 바넬의 노력은 이후에도 계속돼 더 값진 열매를 맺었다.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말 “이성끼리의 결합만을 결혼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판결했다. 캐나다인들은 지금 연방의회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부라사와 바넬은 합법적인 부부가 된 뒤 지금까지 캐나다 전역과 미국, 유럽 등지를 다니며 열정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동성결혼에 대해 책을 쓰기도 했다. 또 더 많은 나라에서 동성결혼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웹사이트(http://www.samesexmarriage.ca)도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이들 부부와의 일문일답.

“인간이 인간의 권리를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
부라사와 바넬 부부가 동성결혼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에 관해 쓴 책.
먼저 결혼을 축하한다. 캐나다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끌고 최초로 혼인신고를 마친 동성부부가 됐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가.

우리는 인간이 인간의 권리를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1년 1월 우리의 결혼식에는 세계 80여개 언론사 기자들이 찾아 왔다. 결혼식 자체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미디어 이벤트였던 것이다. 이후 캐나다 신문들에 동성결혼에 관한 기사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국민들도 이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우리는 또 텔레비전, 라디오, 다큐멘터리 영화 등에 출연해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했다. 캐나다 전역과 미국, 유럽을 돌아다니며 동성애자의 인권에 관한 강연도 했다. 학술적인 책을 비롯해 각종 서적을 내놓았으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했다.

이런 우리의 활동이 모두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것이었다. 법정에서도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목표 아래 치밀하게 일을 추진했다.

당신들의 노력 덕분에 캐나다 몇몇 주에서 이미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이제 어떤 할 일이 더 남아있다고 생각하는가.

캐나다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인정받는다면 우리 자신의 생활을 위해 잠시 운동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 일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했다.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둔 것을 비롯해 수입의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 집도 팔았다. 저축한 돈도 거의 다 썼다.

그러나 우리는 설사 결혼이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사이에 아무런 차별이 없는 제도가 된다 해도 할 일을 다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와 함께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을 했던 동료들도 활동을 완전히 그만두지는 않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사실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세상에는 아직 남들과 동등하게 인간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소수자들도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의 꿈은 함께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사는 것”
부라사가 2001년 1월 캐나다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아버지와 포옹을 하고 있다.
결혼을 한 뒤 생활은 어떻게 바뀌었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결혼생활은 일반적인 부부의 생활과는 달랐다. 결혼 때문에 우리는 사생활을 잃었다. 동성결혼 반대자들한테서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들과 싸우고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을 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힘들게 싸울수록 우리 부부는 더 가까워졌다. 이 점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힘을 합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아가면서 우리 관계는 더 친밀해졌다. 하긴 이런 일은 동성부부든 이성부부든 다 하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당신 부부의 꿈과 희망을 듣고 싶다. 입양계획은 있는가. 또 동성부부의 입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의 꿈은 주변의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서 함께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입양을 하려는 생각도 물론 있긴 했다. (동성커플들은 결혼 합법화에 앞서 이미 1998년 입양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다.) 그러나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를 잘 키우기에는 우리의 가정환경이나 생활방식이 다소 적합하지 않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우리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동성부부가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동성부부로 살면서 특별히 어렵게 느껴지는 점이 있는가. 반대로 동성부부이기 때문에 누리는 이점이 있다면. 혹시 서로 옷을 바꿔 입을 수 있어 옷이 두 배로 늘어난 점?

하하. 맞다. 옷이 두 배가 된 것도 좋고, 함께 듣고 볼 수 있는 음반과 비디오테이프가 두 배가 된 것도 좋다. 그러나 역시 가장 좋은 점은 서로 보살펴주고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린 특히 상대의 약점을 잘 덮어주고 장점을 잘 살려준다.

물론 어려움은 많다. 알다시피 모든 사람이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같은 동성부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은 우리에게 종종 불쾌한 말을 건네고 경멸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

또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어려움도 있다. 미국에 입국하는 문제다. 우리는 강연이나 기타 여러 가지 활동 때문에 미국에 갈 일이 많다. 그러나 우리 부부가 부부로서 미국에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우리는 늘 입국을 거부당했다.

“편견 사라지기 원한다면 동성애자들이 먼저 모습 드러내야”
부라사와 바넬 부부가 2001년 1월 캐나다의 한 교회에서 브렌트 헉스 목사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동성결혼을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은 아마도 종교인들일 것이다. 이들은 동성결혼은 물론이고 동성애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아무도 종교인들에게 그들이 찬성하지 않는 종류의 결혼을 하라고 압력을 넣지 않는다. 아무도 천주교회에 신도들이 이혼한 사람과 결혼하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또 아무도 유대교회에 신도들이 유대인이 아닌 사람과 결혼하게 하라고 강권하지 않는다.

같은 논리가 동성애자들에게도 적용되면 좋겠다. 우리는 어떤 교회나 종교단체도 우리에게 동성애자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결혼이나 생활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종교인들이 그들의 교리와 믿음을 지키는 데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편견을 종교 없이도 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에는 동성애에 대해 무척 많은 편견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간다. 한국에서 지금 동성결혼 합법화를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으로 느껴진다. 한국의 동성애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기를 원한다면 동성애자들이 먼저 용기를 내 성적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계속 숨어 있기만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동성애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야 마침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여러 거짓말들도 그저 편협한 논리였음이 드러난다.

모습을 드러낸 뒤 동성애자들은 우선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의 생각을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 사람의 생각이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동성애자들은 이들에게 꾸준히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각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더불어 편견으로 가득 찬 거짓말을 하는 반대자들에 맞서 끊임없이 싸워야만 한다. 법정에도 가서 싸우고, 평화적인 싸움이라면 길거리에서도 더 열심히 싸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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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