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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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을 속이고 검열하고 살았던 시기에
나는 소심함 그 자체 였다.

누가 날 똑바로 쳐다봐도 심장이 떨리고
어른들 앞이나 상사 앞에서 목소리는 항상
개미만하고 겁에질린 목소리 였다.
또한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은 타인에 비해서
작고 초라한 것들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흔히들 " 여자 같다고 하거나" 혹은 " 조용하고 유순한 사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곤 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지금의 내 모습에서는 이런 모습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처음 보는 타인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히 심한 것은 유지되지만 말이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커뮤니티에 나와서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동성애자로서
내가 가지는 의미를 긍정했기 때문일 것이고 커밍아웃을 통해서 속에 있는 나의 진실과
겉에 드러난 나를 일치 시키면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가끔은 어린시절 성정체성에 대해서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 몰랐던 그 날들의
내 모습을 떠 올려 보게 된다.


조용한 섬에서 자란 얼굴은 까맣고 커다란 검은 눈동자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서
마을과 산을 그리고 논 밭을 뛰어 다니며 놀던 아이

운동회 때  마을별로 어른들이 다 모여서 있는데 우리 마을을 대표해 응원단을 이끌었던
깡다구가 나름 있었던 아이
(사실 깡다구보다는 대중의 시선을 받는 것을 그때부터 조금은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ㅎㅎㅎ)

결론은 나의 본질은 굉장이 밝고 긍정적인 면이 많았는데 그것을 아주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회적 커밍아웃은 그런 나를 발견하고 찾게 만들어준 기회인 것 같기도 하다.

커밍아웃은 내면에 있는 진실한 나와 겉에 드러난 나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또 일부는 커밍아웃은 고백을 넘어서 살고싶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도 한다.

운 좋게도 단체의 대표로서 지난 2년 활동하면서 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이제 막 커뮤니티에 나오는 사람들,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존재만 하는 사람들, 나와는 차이가 나는 의견들로
싸우게 되는 사람들 등등을 만나게 되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나는 감정을 그대로 솔직하게만 표현했다.

가량 기즈베가 파란색인데 금색 빛으로 로고를 새긴 아디다스 모자를 보고는
" 어머 너! 새마을 운동하니"

사방에다 대고 안 그래도 귀여운데 귀염움 떠는 가람 이에게는
" 어디서 이쁨질 이야 못 생긴게 ㅋㅋㅋ"

지금은 하늘에 있는 티나에게는
" 이 돼지같은 년이 지랄이야"  ㅎㅎㅎ
그때 영수는 사돈 남말하네 어따대고 지적질이야 !

등 등 등
직장에서는 실수하는 직원들에게 한 마디 꼭 한다.

" 어머 !! 하루에 한 개 실수는 꼭 하나 봐요 호호호!

물론 이런 말을 나누는 사람들과는 친밀한 관계인 것이 사실이고 공통의 적이 나타나면
몇 시간도 함께 씹기도 한다.

그러나 요즈음 부쩍 상대방의 삶과 생각과 감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나만 솔직한 이런 태도들이 합리적인 삶의 모습인가? 하고 반성하게 된다.

함께 웃지만 찜찜한 채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처럼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표현한 방식에서 감정의 시원함을 발견하기가
조금은 어려워지고 그만큼의 고민이 생긴다.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것은 (^^ 어쩌면 예인( 혹은 여배우)들에게는 필수가 아닐까 싶지만...)

같은 분노나 화에 대해서 " 왜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한 번 더 성찰하고 화가 난 지점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성숙한 방식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화라고 생각했는데 실제적으로 그것은 사랑과 걱정일 수도 있는데
이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은채 화만 나 있다고 전달 한다면
이는 성숙한  관계맺기 방식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재빠른 시원함 보다 조금 느리지만 휠씬 더 즐겁고 속 시원해지려면

나는 내 속에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성찰하고 " 왜 " 란 질문을

늘상 달고 다니면서

" 그 감정을 왜 느꼈는지 스스로에게 늘 질문을 하고
찾아진 이유를 말하는 것이 실제로는 합리적인 감정표현일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 요즘 근황 이었답니다.-

어맛녀 2012-01-12 오전 04:11

어맛~~
" 같은 분노나 화에 대해서 왜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한 번 더 성찰하고 화가 난 지점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성숙한 방식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화라고 생각했는데 실제적으로 그것은 사랑과 걱정일 수도 있는데 이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은채 화만 나 있다고 전달 한다면 이는 성숙한 관계맺기 방식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 중요한 말 같아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분노나 화 등)안에 숨어 있는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야 말로 비폭력대화의 핵심 스킬이자 제일 어려운 것이라고들 하더군요. 역으로 타인의 분노를 대면했을때는 그것을 평가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요....
알흠다운 관계맺기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경험으로 습득하셨나봐요.^^ 역시 대표님!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리라 믿습니다. ^^

카이 2012-01-12 오전 08:04

"함께 웃지만 찜찜한 채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잘 아시네요^^ 몇 번 상처받은 1인ㅠ 그 중에 문자하면 답 젤 안해주는 커플이심ㅡㅡ ㅋ(나도 속 션하게 공개적으로 배설해야징 흥!ㅋㅋㅋㅋ) 

Steve 2012-01-12 오후 14:56

동성애자로 살면서 남들에게 표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안에 내가 스스로 만든 두꺼운 껍데기 속에 감춰진 의외의 진정한 본 모습을 가끔 마주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커밍아웃을 하고 사람들을 받아들이면서 더 자연스럽게 그런게 나오죠.. 그러고 나면 좀 후련하기도 하고..

최강 2012-01-12 오후 23:49

사람은 모름지기 솔직한게 제맛입니다^^..! 솔직함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이 따라오는거에요! ㅎㅎ

무도세츠나 2012-01-14 오후 14:08

대표님~안녕하세요~너무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대표님의 글을 읽는 내내 뵙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잘 지내시죠? 저는 가끔 친구사이 들어와서 이곳저곳 보고만 갑니다.ㅠ_ㅠ. 새해인사가 늦었지만 2012년에 계획하고 계신 모든일들이 이루어지길...계속 웃음이 함께한 한해가 되시길 멀리서나마 바랄께요~ 요새 드는 생각은 나는 난데... 세상이 바라고 있는 내모습.가족안에서나.사회안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맞춰서 살아간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건 어쩔수 없는것 같아요. 참! 제가 아직 대표님 목소리로 격한 단어를 못들어바서 글을 읽는 내내 (예를들면 "지랄이야~")이런 말씀을 하시는 대표님을 한번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ㅎㅎㅎㅎㅎㅎㅎ 요즘 근황 너무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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