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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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 2003-10-07 10:47:06
+1 3044


소설이 더 재밌겠더군요. 남자 소설가가 남자 시점으로 한 장 쓰면, 여자 소설가가 여자 시점으로 화답하는 식의 소설이랍니다.

이 영화는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작을 무리하게 영화 러닝 타임에 구겨넣다 보니 정작 '냉정'과 '열정' 사이의 그 교활한 감정의 변증법에 관한 재미가 누락된 듯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인물들의 행위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외려 영화 속에서만 인물들의 감정이 혼자 과잉되어 버린 듯한 인상입니다.

게다가 마치 CF를 연상케하는,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와 몰입을 훼방하는 엔야의 그 선곡들은 정말 못견딜 정도로 영화의 컬리티를 난도질하고 있는 데다, 홍코 배우 진혜림의 목석 같은 연기 때문에 그 상대역으로 나온 일본 배우 다케노우치 유타카의 열연이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이 영화는 관습적입니다. 카메라 워킹도 별다를 게 없고, 이야기를 이어가며 감정의 폭을 조절하는 기제도 상당 부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어떻게해서든지 감동을 팔아먹겠단 플롯 상의 상업적 장치도 조금 짜증나고요.

헌데도 참 이상하죠. 눈으로는 영화를 보고 있는데, 제 머릿속에서는 딴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이런저런 사연을 겪으며 떨어져 있다가 그들이 진정으로 사귈 때 약속했던, 피렌체 어느 성당 꼭대기에서의 기적 같은 해후로 결국 다시 결합하게 된다는, 그 흔하디 흔한 멜로 영화의 규칙들이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기게 하는 걸 보니, 전 아직도 멜러 소년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이 영화의 대사 중에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습니다.

"니가 머물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 속 뿐이다."

나는 누구의 가슴 속에 머물고 있을까요? 누가 자기 마음의 수면 위에 내 얼굴 그림자를 던져놓았을까요?
아마 아무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 가슴 속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사람이 있냐고요? 말하지 않을래요. 제가 장금이니 지진희인가요? 아니라고 봐요. 메롱~~~


P.S
텔레비젼에만 나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했다는 다케노우치 유타카, 저랑 동갑이더군요. 그런대로 괜찮게 생겼어요. 헐~~~~~







황무지 2003-10-07 오후 17:30

저 정도는 그런대로 괜찮게 생긴 게 아니예요~~~~!!

열라~~ 잘 생겼구만~~ 아웅~(x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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