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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 광화문 농성 5년, 장애인 복지의 ‘구체제’ 무너뜨릴 ‘종자돈’을 얻었다

“활동보조 노동 감시 그만하라” 성토에 복지... 김상곤 교육부 장관, "특수학교 설립, 학생 교... 다시 만난 가족...그러나 ‘나’는 이미 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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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박근혜의 청와대 코앞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장애인운동의 진지, 광화문 농성장이 5일 문을 닫는다. 궁금한 게 많다. 문재인 정부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완전 폐지의 구체적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왜 농성을 중단하는지? 농성 중단 이후에는 어떻게 투쟁을 이어갈 것인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만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대표이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박경석. 그를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거침없는 대답을 쏟아냈다. 에둘러 갈 것 없이, 직접 그의 말을 들어보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우리의 힘으로 정부와 협상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었다”


농성중단 소식이 다소 급작스러운 감이 있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가 문재인 정부 공약에는 담겨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농성을 중단하기로 한 것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나?


우리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시설수용정책을 장애인계의 3대 적폐라고 말해왔다. 만약 문재인 정부도 이 점을 인정했다면, 1차 종합계획은 우리에게 배신을 때린 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사법적폐, 언론적폐 등 굵직한 사안들만 말해왔지, 우리의 사안을 적폐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것이 그들과 우리의 현실적인 거리라고 생각한다. 그 거리가 반영된 것이 지난 8월 10일 발표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다.


그러면 왜 갑작스럽게 농성을 중단하는가? 정부는 이번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관련해서는 1/3 정도는 하겠다고 말했다. 왜 1/3이냐?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주거·의료·생계급여다. 그 중에서 1차로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것도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치시는 시기(2018년 10월)부터 하겠다고 한 것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아닌가?


의료와 생계는 노인이나 중증장애인 포함 가구에 한해 소득 하위 70%에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을 폐지라고 말한다면, 언어도단이요 사기다. 그런데 이것을 완전한 사기로 볼 것이냐 아니면 시작점으로 볼 것이냐는 해석의 문제가 있다.


이 내용은 앞서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서 이미 제시되었는데, 큰 규모의 예산이 들어가는 내용임에도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게다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그 전 장관들과 다르게 일정을 다 공개해놓고 돌아다녔다. 그래서 7월 31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도 찾아갈 수 있었다. 거기서 장관이 도망가지도 않고 우리와 면담하겠다는 약속을 해 버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협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8월 25일 농성장 면담이 이뤄졌고, 이 자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위원회’와 ‘장애등급제·장애인수용시설 폐지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책 대안을 함께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는 복지부의 약속을 믿을 수 있냐는 의문이 많이 제기되었을 것 같다.


정부의 발표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농성 중단이 곧 투쟁의 포기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떤 투쟁을 하더라도 농성 자체가 목적이었던 적은 없다. 농성은 굳이 말하자면 양념이었고, 결의의 순간이었다. 애초에 이 농성은 2012년 대선 국면에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후보들의 공약으로 받아내자는 목적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박근혜가 되고 사기를 치기 시작하니까 5년까지 길어진 거다. 박근혜가 될 거라고 생각했으면 농성 시작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조건들을 농성 집행부, 그리고 농성 참여단위 회의 등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정을 내렸다.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난 후 현재 조건은 농성에 돌입할 때와는 달라진 점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정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이, 2012년 대선 때보다는 훨씬 더 성숙되었다. 우리가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농성을 하고 있느냐 안하느냐는 그리 중요한 점이 아니다. 어찌보면 정부가 발표한 부양의무제 폐지 계획도 우리가 지금껏 싸워서 그마나 따낸 것이다. 문재인 임기 5년 동안 4조5천억이니까 1년에 1조도 안 된다. 솔직히 말해 진짜 푼돈이지만, 이걸 종자돈으로 해서 어떻게 늘려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사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인사다. 짧은 시간을 가지고 평가하기는 힘들겠지만, 박 장관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한다면?


부양의무제에 대해 그 전 어떤 장관보다 잘 알고 있었다. 농성장 면담 당시 발언 중에 1차 계획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2차 종합계획 발표(2021년) 때는 완전히 폐지하는 것으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은 높이 살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실현할 능력이 있는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반면, 박근혜 정부 당시 문형표 장관은 아주 비겁하하고 무책임한, 복지를 팔아먹은 장관이었다. 후임으로 들어온 정진엽 장관은 복지가 뭔지,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그냥 의사일 뿐이었다. 그에 비하면 박능후 장관은 초기에 감동은 줬는데, 그 감동을 계속 유지해 가려면 이제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 25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공동행동이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등급제 폐지는 종합판정체계가 핵심 쟁점...장애인 소득보장액 연간 5조 마련해야


복지부가 말하는 ‘단계적 폐지’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할 것이다. 공동행동 차원에선 어떤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하는가?


굳이 비교하자면 부양의무제는 단순하다. 생계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예산을 투입하면 되니까. 반면 등급제는 전달체계와 평가의 문제가 있다. 어떤 도구로 평가할 것인가, 평가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어떤 서비스와 관련해 평가할 것인가?


대한민국 장애인복지에서 등급제가 작동하는 제도는 77개다. 복지부는 이 중 6개(장애인활동지원, 장애인보조기구 교부,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지원, 장애유형별 거주시설, 야간순회, 응급안전)에 대해서는 등급제를 대체하는 종합판정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중 활동지원서비스는 이미 별도의 서비스인정조사를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등급제가 폐지됐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 판정도구에 의해 서비스가 인정되었을 때, 필요한 양만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 이것도 예산의 문제다. 거주시설지원은 현재로는 수급자와 중증장애인이 대상인데, 정부는 이것도 종합판정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거주시설은 신규입소를 차단해 궁극적으로 폐지할 영역이지 종합판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외에 51개의 감면할인제도가 있는데, 복지부는 이를 중증과 경증으로 나눠서 주겠다고 한다. 이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지금도 1,2,3급과 4,5,6급으로 나눠서 주고 있는데 용어만 중증, 경증으로 바꾼 것뿐이다. 우리는 이런 제도들도 종합판정체계 안에서 처리할지 말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머지 20개는 ‘별도기준 마련’으로 되어 있는데, 핵심은 장애인연금이다. 이건 복지부 입장에서 봤을 때 중증/경증으로 나누면 문제가 생긴다. 왜냐면 지금은 1,2급과 중복3급까지만 주고 있는데, 지급 대상을 중증(3급)까지 확대하면 1년에 예산이 5천억이 더 들어간다. 그래서 ‘별도기준 마련’이라는 말로 살짝 유보시킨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소득보장 제도 요구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렇다면 장애인연금은 어떤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장제도다. 다른 기준 적용할 것 없이 개인소득만 평가해서 가난한 사람이면 주고 돈 많은 장애인이면 안 주면 된다. 이렇게 장애인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장애인개발원의 연구도 나와 있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돈 때문에 결단을 못하는 거다. OECD 국가의 GDP 대비 장애인복지 현금급여 평균은 1.71%인 반면, 한국은 0.39%에 불과하다. 평균에 맞추려면 한 해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을 합친) 소득보장액이 5조는 되어야 한다.


등급제 완전 폐지 이후 전달체계는 개인별지원체계 구축과 공적 복지지원체계 구축의 두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개인별 서비스 욕구와 필요도를 반영해 서비스 양을 결정하고, 서비스 전달기관을 장애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서비스 전달기관은 민간단체만 있을 뿐이었는데 여기에 공공기관도 포함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이 포함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사회서비스공단의 형태로 가자는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 계획에는 보육과 노인 돌봄 영역은 포함됐는데, 장애인 영역은 빠졌다. 민간부문의 경쟁체제로만 굴러가는 장애인복지 영역을 이제 공공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은 가치를 전환하는 싸움”


광화문 농성 5년의 시간이 장애인운동 역사에 남긴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 전까지 해오던 투쟁과 비교해보자면,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는 이미 했어야 할 것을 못했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문제다. 활동지원 예산 확보 요구도 서구에서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정도의 문제다. 반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탈시설 등의 사안은 가치가 전환되는 문제다. 가족부양 이데올로기, 장애인복지 전반에 걸친 평가제도, 시설을 운영하는 자와 그들 주변에 생긴 거대한 카르텔, 장애인의 삶을 이윤 착취의 도구로 만들어 온 역사 등에 맞서는 거대한 전환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겹다거나 억지로 견뎌온 시간은 아니었다. 광화문 농성장을 중심으로 구체제를 전복하는 진지를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농성 중단 이후 투쟁은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나?


서명운동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시민들을 만날 것이다. 또한, 십만 명 시민들이 청와대로 보내는 엽서를 조직해서 ‘손가락 혁명’을 실현할 것이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시설수용 폐지를 위한 행진’을 매달 한 번씩 할 것이다. 저상버스 도입 요구 투쟁을 할 때 한 달에 한 번 버스타기 투쟁을 해서 41번을 했다. 그 정도 하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도 완전 폐지되지 않을까? 문재인 임기 내내 한다고 해도 60번만 하면 된다. 하하하.


농성을 중단하는 9월 5일, 전장연 출범 10년을 맞는다. 전장연은 지난 10년간 제도화된 장애인단체의 관성을 뛰어넘어 현장 대중투쟁 중심으로 장애인운동을 개척해왔다. 이뤄낸 성과도 많았지만, 대표로서 한계라고 느끼는 지점도 있을 것 같다.


제도 설계에 대한 치밀함이 부족했고, 투쟁의 성과를 투쟁했던 당사자가 갖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정부와의 관계에서 소외되어온 문제가 있었다. 이 또한 우리의 실력 부족의 문제일 수 있지만, 대중운동은 제도 내부로의 진입만을 고민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제도 내부에 있으면서도 항상 그 밖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하고, 제도와 제도 밖 운동을 가르는 경계를 허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 위치의 전환이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대중운동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 원칙을 버리지 않는 전장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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