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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친구사이 회장, 신정한 씨. 9번째 커밍아웃 인터뷰 주자)

친구사이 전재우 회장이 재신임을 묻겠다 전격 발표하여 친구사이 회원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원래 아침에 게이 야유회를 둘러싼 단체 내분에 관해 친목을 다시금 도모하려는 의지를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재우 회장이 예상을 깨고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손수건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는지 사무실 탁자 위에 있는 화장지를 죽 찢어 눈물을 콕콕 찍어내면서 마지막 말을 뱉어내는 사이, 평소 전재우 회장과 친하게 지냈던 이자와 씨는 너무 분통이 터진 나머지 옆에 있던 애인의 손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저를 도덕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이 분위기, 날마다 모임끼리 싸우는 이 상황에서 도저히 회장 일을 해나갈 수가 없습니다. 회원 여러분에게 재신임을 묻는 이 마음을 십분 이해해주시라 믿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게 '정면돌파' 승부수를 던진 거였다. 전 회장의 재신임 천명 이후, 토요모임과 수영 모임은 아연 충격에 휩싸였지만 다시 함께 모여 집단으로 헛기침을 동시에 한 다음 각기 단체의 입장을 밝혔다. 토요모임 측은 재신임의 형식은 회원 '직접 투표'밖에 없다며 재신임 과정을 상세하게 밝힌 반면, 수영모임 측은 전 회장이 내년까지 회장을 헤쳐먹으려는 교활한 수작이라며, 즉각 회칙을 뜯어 고쳐 내각제와 같은 집단 운영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이렇듯 전 회장의 충격 발언이 잘 먹혀들지 않고 외려 분란만 더욱 가속화되는 듯한 느낌이 들자, 게이 맵을 담당하던 돌멩이 씨, 웹을 꾸미는 꽃사슴 씨, 챠밍스쿨 사무국장 이쁜이 씨는 '내각 총사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친구사이 상황이 이렇게 곤란하게 된 것은 전 회장과 함께 일을 해왔던 자신들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이다.

전 회장은 돌멩이 씨, 꽃사슴, 이쁜이 씨를 노래방에다 모아놓은 채 노래방 마이크에 대고 '반려!'라고 외쳤다. 그리고 곧장 엄정화 노래를 부르며 현란하게 춤을 추다가, 마님이 그립다고 말했다. 막, 노래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할 지점이었는데, 마이크를 아이스크림처럼 입꼬리에 대고 눈물을 글썽이며 마님 신정한 씨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2000년도 친구사이 회장이기도 했던 신정한 씨는 때마침, 이런 분란은 까마득히 모른 채 오대산 절간에서 안경 쓴 샤프한 스님과 희희낙낙거리고 있었는데, '이회창이 그리운 아침이다'라는 아침 방송을 듣고 친구사이에 별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손바닥에 침을 뱉아서 보는 점괘를 쳐보았다.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신정한 씨는 마님이라는 별명답게 꽃가마를 불러 곧장 서울로 출발했다.

평소엔 조용한 성품이었다가 한 번 성질이 났다 하면 불 같다는 마님은 친구사이를 점거해서 농성하고 있는 수영 모임, 그 반대쪽 모텔에 칩거한 채 짜장면 그릇만 그릇그릇 쌓아 놓고 있는 토요 모임 사이의 분란을 직접 눈으로 보고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팔 접고 나서, 발 접고 나서, 핫팬츠까지 입고 나서 종로 하늘을 향해 빽, 고함을 질렀다.  

본 기자는 시간이 없어 직접 그 장면을 취재하지 못했지만 h지의 신동숙 기자에 따르면 해결사를 자처한 마님 신정한 씨의 활약이 눈부셨다고 한다. 신정한 씨의 삿대질 앞에서 수영 모임 사람들은 기 한 번 펴보지 못했으며, '으' 발음과 '어' 발음이 교통 정리 없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그의 '갱상도' 욕 앞에서 토요 모임 사람들 역시 넙죽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전 회장은 그 옆에서 국민학교 운동회 때 쓰던 털이개를 들고 치어걸처럼 신 마님을 응원했다고 전해진다.

신정한 씨의 서슬이 얼마나 퍼랬던지 수영 모임의 아류 씨 이마는 대낮에도 반짝거리며 원석처럼 빛났고, 우주에 보내진 라이카는 '나는 라이타다, 나는 라이타다' 소리를 반복하며 땅바닥에 눈을 내다꽂은 채 라이터를 찾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꽃미남을 좇아다니느라 3박 4일 동안 헛탕만 실컷 친 본 알자지라 기자가 다시 친구사이를 취재했던 건 10월 19일 아침이었다. 탑골 공원 앞 관광 버스 앞에는 볼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정한 씨가 부는 호르라기에 맞춰, 해군 세일러 복으로 통일한 수영 모임 사람들이 게이 야유회 신청자들 앞에서 열심히 '어서 오십사' 춤을 추고 있었고, 토요 모임 사람들은 그 옆에서 '토요일엔 친구사이가 좋아'라는 노래를 제비처럼 나란나란 입을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또, 차돌바우 씨와 황무지 씨는 본 알자지라 기자가 정말 기자인지 아닌지를 놓고 설왕설레하다가 급기야는 서로 누가 이쁜지를 놓고 머리끄댕이를 잡고 그악스레 싸우고 있었다.  

한편 신정한 씨 때문에 일이 원만히 해결되자 전재우 회장은 60년대 버스 안내양 모자와 옷을 청계천 시장에서 구입해 입고는 버스를 두드리며 열심히 '오라이' 연습을 하고 있었고, 이쁜이 씨와 소준문 씨는 린다 김 안경이 섹시한지 엄정화 장갑이 더 섹시한지 서로의 '페티시즘'을 흉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 애인 손을 부러뜨렸다가 돌이킬 수 없이 혼이 난 이자와 씨는 용서를 구하는 뜻으로 '10일간 애인 엎고 다니기'를 실천하기 위해 버스 안에서도 애인을 엎고 있었다.

명성산 억새밭 게이 야유회는 어떻게 되었냐고?

본 알자지~라 기자는 항상 가짜만을 엄선하여 그대들을 호도하느니 일단 버스에 올라탄 김에 게이 야유회를 갔다 와서 후일을 도모하도록 하겠다.

p.s
여러 사람들이 알자지라 기자가 써내려간 글이 정말로 진짜인지 아닌지를 놓고 싸웠다는 이야기 들었다. 본 알자지~라 기자는 가짜를 구워 삼아 진짜를 구워낸다. 또 어떤 사람은 게이 야유회를 홍보하기 위해 별짓을 다한다고 혀끝을 찼다. 맞다. 본 알자지~라 기자는 게이 야유회를 홍보하기 위해 별짓을 했다.

두루두루 많이 오길 바란다.

본 알자지~ 라 기자는 앞으로도 별일이 생기면 별스럽게 등장할 것이다.


알자지라 기자 fuckyou@fuckyo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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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이 2003-10-11 오후 21:50

린다김 안경 잃어버렸어요..흑흑흑
내년에 다시 사준다는 누이 말을 믿고 기다리고 있지요.. 흑흑흑
린다김 안경 삼켜버린... 파도가 미워... 미워요...^^

장금이 2003-10-11 오후 23:15

금영아. 난 니가 더 미워. 실은 니가 내 밀가루 가져갔지?

황무지 2003-10-12 오후 20:54

어머~ 어머~~~ 전 차돌 바우 지가 꽃 미남 원조 라고 입에 거품 물고 악악~ 쓰길래..
교양 머리 없는 것이 어디 방정이냐고... 그냥.. 툭~ .. 대갈통 쥐어 팬 죄밖에 없어요..
정말이예요... 흑흑... 저 같이 연약하고 야리야리한 것이..
어찌 저 얼굴 네모 나고, 있는 거라곤 힘 밖에 없는 넘을 이길 수 있겠어요....
저.... 말을 못해서 그렇지.... 얼마나 가슴 아팠다고요.......

을매나~~ 한이 맺혔으면.... 저 얼굴에 꽃미남을 운운할꼬..
제가 선물로 다른 건 다 ~ 사주겠는 데.. 차마................ 거울은 않사주잖아요...

슈렉이라나 2003-10-13 오전 09:47

↑진짜 연약해요..ㅠ..ㅠ

흥~~ 2003-10-17 오후 15:35

어머나 정말 눈꼴시러워서 더은 못봐 주게네..

Bubber 2011-11-24 오전 10:33

Shoot, so that's that one spuop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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