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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은 닭발과 돼지 열병... 채식이 미안할 이유가 없네요

페스코 채식을 한 지 1년 반, 더 당당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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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한 한, 나는 차별이나 편애없이 퍽 공평한 기호를 갖고 있었다. 가리는 것도, 유별난 선호도 없었다. 그에 반해 친구들은 뚜렷한 기호가 있었으니, 친구들과 만나면 기꺼이 그에 맞추곤 했다. 친구들이 메뉴를 고르고 나는 늘 환영했다. 

메뉴 선정도 때에 따라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만, 오랜 친구들과는 가장 만족도 높은 방법이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눈치볼 것 없이 메뉴를 골랐고, 나 또한 이 편이 좋았다.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페스코 채식을 하게 되었다. 육류를 먹지 않겠다는 금기를 자처한 것이다. 페스코는 육류를 배제할 뿐, 해산물과 달걀, 우유를 허용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내 기호를 주장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한동안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비육식 메뉴가 있거나 1인 1 메뉴를 고르는 식당에 가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삼겹살집, 치킨집, 꼬치구이 등 거의 단일 품목을 파는 식당이 그날의 선택지로 오르면 나도 모르게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즐거운 식사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니 걱정 말라며, 내가 나서서 삼겹살집을 주창하기도 했다. 고깃집에 가서는 알고 보면 여기가 그렇게 채소가 풍성할 수 없다며, 보란 듯이 상추쌈에 마늘과 고추를 올려 맛있게 밥 한 공기를 비우기도 했다. 

실제로 나는 고기 없는 상추쌈을 좋아하고 된장찌개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한 끼 식사였다. 그러나 식사 후 온몸에 밴 고기 냄새를 맡을 때면 씁쓸해졌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그리고 육식을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판 위의 고기를 보는 것이 더욱 괴로워졌다. 

더러는, 식탁 위에 고기를 두고 내게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를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둘러댔다. 그 고기가 동물이라는 사실이 고통스러워서 먹지 않기로 했다는 말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 누구의 입맛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하여. 나는 '불편한 채식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정말 나의 채식을 미안하게 여기거나 눈치를 봐야 할까. 다수가 소수를 배려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만, 일단은 고기에만 국한해 생각해 본다. 몇 달에 한 번 만난 지인들이 나 때문에 고기 섭취를 못한다면, 그것은 내가 해를 끼치는 일일까. 

내 채식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일까
     

조금은 더 불편하겠지만, 나는 당당한 채식인이고 싶다. 누군가 나로 인해 불편하다면, 그래서 과도한 육식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 또한 영광으로 받아들이련다.
▲  조금은 더 불편하겠지만, 나는 당당한 채식인이고 싶다. 누군가 나로 인해 불편하다면, 그래서 과도한 육식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 또한 영광으로 받아들이련다.
ⓒ Pixabay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저자 콜린 캠벨은 오랫동안 동물성 단백질을 좋은 영양소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미국식 식단을 최고라 믿었으며 자부심까지 있었다고. 그가 동물을 빨리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아이들의 영양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를 하던 중, 단백질 섭취가 높은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오히려 간암에 걸리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는 저자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뒤엎는 것이었기에, 보다 세심하고 심층적인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그의 연구는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았다. 동물성 단백질이 종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미 국립보건원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진행되었다. 다양한 식습관과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낸 대규모의 '중국 연구China Study'는 뉴욕타임스가 '역학의 그랑프리'라고 명명할 정도.

그 연구에 따르면,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고, 암을 촉진하고, 심장질환을 유발한다. 비만, 당뇨, 자가면역성 질환, 골다공증 등등 하나하나 말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저자는 기존에 갖고 있던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신념을 완전히 폐기한다.

그는 동물성 식품은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배제할수록 좋다고 주장한다. 줄여야 한다는 말이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습관 개선으로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험에서 구출했다는 콜드웰 에셀스틴 역시 같은 말을 한다.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에서 그는 수없이 단언한다. 식습관만 바꾸면 혈관 질환은 반드시 치료되며 더이상의 재발도 없다고.

그는 미국이 심장병 때문에 매년 지불하는 돈이 2500억불(275조원)인데, 이 모든 금액이 심장병 예방이 아닌 심장병의 증상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는 것을 개탄한다. 스텐트, 레이저, 풍선 등 혈관을 뚫는 의학적 치료는 병의 예방과는 무관하며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그는 예방에 주목해야 하고, 이는 오직 식습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방이 많은 서구식 식단이 혈관질환 및 암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 및 의료계는 동물성 식품을 줄이라고 하지 아예 섭취하지 말 것을 권하지는 않는다. 에셀스틴은 이것이 그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줄이라는 말은 모호하다고, 그 섭취를 중단하는 것만이 명확하고 진실한 단 하나의 답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에게 달려 있지만, 과학자로서는 최소한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오직 건강을 위해서라도 완전 채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의 전문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방대한 연구 또한 신뢰할 만하다. 그러나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전문가 또한 있을 것이며,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여기서 어느 한쪽만이 옳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또한, 전세계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없거나 음식을 선택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 지인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현대인이 영양 부족보다는 과잉을 걱정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더 많은 고기는 불필요하다. 

조금 더 당당해지고 또 솔직하련다
 

해산물과 달걀, 유제품도 안 먹는 쪽으로 바꿔나가려고 한다.?
▲  해산물과 달걀, 유제품도 안 먹는 쪽으로 바꿔나가려고 한다.?
ⓒ Pixabay  

 
나는 더이상 미안하지 않기로 했다. 나 때문에 누군가 한 끼의 고기를 포기한다 해도, 내가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기에 대한 식욕을 조금 잃는다면, 그 또한 나쁜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나는 조금 더 당당해지고 또 솔직해지고 싶다. 

그간 채식의 이유를 물어올 때마다 건강상의 이유라고 답했지만, 진실이 아니었다. 누구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내 나름의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내 죄의식을 언급하는 순간 많은 이들이 불편해 했으니까. 모두가 고기의 진실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모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 

최근 곪은 닭발이 대량으로 유통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바 있다.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닭, 그 발이 건강할 리는 만무하다. 또한 구제역보다 무섭다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연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이 고통받아야 할까. 우리의 육식엔 문제가 없을까. 

페스코 채식을 한 지 1년 반이 되어간다. 지금도 종종 묻는 친구들이 있다.

"너 아직도 고기 안 먹어?" 

나 역시 궁금했다. 고기를 그토록 좋아하던 내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조금 하다가 그만둘 거라면 공표하지 말 걸 그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예스'이며, 내 결심은 더 단단해졌다. 이제 해산물과 달걀, 유제품도 안 먹는 쪽으로 바꿔나가려고 한다. 

조금은 더 불편하겠지만, 나는 당당한 채식인이고 싶다. 누군가 나로 인해 불편하다면, 그래서 과도한 육식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 또한 영광으로 받아들이련다. 나 때문에 고기를 못 먹는다고 핀잔 주는 친구에겐 정확하게 말할 테다. 이건 날 위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거라고. 이제서야 용기를 내본다. 기꺼이 '불편한 채식인'을 자처하겠다고.

 

 

 

지금 두려우십니까.... 돌아 보세요 공포감도 우려감도 없는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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