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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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4-08-21 01: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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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에서 만난 일상의 게이들



남성 동성애자들의 성과 일상을 담은 케이블 TV 외화 시리즈 <퀴어 애즈 포크 Queer as Folk>가 시청률 1%(공중파 기준 10%가 넘는 수치)를 넘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 초반 동성애라는 금기시된 소재와 파격적 영상으로 관심을 끌었던 <퀴어 애즈 포크>는 방송 2시즌에 접어들며 동성애자들의 일상을 양지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가 보여 주는 게이들의 삶과 판타지, 사회적 인식과의 함수 관계, 한국 사회의 게이 문화를 논하기 위해 세 명의 게이들이 대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실명 대신 아이디명을 사용했다.


대담 참가자
팀(퀴어문화축제 프로그래머)
레드플래그(버디 웹진 칼럼니스트)
잡종(회사원)

FILM2.0 <퀴어 애즈 포크>(이하 )는 국내 방송 이전 이미 게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걸로 알고 있다. 게이들의 성생활이라는 색다른 소재에, 섹스 장면의 노출 수위도 충격적이다. 한국에서 를 방송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외 아니었나?
잡종 놀랐다. FILM2.0 앞 페이지에 떡하니 2페이지 광고가 나오더라. 나 같은 경우 미국판의 오리지널 버전인 영국판을 처음 봤는데, 아니 저런 게 케이블에서 버젓이 나올 수 있나, 영국 참 좋은 나라구나, 우리나라는 요원하겠다 했다. 생각보다 이른 감이 있지만 방송 자체는 반길 만하다.
팀 미국에서 를 제작한 쇼타임은 유료 채널이다. 돈을 내고 보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실제 시청자는 게이에 국한되어 있다. 제작진도 정확히 그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유선만 설치하면 누구나 볼 수 있으니 미국과 전혀 다른 시청자층이 형성된다.
레드플래그 번역이 걱정되더라. 과연 수많은 '업계 용어'들을 어떻게 번역할까. '팻 핵 fat hag'(남성 동성애자를 좋아하는 이성애 여성) 같은 것도 어느 수준에서 번역해 알려줄 것인지 흥미로웠다.
팀 처음엔 "이거 절대로 한국에서 볼 수 없어"하고 단언했었다. 동성애 커뮤니티가 지금껏 '우리도 인간이에요. 우리도 다르지 않아요' 했다면, 는 '우리 섹스해요' 라고 말하며 섹스를 일상으로 끌고 온다. 특별한 장치 없이 보여 주니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신혼 부부 섹스하듯, 게이들도 섹스하는구나 하면서.

욕망에 충실한 당당한 게이들

FILM2.0 대중들이 특별히 에 열광하는 이유가 뭔가? 이 드라마가 다른 동성애 소재 방송에 비해 남다른 점이 있나?
레드플래그 정액을 보여 주는 등 직접적인 묘사가 거리낌 없이 나오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보통의 드라마 구조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은 동성애를 보는 시각 자체가 비틀어져 있는데 는 일반 이성애 드라마와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간다. <천국의 계단> <파리의 연인> 등 시청률 높은 드라마를 봐라. 모두 비현실적이다. 다들 그런 거 보면서 좋아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게이는 사우나 같은 데 가서 구질구질하게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오픈된 상태에서 떳떳하게 드러내니 부러운 거다. 실현 가능성이 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판타지인 줄 알면서도 좋아하는 거다.
팀 등장인물 중 에이즈 걸린 게이랑 사귀는 에피소드 등은 분명 사회적인 부분을 의식한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이런 도덕적 설정들이 많다. 그런데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사회적인 부분이 30%를 차지하면 나머지 70%는 판타지로 메우기 때문이다. 거기서 재미가 찾아진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모두 당당하다. 그래서 부럽다. 주인공 브라이언 같은 경우, 나이 서른인데 광고 회사 중역에 매일 남자를 갈아치운다. 그 나이에 그 정도 지위라니 말도 안 된다. 나 같은 사람은 매일 카드 값 메우느라 바쁜데.
잡종 혹시 한국에서도 잘사는 게이들은 그러지 않을까?(웃음). 나는 의 뻔뻔함이 좋다. 예전엔 게이나 동성애자는 항상 피해자의 입장이거나 아니면 이성애자의 액세서리, 또는 웃긴 캐릭터로만 등장했다. 그런데 는 굳이 게이를 미화하려 하지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궁상스럽게 몰지도 않는다. 게이의 욕망을 충실하게 보여 주고 있는 느낌이다. 브라이언이 프레젠테이션 끝나고 화장실에서 섹스하는 장면 같은 건 게이들이 가진 익숙한 판타지다. 보고 있으면 속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다.
레드플래그 내용뿐 아니라 음악도 좋다. 익숙하고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온다.
팀 정교한 드라마 배치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 중 하나다. <앨리의 사랑 만들기>를 보면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역시 이런 심리를 활용한다. 게이들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뛰어난 드라마를 볼 때의 재미를 주는 것이다. 내 경우 퀴어 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맘놓고 즐기는 게 아니라, 과연 어떻게 동성애자를 바라보고 있나 두 눈 부릅뜨고 보게 된다. 그런데 를 볼 땐 그런 마음이 없다. 일종의 경계심이나 꼬투리를 잡으려는 긴장감이 사라진다.
잡종 에는 모든 경우의 수가 들어가 있다. 한껏 멋이 들어간 브라이언을 보면 짜증나다가도, 못생긴 테드가 연애를 하면 '맞아 맞아 저런 애들도 연애를 할 수 있지'하고 재밌어 한다. 게이 시청자로 보지 못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다 들어가 있다.
레드플래그 보려고 집에서 독립했다는 친구도 있다. 가족들하고 같이 보면 민망하고, 보고는 싶어서.

FILM2.0 서양권은 게이에 대한 시각이 다른가? 를 보면 길거리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일상이다.
팀 한국도 그런 거리 있다. 주말에 게이 바 같은 데 가봐라. 눈 돌아갈 거다. 한국에서 그런 부분만 강조해서 찍으면 못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통용되는 건 특정 시간대일 뿐이다. 게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에서도 길거리에서 구타당하는 게 현실이다. 재밌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암울하기보다 밝은 면이 극대화될 뿐이다.
레드플래그 이성애를 다룬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파리의 연인>의 강태영, 한기주가 길거리에서 하는 행동을 봐라. 일반인이 누가 그러고 다니겠나. 는 타깃 층이 게이였으니 게이들이 무얼 좋아하는지 그리려 했을 거다. 길에서 키스하는 장면 같은 건 그런 판타지를 보여 주기 위한 제스처다. 게이 입장에선 그런 장면이 좋다. 이성애자들이 맘놓고 하는 거 자체가 게이들에겐 부러운 현실이다. 현실처럼 보이지만 나한테 없는 판타지를 보여 주니까 매력적인 거다.

사회적 약자들의 공통된 관심

FILM2.0 이 드라마는 게이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리려고 의도한다.
팀 영국판에 비해 미국판은 확실히 인물들을 매력적으로 받쳐준다. 브라이언이 레즈비언과의 사이에서 나은 아이를 보러갈 때, 영국판은 그냥 옷 입고 간다. 그런데 미국판은 휙 하면서 카메라를 한 바퀴 돌려 브라이언을 멋지게 보이도록 한다. 문도 그냥 안 열고 '파악'하고 멋있게 연다. 사과를 던지는 단순한 장면도 느린 카메라로 눈꼬리, 입 등을 섹시하게 클로즈업한다. 게이들이 평소 꿈꾸는 이상적인 게이의 모습을 보여 주는 거다.

FILM2.0 멋진 게이가 여성들에게까지 매력적인 이성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에 열광하는 주 시청자 층이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이다.
팀 이 드라마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타깃 시청자가 바뀐 것 같다. 한국 방송사 측에서 처음 수입해오면서 이게 시청률이 나올까 하고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최소한 게이 시청자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자정에 방송을 편성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워낙 안 먹힐 거 같으니까 최소한 바닥은 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런데 애초 타깃이었던 게이들은 그 시간에 나가서 술 먹고 놀고 있고 20대~30대 여성들이 나가 놀다가도 시간 맞춰 보러 들어오는 상황이 됐다. 현실을 봐라. 사회의 주도권을 쥔 건 마초 남성들이다. 그런 것에 짜증나는 건 게이뿐만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소통, 교감할 수 있는 것들을 이 드라마가 끌어냈다.

FILM2.0 드라마에 몰입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다. 다들 에서 어떤 캐릭터를 선호하나?
레드플래그 조금 모자란 듯한 테드가 좋다. 브라이언처럼 완벽한 남성은 데리고 다니긴 좋지만 부담스럽다.
팀 브라이언. 좋아한다기보다 되고 싶은 캐릭터다. 옆에 그런 사람 있으면 '뭐야' 하고 짜증날 텐데. 손끝 하나로 사람을 조종하는 카리스마가 압권이다.
잡종 저스틴 엄마.
일동 엄마를 왜?
잡종 자고 싶다는 게 아니라, 보면 모두 처음부터 당당하다. 게이로 사는 데 전혀 고민이 없다. 저스틴 엄마만 게이 아들을 둔 부모로서 흔들리고 대처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엄마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팀 그런 면에선 직장에서 게이인 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마이클이 현실적인 캐릭터다.
잡종 사실 오늘 여기 오는 거 자체가 걱정이었다. 나름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했지만 그래도 신경 쓰인다. 지금 당장 걱정이 아니라 미래에 어떤 일을 할 때 내 앞에 붙는 수식어가 게이라고 하면 게이라는 틀로 한정 지을 것 같다. 그게 두렵다.
레드플래그 얼마 전까진 그런 게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게 딱지가 붙더라도 대중적, 공식적 채널에서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 어떤 부분에선 비판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대중적인 채널에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축제를 해봐서 알지만 그건 소수의 호응일 뿐이다. 결국 게이 문화를 드러내는 데 있어 대중 매체는 중요한 수단이다.
팀 인권 단체에서 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많이 하지만 커밍아웃이란 단어를 인식시킨 건 결국 연예인 홍석천이고 트랜스젠더를 알게 한 건 하리수다. 아무튼 게이들이 쓰는 언어를 젊은이들이 알게 된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게이들에 대해 늘어난 지식과 인식이 게이들을 바라보는 인권적인 측면, 보호받을 수 있는 측면도 상승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다. 나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상대편 여자가 "잘생겼네요" 하는데 옆에서 "야야 얘 게이야" 했을 때 곤란했다. 그런 걸 '아우팅'(타인에 의해 게이임을 지칭당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심 이런 문제에 자신 있어 하다가도 그런 순간 움찔한다.
잡종 내가 아우팅을 당하는 건 크게 신경 안 쓴다. 사실은 나랑 같이 있는 사람을 신경 쓰게 된다. 나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엉뚱한 사람이 게이로 인식되거나 아우팅의 위협을 받게 되는 거다.

어떻게 결혼하고 어떻게 입양할 것인가

FILM2.0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가 게이 문화에 끼친 영향은 뭔가?
잡종 얼마 전 패션지에서 쿨한 여자, 트렌디한 여성 되는 방법 중 하나로 게이 친구를 들더라. '우리도 게이친구를 둡시다' 하면서. 이젠 이성애자 여성들이 방송에서 게이들을 보면서 판타지를 갖는다. 게이들이 드라마에서 화려하고 유쾌하게 사니까 우리가 얼마만큼의 고통과 불편을 겪으면서 사는지 전혀 이해 없이 그저 저런 친구 있으면 재밌고 편하겠다 생각한다. 게이가 겉모습으로만 소비되는 것 같다 걱정된다.
팀 김수현 극본의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이승연과 항상 붙어 다니는 게이 캐릭터로 홍석천이 나왔다. 그때 홍석천 때문에 30대 초반 연령대에서 게이 친구 만들기가 유행처럼 불붙었다. 만날 아이, 남편 이야기에 서로 경쟁 의식을 갖는 동성 친구와 달리 게이 친구는 경쟁심을 느끼지 않고 패션, 미용, 일상에 대해 함께 공감하며 지낼 수 있다는 거다. <완전한 사랑>이 시작이었다면 에 이르러 그런 생각이 극대화되었다. 하지만 현실도 드라마와 똑같은 건 아니다. 드라마 속 게이들과 한국 상황을 구별하지 못하는 건 우려스럽다. ' 보면 모두 당당한데 너네는 왜 당당하지 못하냐' 이렇게 쉽게 판단해버린다. 하지만 의 인물들은 미국적 상황에서도 특별한 친구들이다.
팀 TV에서 멋있을 순 있지만 가까이 있는 친구가 커밍아웃했을 때는 다르다. 트랜스젠더가 모두 하리수처럼 예쁜 게 아니다. 대다수는 떡 벌어진 어깨를 감추고 다녀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
레드플래그 게이 친구 좀 사귀어 보자는 사람들이 오면 사양한다. 그런 유행, 불편하다. 게이들 좀 내버려둬라. 우리를 못 살게 굴지 말라는 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게이 친구 있어서 싫었었는데 보면서 생각이 바뀌는 건 좋은 측면이다. 아직 현실적인 제약이 많지만, 게이들 역시 스스로 자기 중심적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퀴어 마을이 또 다른 행성이 될지 모른다.

FILM2.0 역시 이성애적인 관점의 결혼 제도 등을 강요하는 측면은 비판받아야 할 요소 아닌가?
레드플래그 머리로는 그런 비난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게이들도 집 꾸미고 입양해서 아기 키우는 걸 원한다. 그런데도 에서 레즈비언이 애 키우고, 꼭 에이즈 문제 이야기하면 갑자기 보기 싫어진다.
팀 동성애자들도 결국 이성애 제도 안에서 교육받아 왔다. 게이들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정을 이루고 함께 살고 싶은 욕망을 꿈꿀 수밖에 없다. 의 그런 부분은 그래서 비판받을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그게 드러났을 때 '저들도 만날 싸움만 하고 섹스만 하고 다니는 게 아니구나' '저들의 욕망도 우리랑 똑같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는 퀴어들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드라마다. 정치적으로 너무 올바른 퀴어 영화를 보면 답답하다. 그런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떻게 나를 파괴해가면서 살까, 같은 고민만 한다. 게이들도 결혼하고 싶고 애 키우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결혼한 부부만 입양이 가능하다. 입양 조건에 혼인 신고서가 있어야 된다. 동성애자가 입양하는 건 턱도 없는 생각이다.
레드플래그 나는 계약 결혼에 대해 생각 중이다. 결혼 사이트에 종교적 이유로 성 관계 안 가지고 사는 여자를 알아봐 달라 했다.
팀 제도적으로 아직 불합리한 부분이 태반이다. 청소년보호법에 간음, 수간과 동성애 조항이 같이 명시돼 있었는데, 지금은 그 조항이 삭제됐다. 그럼에도 포털 사이트에 '동성애' '호모' 검색하면 안 뜰 때가 있다. 무슨 19세 이상 입장가 음란 정보처럼 제한된 금기 영역으로 취급되고 일반인들에겐 오픈이 안 되는 것이다. 법이 바뀐다 한들 실질적인 수정은 아직 요원하다.
잡종 나는 를 처음 볼 때 연애 중이었다. 에피소드들 중에서 마이클과 데이비드가 함께 사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런 거 보면서 나중에 깨지지만 아, 저렇게 둘이 만나 같이 살면서 알콩달콩 지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역할 모델을 잡게 됐다.

완벽한 것을 게이에게만 요구하지 말라

FILM2.0 가 게이 문제를 환기시켜 준 건 분명하다. 앞으로 어떤 대안이나 해결책이 있겠는가?
팀 자꾸 나오는 수밖에 없다. 숨통을 틔우려면 어떤 식으로든 주류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홍석천 같은 경우 비난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 고무적이다.
레드플래그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격이지만 게이들이 가는 병원이 광고를 하고, 게이 변호사가 나오고. 그런 사소한 것들이 화제가 되었을 때 비빌 언덕이 생기는 것이다.
잡종 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한국에서 만일 그런 식의 드라마가 제작되면 그 정도 수준을 기대할 텐데 못 미치면 짜증 낼 것 같다.
레드플래그 그래도 한국에서 그런 드라마가 나오면 세밀하고 일상적인 논의가 될 것 같다. 퀄리티를 떠나 우리랑 같은 피부색의 사람이 나오면 효과는 백 배다. 훨씬 꼼꼼하게 볼 것이다. 가 판타지였다면 한국에서 이후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이 될 것이다. <로드 무비> 같은 영화 말고, 좀 더 일상적인 영화나 드라마가 나올 필요가 있다. <내사랑 싸가지>의 퀴어 버전 정도.
잡종 지금까지 동성애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들은 꼭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한국에서 처럼 적나라하게 섹스 신을 보여 주지 못하더라도, 분명 풀어낼 요소가 있다. 현재 시청률은 가 거둔 케이블 1%에 불과하지만, 공중파로 나온다면 판이 달라질 것이다. 스스로를 드러낼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레드플래그 일단 어떤 화제를 끌어내려면 전면에 나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진정성을 찾으려는 자각도 일 것이다. 아마 이런 고민은 기득권을 가진 남성을 제외하고 모든 집단이 느끼지 않을까.

FILM2.0 소수 집단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게이 역시 주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팀 게이가 특정 소비자 집단으로 인식될 필요도 분명히 있다. 신세대, X세대, Y세대로 나누는 기준이 뚜렷한 가치 차이가 아닌 경제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층이라는 점을 생각해 봐라. 게이 타깃 상품이 등장했을 때 그런 걸 소비할 수 있는 집단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잡종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지만, 결국 그게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보통 게이들에게 대안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스템을 요구한다. 그런데, 게이 역시 이성애자들과 같이 훈육받아 온 인간일 뿐이다. 소비를 하면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밖에 없다. 맥주 홍보를 할 때, 브라이언이 수영복 입은 섹시한 게이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좋은 부분도 있지만 드러나면서 자정하게 되는 것도 분명히 있다.
팀 맞다. 많은 친구들이 퀴어 집단에게만 새롭고 올바른 요구를 원한다. '너희는 편하게 살고 왜 우리에겐 힘들게 요구해?'라고 말하고 싶다.
잡종 물론, 미국의 경우 게이 마케팅을 했을 때 그 안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다.
팀 만 보더라도 흑인도, 동양인도 없다. 젊고 능력 있는 백인 일색이다. 딱 한 명 일본 사람이 나오는데. 돈만 밝히는 부정적 이미지다. 그 안에서도 사회의 권력이 그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건 모든 소수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레드플래그 한국에서 남자의 몸이 상품이 되었을 때 두 가지 소비 층이 생긴다. 20~30대 여자가 그 첫 번째 소비자 층이라면, 게이 소비자는 항상 비가시적인 소비자 층이다. 게이 소비자가 가시적 소비자가 된다면 요즘 열광하는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과 의 브라이언은 분리될 것이다. 지금 상황은 표면적으로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팀 한 남성이 다른 남성에 열광하는 것에 대해 '왜' 하는 시선이 제거될 시점이 올 것이다. 게이들이 자기 시각을 드러낼 수 있는 시기라면 분위기는 충분히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언제 그렇게 될까.
레드플래그 우리 국민연금 타고 있을 때.
팀 한국에서도 가 마지막 회까지 방송됐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의 힘이 끝까지 뒷받침되어서 미국 종결판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사진 김춘호 기자

황무지 2004-08-21 오전 04:22

근데.. 이 기사는 어디서 발췌를 해 온거죠.??... FILM2.0.. 에서 퍼온 것 같지는 않은 데.???

모던보이 2004-08-21 오전 10:18

발췌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사실은..... FILM2.0

황무지 2004-08-22 오전 00:07

앗!! 그렇군~~ .. 토론 참가들과 FiILM2.0 의 대화 사이에 '-' 이 없다 보니 읽는 데 혼동이 왔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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