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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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나이 40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거지로 일반화 시켜서 한번 말해보자.

1. 연애문제

게이바에서 또는 채팅에서 또는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과 연애관계를 유지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이 사람과 얼마나 오랫동안 사귈 수 있을 지 장담할 수는 없다.
때문에...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일단은 불안함부터 생긴다.
이번엔 얼마나 갈까... 이 사람이 내가 나중에 치매에 걸리고, 벽에 똥 칠 할 때까지 옆에 있어줄 사람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연애에 대한 열망을 조금 식어버린다.
상대방이 너무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더라도, 이 불안함은 없어지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그냥 사람만 좋으면, 별 생각없이 연애관계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고려할 나이인 것이다. 나이 50이 넘어서 외로움에 지쳐, 밤 12시까지 게이바에서 곤죽이 되도록 술 먹고 노래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것, 그간의 경험에 의하면 그리 녹녹치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 일상 생활

이제는 익숙해진 낮엔 이성애자, 밤엔 동성애자로서의 생활. 나이를 먹을수록 이 존재의 부조화는 심해진다. 평생 해 온 거짓말,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나이에 따른 주변의 시선은 갈수록 공격적이다. 직장에서, 또 사회생활 전반에서 '저 나이 먹도록 혼자 사는 조금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데 익숙해졌다. 누가 물어보면, 대답할 말도 미리 정해두고 능수능란하게 말할 수 있다곤 하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혼자 산다는 것, 자신이 위치한 사회적 환경과 완전하게 동화될 수 없다는 괴리감이 고독을 더욱 증폭시킨다.

3. 망가진 몸

뱃살은 쳐지고, 육체적 매력은 점점 줄어든다.
게이 친구들과 만나면 의례 술부터 마시기 때문에 간도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니다.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으니 담배도 줄지 않는다.
혼자서 병들어 간다는 느낌. 끔찍하다.  
몸매를 위해 헬스클럽에 다니고, 수영을 해보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게이연애 시장에서 '아직은 죽지 않았다'고 외쳐보려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더 늙었다가는 이제 게이바에 가도 뒷방 늙은이 취급이나 당할까 두려워진다.
이젠 돈으로 남자를 사야되나...라는 비참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사실 이 모든 불안함은 한 가지를 가리킨다.
나이를 먹으면 게이생활 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
꼰대가 되어 갈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소위 꼰대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서 기대할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이 젊은이가 과연 나와 함께 늙어가는 세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늙어감이 의미를 알기나 알까?
친구들은 어떻지? 몇몇 친구들은 이제 만나면 차나 마시고, 수다나 떨길 바란다. 누구는 간경화가 어쩌고, 누구는 폐암이 어쩌고 한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밤 늦도록 남자 이야기를 하며 부킹을 은근히 바라던 시절은 이제 갔다.
젊은 시절 나의 침대를 차지했던 아름다운 청년들은 이제 '살이 늘어졌다'고, (심지어는) '냄새난다'고 싫다고 한다.
이제 이 바닥에서 내가 설 자리는 몇몇 꼰대를 위한 게이바에서 취향에 맞지도 않는 시끄러운 뽕짝이나 들으며 술을 마시는 것 밖에 없다.



모아 놓은 돈이라도 많으면, 여행이나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풀텐데...
젊은 시절, 남자 꼬드긴다고 바빠서 펑펑 쓴 술값과 데이트 비용만 모아도 강남에 오피스텔 한 채 얻었겠다. 별로 가진 것도 없고, 있는 것도 어디 한번 골병 들면 모조리 빠져나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혼자 늙어갈까 두려워 악착같이 돈을 모으다보니 게이생활과는 더욱 멀어졌다.


연애시장에서 퇴출 위기, 노후에 대한 불안감,
애인을 사귀어도 불안하고, 애인이 없어도 불안한 40대 라는 나이.
도대체 어떻게 하면 늙어죽을 때까지 웰빙게이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결국은... 기혼게이로 또 다른 이중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내가 40이 될 때까지 한국의 게이커뮤니티가 계속 이 모양, 이 꼴이라면 그렇게 살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불안한 영혼들을 성으로 유혹하는 각종 섹스산업들의 번창,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지만 확실히 젊은이들 위주로 돌아가는 게이술집들,
게이로서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정력만 낭비하게 만드는 각종 웹사이트의 미팅/채팅란들.
이곳을 벗어나, 어디서 고독을 채울 수 있는 충만감을 얻을 것인가!


얼마전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에서 열었던 강연회의 주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반 나이 40,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사는 몇가지 대안을 내세운다.

1. 막연한 두려움은 무지에게 나온다. 일단 노인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은 극소단위의 핵가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요즘 사람들은 노인과 함께 지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늙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부딪쳐 보면서 알아가는 것..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2. 조악한 수준이나마, 경제공동체를 만든다. 일명 계모임. 한국 게이커뮤니티는 명맥히 소비적인 모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뭔가를 생산하는(친목이건, 봉사건) 계모임 등을 통해 돈도 모으고 좋은 일도 하자. 뭔가를 생산한다는 느낌은 소비만 하는 행위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3. 현재 한국동성애자 진영 내에서 준비 중인 동성결혼 및 동거인과의 사회계약 제도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 노후가 불안한 첫번째 이유는 함께 할 사람이 있어도 그와의 관계가 불안정하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보다 확실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법적으로 어떠한 것들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함께 추진해나가자.

등등이다.
별로 신통찮아 보이지만, 아직은 이 정도 밖에 없는 듯 하다.
만약 게이커뮤니티 내에서 이러한 것들이 보다 활성화 된다면 이보다 더 나은 대안들도 속속들이 나타날 것이다. 사실 이런 커뮤니케이션조차도 몇 년전까지는 생각도 할 수 없었으니까.
함께 머리를 맞대보면 분명, 더 좋은 대안들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http://gaymunhak.com/gang






황무지 2004-10-22 오전 05:17

쩝.. 나도 후에 더 나이 들면 .. 그때까지 아무에게도 구속 되고 하지 못한다면..
아는 형, 친구 모아서 한 개 아파트에 옆집처럼 살 궁리를 한 적이 있는 데..
아직 실행 단계까진 여유가 있어선지 생각만 하고 있네요...
하지만 언제고 그렇게라도 살면서 서로 위해 주길 바라고 바라는 바람니다..

피터팬 2004-10-22 오후 20:57

게이에게 40이란 나이가 그리도 무거운가?
아직 철없는 난 별 걱정 없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부딪히며 살아자는 거지 뭐.
난 아직도 철없는 40대. ㅎㅎ

한군 2004-10-24 오후 22:41

형 잘 읽었어요~~역시 돈이 쵝오 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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