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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풀은 아톰 에고이앙과 함께 캐나다 영화를 짊어지고 있는 여성 감독입니다. 현재까지 8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본 건 두 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올해 6편이나 여성영화제에서 특별전으로 선보였는데, 올초 제 게으름과 안일함 때문에 레아 풀 벙개를 때려놓고도 전부 놓치고 말았답니다. ㅠㅠ

여성의 젠더 문제와 동성애를 비롯한 섹슈얼리티 문제에 천착한 이 감독이 거장이라고 말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지나친 상징과 과도한 정신분석학에 대한 경도가 영화 완성도를 흠집내는 듯한 느낌을 받아왔으니까요. 해도 여성 영화가 귀한 것만큼, 레아 풀의 영화적 입지도는 대단하다 할 것입니다.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로는 '로드 오브 러브(1994)'라는 게 있습니다. 조금 귀한 비디오인데, 기차에서의 사랑 이미지가 장관인 영화입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새벽에 본 영화는 '상실의 시대(원제 :Lost And Delirious, 2001)'입니다. 본다본다 미적거리다 근 2개월만에 보게 되었군요. 상실감에 시달리던 차에 요 영화를 보고 마음이나 다스리려고 봤는데, 더 심란해지고 말았네요. ㅠㅠ

나름대로 훌륭한 퀴어영화입니다.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여자 기숙사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랑에 관한 보고서이자 발칙한 성장 영화라고 부를 법한 작품입니다. 특히나 여성 성장 영화 장르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컷트 하나 놓칠세라 눈에 힘을 주고 보았습니다. 삭제 논란이 일어났던 장면은 별로 야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보나마나 시덥잖게 레즈비언 섹스를 욕하기 위한 구실이겠죠.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모든 아버지를 저주해야 하는 딸들의 운명이라는 상투적인 도식화도 재미가 없고, 우리의 사랑은 레즈비언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의 사랑이라는 초월의 흉내를 내는 구석도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고요.

그래도 돈과 이성애적 질서 때문에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여자 주인공이 고함을 치며 숲속을 질주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흠... 레아 풀의 영화를 더 보긴 봐야겠지만, 역시나 저의 히어로인 제인 캠피온에 다가가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드네요. '내 책상 위의 천사'나 미개봉 걸작인 '홀리 스모킹'...... 1회 전주영화제 극장 문을 나선 후 어떤 여성 분과 얼싸안은 채 '우리 아줌마가 결국은 다시 해냈어!' 하고 외쳤던....... ㅠㅠ

'상실의 시대', 배신 당한 사랑 때문에 결국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감행한 여자 주인공 만큼이나 치열하게 산다면 돌아오는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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