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여동생

나는 중학교 1학년, 내 막내 여동생은 그때 일곱 살이었소.
극장 앞을 지날 때 여동생이 간판 그림을 보고 말했소.

"오빠야, 저거 드라큐라가 피 빨아먹는 거지?"

난 한참을 망설였소. 왜냐면 그 그림은 여성의 목에 대고 남성이 키스 세례를 퍼붓는 영화의 한 장면이었던 게요. 당시 나이트메어 시리즈에 열광하던 내게서 맨날 '드라큐라' 이야기를 들었던 탓인지 어린 여동생은 그 그림을 드라큐라의 흡혈 장면으로 생각했던 것이오. 그렇게 한참을 뭐라고 해야할지 내내 망설이다 이윽고 난 입을 열었소.

"맞아. 피 빨아먹는 거야."



원시 본능

나는 Vampire요.

성욕이 최고조로 오를 때, 피돌기는 거꾸로 돌기 시작하며, 나의 길고 하얀 송곳니는 저 깊은 육식의 야만성으로 인해 날카롭게 빛나고 마오. 평소에는 잘 닦인 교양으로 절대 타인의 목을 물 생각을 못하다가 결국 사랑을 하게 될 때, 성욕이 급살로 질주할 때 그때는 나도 나의 송곳니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다오.

나는 아오. 내가 상대방의 목덜미를 무는 즉시, 허겁지겁 그의 피를 흡혈할 것이며, 그가 곧 하얀 밀랍 인형처럼 죽게 되리라는 걸.

또 나는 아오.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하여 성욕이 최고조로 오를 때, 돌연 나는 나의 인내의 벽을 할퀴는 고통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오. 그게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의 운명이오.

당신네 일반인들의 인류학자들은 그렇게 말하더이다. 섹스를 할 때 목덜미를 무는 인간의 습성은, 그 빛나는 아픔의 페티쉬는 인간이 육식을 하게 되면서 얻은 동물성의 흔적이라고. 페티시즘은 문명화 과정에서 누락된 원시 본능에 대한 슬픈 회귀라고.

피를 흡혈하며 사는 우리 뱀파이어들은 사랑에 빠지게 될 때, 이 슬픈 회귀가 주는 정점의 고통을 느껴야 된다오.

내 어린 여동생의 말은 맞았소.

그건 바로 흡혈하는 장면이었던 게요. 사랑이 곧 흡혈이었던 게요.



단 한 번

단 한 번, 사랑을 나눌 때 남자의 목덜미를 문 적이 있소. 나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소. 내가 지금껏 사랑한 단 한 번의, 유일한 그였소.

내가 그와 오르가즘의 환희를 나누는 순간, 언제나 그랬듯 나의 송곳니는 가차없이 날카롭게 빛났소. 나는 참아야 했소. 손톱이 부러져라 인내의 벽을 할퀴고 나는 참았소. 어찌 사랑하는 이의 목을 물어 그를 죽게 할 수 있겠소. 눈은 충혈되고, 내 몸은 붉은 토마토처럼 변했으며, 눈에서 눈물이 나왔소.

그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는 나의 얼굴을 보며 깊은 숨을 토해냈소. 그가 조그맣지만 진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소. 나는 그때 착하디 착한, 나를 사랑하는 그의 말을 듣지 말아야 했소. 내 귀를 뜯어냈어야 했소.

"물어도 돼요."



목덜미에 대한 빛나는 페티쉬

나는 이제 사랑을 하지 않소.
그를 물어 죽인 이후, 혼자 반복하고 있는 통곡의 시간이 아직 덜 여물었소. 나는 자책하고 있고, 벌을 받고 있는 중이오. 내 손엔 아직도, 그때 목이 물린 채 흘리던 그의 눈물의 흔적. 내 귓전 어딘가에 아스라한 화석으로 굳어버린 그의 마지막 미소. 그렇소, 완연하게 죄인이 돼버린 난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소.

길을 지날 때,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남자의 목덜미요. 단 한 번의 내 사랑에 대한 흐릿한 그리움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탐욕스럽게 행인들의 목덜미를 밀렵하오. 난 밀렵꾼이외다. 혹여 그의 목덜미처럼 희고 아름다운 목덜미라도 발견하는 날엔 걸음과 호흡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슬픈 눈으로 한참 동안 그 행인의 목덜미를 밀렵하오.

나는 이제 사랑하지 않소.
대신, 내 단 한 번의 사랑과 닮은 목덜미를 가진 남자가 나타나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성욕과 사랑과 체온에 대한 그리움도 없이, 그의 목덜미를 덥썩 물어뜯을 뿐이오.

이것이 나의 페티쉬. 감정 없이 희고 아름다운 남자의 목덜미를 덥썩 문 채, 당신들을 바라보는 내 눈에 담긴 페티쉬의 비밀이오.



한?? 2003-12-09 오후 17:48

그러지 마오! 무섭소
내목을 그대에게 바치오. 제발 물어주오. 나도 피한번보자구요!
오늘도 유식이 넘치는구나 ! 내일 영화보러 갑니다.뭐 필요한것 없나요? 리필

국정원 핵심간부 2003-12-10 오전 04:46

여기 있었군..찾느라고 애좀 먹었다..전화해라 번호 알지?
111 꼭 전화해라 않하면 혼난다

뱀파이어 2003-12-10 오전 06:47

영광입니다. 국정원 핵심 간부까지 절 다 찾아주시고. 저번에 제가 혼쭐을 내준 댁들의 슬레이어는 괜찮나요?

내의녀 시연 2003-12-11 오전 08:35

오호홋..깜짝 놀랐음..그냥 호기심에 111을 눌러 보았지요..왠 자동응답 아가씨 목소리 국정원이란 말에 깜짝 놀라 끊었음..혹시 내 번호 추적해서 뭘 어쩌진 않겠지요? 그냥 호기심에 그래본건데..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224 송년의 밤에 무슨일이 일어날까요...? +2 친구사이 2003-11-11 1666
223 엑스존 3차공판 연기 친구사이 2003-11-11 1485
222 장.수.모 정모 있습니다.(시간은 21시00분) +1 내의녀 시연 2003-11-11 1688
221 이번 수험생 7,000원에 영화프래패스~!! +1 차돌바우 2003-11-11 1443
220 플라이투더스카이, 동성애 루머 부인 +1 2003-11-11 2282
219 웹 사이트가 또 다운 되었습니다. [공지] +2 관리자 2003-11-11 1510
218 커밍아웃 인터뷰에 관한 몇 가지 오해 인터뷰 2003-11-10 1620
217 박용 씨 생일을 축하합니다 +4 관리자 2003-11-10 1636
216 누님의 장례식과 삼우제를 마치며 +2 임태훈 2003-11-10 2282
215 [초대]12.1 평화수감자의 날 문화제 '부러진 총 ... 연대회의 2003-11-10 1356
214 저좀 도와주세요. +1 ... 2003-11-10 1602
213 "밥아저씨"의 남남상열지사 예약기~ G.mania 2003-11-10 2331
212 찰스 황태자는 게이? 2003-11-10 2327
211 Me Against the Music 핑크로봇 2003-11-09 1386
210 풀 베를렌느가 그린 랭보의 모습 +1 장금이 2003-11-09 1975
209 ??? !!! 황무지 2003-11-09 1565
208 바다를 찾아서 꽃사슴 2003-11-08 1637
207 [공지] 빨리! ILGA 엽서를 골라 주세요 +13 관리자 2003-11-08 1562
206 보드게임 카탄모임 벙개합니다. +4 내의녀 시연 2003-11-08 1483
205 최상궁과 금영이의 아가미젓 +2 서록홈주 2003-11-08 251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