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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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7살이었던 제가, 30살이던 차돌바우를 만난지 정확히 3년 3일이 되는 날입니다.







(음악엔 별 관심이 없는 차돌바우임을 알지만)

차돌형을 감동시킬 노래로 뭐가 좋을까 배경 음악을 선곡하다가,

1990년에 발표된 다소 유치한 가사의 이 노래를 택하고야 말았어요.

90년이면... 차돌형도 꽃다운 스무 살이었겠네요. 물론 그 때라고 이뻤겠냐만... -_-



어쨌건,

잠시 차돌바우와의 첫 밤,을 기억해 보겠어요.

2000년 12월 9일 토요일 오후 8시.

천리안 퀴어넷 2000년 12월 송년 모임 자리에,

꿈 많던 신입회원은 설레임을 가슴에 안고 키 웨스트로 '입장'했답니다.



보릿자루님 건너편 욱이형과 젤리그님 사이엔 그 유명한 차/돌/바/우,가 앉아 있었지요.

그 날도 형이 자주 입곤 하는 파란색 계열의 남방을 입고,

약간 푸른 색이 들어간 안경을 끼고 앉아 있었어요.



그 날 이후, 차돌형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그놈의 엠에센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망할 MSN !)

그 무렵 어느 토요일 낮에 회사에서 MSN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우연히 우리 둘 다, 시청 부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 후 며칠마다 한 번 꼴로 점심 식사를 같이 하게 됐는데,

당시에 광화문 스파게티아에서 쌓인 적립 포인트만해도 꽤 될 거에요.

정동 교회 앞 분수대에서 흥국생명까지 걸어갔으니, 우리도 먹는데 목숨 걸었었지... -_-

퀴어넷 레즈 운영진이었던 유천님도 게스트로 초청되어,

맛있다고 소문났다는 부추 비빔밥을 먹고, 덕수궁에서 노닥거렸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 그 여유롭던 산책은 어느덧 '옛 추억'이 됐네요...



차돌 형이 북쪽 동네에 살 때에는,

일요일 아침에 정동 스타식스에서 조조영화 한 편을 보고,

점심 식사를 (물론 광화문 스파게티아에서 / 쿠폰과 함께 ^^ ) 한 후,

우아스럽게 아침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거닐다가,

저는 교회로, 형은 수영 모임 장소로 향하곤 했었는데...

'강남 쌔끈남'으로 변신한 형이 더 이상 새벽부터 이 북쪽 촌구석으로 방문하려하지

않는 이유로, 이젠 일요일 아침 '조조할인' 영화 관람도 함께 할 수 없네요.

(아참, 형, 그 때 묻지마 패밀리 같이 봤던 레즈 회원 중에 하나인 이안님을
기억할런지 모르겠는데, 며칠 전, 이안님 전화를 거의 1년만에 받았거든...
연말에 한 번 꼭 보자던데, 그 때 계획했던 조흥은행 본점 주변에 있다는
맛있는 샌드위치집에 같이 가자구...)







오늘,

3년간의, 저의 척박했던 '이 바닥 생활'을 비교적 윤택하게 함께해줬던,

차돌바우의 생일을,

좀 더 특별히 축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차돌형의 나이가, 이제 제 나이가 됐다는 사실이,

갑자기 좀... 서글픈 동시에 감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랍니다.

그 때 스물 일곱 나이의 제가 봤던 차돌형은, 늠름한 '형'이었는데,

어느덧 저도 그 나이가 됐지 뭡니까!?

(물론 요즘은 차돌형에게 나도 모르게 '누나'라는 호칭이 튀어나오지만서리..)

(언니라고 부르지 않고 누나라고 부르고 있는 나 자신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어쨌건, -_-

차돌형은, 지금부터 또 삼 년이 지나서,

형이 서른 여섯이 되고, 제가 형의 지금 나이인 서른 셋이 될 때에도,

또 다시 이렇게 '차돌바우와의 육 년'을 기억하면서,

형이 머물고 있을 어떤 사이트에 생일 축하 글을 남기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자아, 이제 또 한 번의 삼 년을 기대하겠어요, CHADOLBAW 님! ^^

진심으로 생일 축하 드리고,

내일, 나 없이도 생일 잔치 잘 하시고,

부디, 내년에도 웃음 잃지 않는 서른 넷 게이로 멋지게 늙어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17일에, 아주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 많~이 사주시기 또한 바래요. ^^







3년 전, 나우누리에서 입수해서 아직 보관하고 있는 차돌형 돐 사진을 올리고 있는 지금,

글 올리다가 수 많은 게이들과 엠에센질을 좀 하고 왔더니,

형 생일이 지나뿌렸네요... ㅠㅠ 이제 차돌 형을 만난지 3년 4일이 됐군요. ^^

요즘 회사에서 MSN 사용이 금지돼서, 그 동안 형한테 하지 못한 얘기들이 많아,

차돌형에게 몇 마디만 더 남기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 형, 헤어 드라이어는 두두랑 나랑 정확히 14,250원씩 나눠서 인터넷 주문 완료하여,
 지금 내 방 침대 옆에 잘 보관하고 있고, 17일에 전달해 주도록 하겠어.

- 그런데, 17일에 밥을 산다는 건, SK 텔레콤 카드로 더블 할인 받는 날이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형의 카드 사용량 증대를 위해, 18일이 좋겠구~~

- 추가 선물로 아이겐 포스트 1+1 행사에서 '세컨드커플룩'으로 하나 더 장만할까
  생각중인데, 17일에 얼마나 먹을 걸 많이 사느냐에 따라 결정될테니, 잘 생각하고. ^^

- 분당 서현역에 적립금 두 배로 주는 보드게임방을 발견했는데, 토요일 오후에 가끔씩
 형 퇴근 시간 맞춰 두두님과 방문할 예정이니, 재테크 관련 보드게임을 즐겨 보자구~

- 그리고, '나 한 번도 말은 안 했지만 형 혹시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형은 나의 이 바닥 생활,에서 만나진 가장 '자랑스러운' 남자 중의 한 명으로서,
 적립금과 할인 혜택 정보를 주는 최고의 선생님으로서,
 종로 한복판에서 눈물을 쏟고 있을 때 나타나 위로해주는 동병상련의 '선배 게이'로서,
 아직도 대책없이 경솔하게 말을 내뱉는 내게 늘 '해답을 보여주는' 든든한 보호자로서,
 내게 무척 '필요한' 존재고,
 그렇게 '있어줌'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어.

 우리가 처음 만났던, 키 웨스트도 없어지고,
 위로 받던 그 길 앞의 종로서적도 폐쇄되고,
 함께 점심 먹던 시청 앞에서의 여유도 사라지고,
 일요일 아침 정동 스타식스에서의 조조할인 영화도 이젠 같이 보기 힘들지만,
 우리도 모르게 지난 3년간 쌓여진 이 '신뢰'의 탑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는 걸,
 믿어. 후훗.



absolutely no regrets. 20031213.sat. fishbein@chollian.net



- 그리고 끝으로... 나보다 재준이가 더 좋다면, 보내주지!
 (하지만, 내 눈썹이 그리워질 때 가끔씩 뒤돌아 보더라도 난 외면하겠어!!! 쳇!)
 
 

장금이 2003-12-13 오후 14:22

헉.... 저게 진정 차돌바우의 조무래기 적 사진? 아가야, 너는 어찌하여 차돌바우가 되었느냐? 이다지도 웃긴 변증의 운명이라니.

아가야, 어찌하여 너는 이토록 모진 변증법의 장난으로, 느끼한 숯검댕 눈썹 페티쉬에 도착되었느냐? 한 살 더 먹었으니 조신하거라.

장금이 2003-12-13 오후 14:30

아, 참 그리고 dovescry님. 제가 술만 먹었다하면 치매 거품으로 뇌를 세척하는 통에 그 호텔 이름이 생각 안 나긴 한데, 왠만하면 '약속 불이행'을 탄핵하는 시위를 벌이기 전에 왠만하면 친구사이 송년회 신청란에 얼른 가서 지장 찍죠?

차돌바우 2003-12-13 오후 18:31

허거걱 나도 어디 있는지 모를 사진을 가지고 있다뉘 -.-;;;;;
누군가에게 이렇게 고마운 생일축하를 받아보긴 처음이야~~ ㅠ.ㅠ <- 감동의 눈물
퍼다가 내 홈페지에 올려야 겠어~~
그리고 말이쥐...
재준이 눈섶보단 네 눈섶이 더 멋있어~~~ ^^*

2003-12-13 오후 19:41

아니, 사람들이 왜 가만있는 나를 물고 늘어져 -_-
두 커플들끼리 깨를 볶아먹건 쪄먹건 좋을대로 하란 말이지,
엄한 솔로 건드리지 말고... 여차하면 솔로부대 발동이야!
(바우형, 하루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내가 보낸 음악메일은 받으셨남?)

한중렬 2003-12-14 오전 08:02

앗, 저도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영로 2003-12-14 오후 12:45

차돌바우형 생일 축하드립니다아[생각해보니 문득 이 말을 안드렸더군요-물론 고기는 죽어라 먹었지만서도요-]

종로서적...나름대로 추억이 많은 곳이었는데 뭐랄까 변하지 않는...사라지지 않는것이란 없는걸까요..라고 해도 그건 그것 나름대로 끔찍할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