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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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ly2 2003-12-17 20:26:00
+4 1000
퇴근할 무렵 친구에게서 시사회표가 생겼다는 전화를 받았다.
무슨영환데? 물었더니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란다.
아무생각 없이 웃을수 있을 영화라
여러가지 일로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잘됐다싶어 약속을 잡았다.
명동으로 향하는 길...
사무실에 있을 땐 몰랐는데, 이미 명동은 크리스 마스였다.
거리마다 장식된 트리하며,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캐롤들.
그러다가 문득 작년 크리스마스를 떠올렸다.

외로움에 치를 떨며, 세상 모든 연인들을 증오하던 친구와 나...
이런날 집에서 방바닥 긁기도 멋적었던지라
몇몇 친구와 스키장이라도 가자는 의견을 모았다.
눈발이 조금씩 흩날리는 국도를
캐롤을 들으며 달리는 기분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역시, 떠나길 잘했어. 흐뭇~
한껏 분위기에 취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그/러/나...
분위기 좋던 눈발은 점점 굵어지고, 바닥은 얼어붙어
체인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는 엉금엉금 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고자 국도를 이용했던 친구는
처음 가보는 길이라 어디가 어딘지 헷갈린다 하고...
두려움은 극도의 공포감으로 바뀌었다.
이대로 산속에서 오도가도 못하는건 아닐까...
후발로 출발한 친구녀석들은 고속도로를 타서
벌써 숙소에 도착했으니 어서오라는 엄한 말만 하고,
싸구려 체인때문인지 조금만 달릴라치면 빠져버려서
낑낑거리며 다시 체인감기를 반복하던 그 시골길... 진저리 처진다.

구사일생으로 겨우겨우 알프스 스키장에 도착.
콘도까지 갈 엄두가 나질않아, 스키장 근처에서 눈만 잠깐 붙힌 우리는
지금까지의 고생을 신나는 스키로 만회하자며 스키장으로 올라가는데...
세상에~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거짓말 안하고 종아리 높이까지 쌓였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본 엄청난 양의 눈이었다.
입구에서는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갈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무작정 올라갔다.
역시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스키장은 폐쇄되었고...
정말 눈물이라도 흐를것같은 절망감이었다.

좋은게 좋은거라며, 사진이나 실컷 찍자는 친구의 말에
스키장 간다고 산 스키복을 최대한 뽐내며
스키장 이곳저곳을 미친넘 널뛰듯 사진을 찍어댔다.
지금까지의 서글픔을 만회하고자 별의별 포즈를 다 취해가며...
눈발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어느순간 서울로 돌아가는 일이 걱정된 우리.
부랴부랴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왔는데... 맙소사!
그새 엄청난 양의 눈이 쌓였고, 차가 빠져나오지 않는거다.
시동을 걸면 걸수록, 바퀴밑의 눈은 점점 얼음처럼 변했고,
삽으로 아무리 퍼내도 눈은 줄지 않았다.
어쩔수 없어 어디든지 찾아간다는 삼성 애니카로 전화 했더니,
차량 통제되서 갈수없다는 말만 하고... (썅! 광고는 다 거짓말이야!!! )
정말이지... 울고만 싶었다. T.T

한시간 정도 흘렀을까? 저 멀리서 제설차가 보였다.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저기여!!! 제발 도와주세요!!!
친구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허벅지까지 쌓인 눈밭을 성큼성큼 뛰어갔고, (정말 놀라웠다!)
나는 최대한 애절한 목소리로 샬려주세요~를 외쳐댔다.
제설차는 눈속에 박혀있는 차를 눈과 함께 밀어버렸고
겨우 눈속을 빠져나온 우리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언제왔어?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같이 영화보기로 한 친구녀석, 그날의 악몽을 같이 경험한 친구다.
작년 크리스마스 생각하던중, 이 친구를 만나니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저녁으로는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순대국 -_-;;"을 맛있게 먹고
귤 몇개를 사들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가 끝나자 극장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무슨 영화가 이래!" "돈내고 봤으면 엄청 억울했겠다!"
기분좋게 실컷 웃고싶었던 나의 바램은
어이없는 영화때문에 짜증만 났다.
도대체! 왜! 이 친구와 함께면 크리스마스가 엉망이 되는거냔 말이냐고!!!

ugly2...

ugly2 2003-12-17 오후 20:45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 일것 같기도 하다. ^^
몇장의 사진속의 풍경은 이처럼 아름다운데...



관리자 2003-12-17 오후 21:13

그 악몽의 추억을 간직한 그 친구가 어글리 님의 그 '남자친구'아닌가요?
정말 애인 있는 '것'들의 무례함은 어쩔 수 없군요. 흑....... 우리는 어찌 살라고 이렇듯 사진까지 버젓이 올려 가슴에 도끼질을 하시나요?

송년회 명단에 어글리 님의 족적이 안 남겨져 있더군요. 애인과 함께 꼭 오세요. 이 글 올린 댓가로 얼른 가서 신청하세요. (x22)

ugly2 2003-12-17 오후 22:18

글속의 이 친구는, 그 친구가 아니라 다른 친구입니다. -_-;; (친구사이 게시판 아니랠까봐! )
송년회는 저도 꼭 가고 싶지만, 한참전부터 선약이 있어서 신청을 못했어요! ::´(
늦게라도 갈수있으면 꼭 참석하겠습니다.

관리자 2003-12-17 오후 22:24

안 오면 미워할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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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