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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하리수는_비여성' 해시태그 낳은 논란... 한서희의 주장은 편견과 이분법일 뿐

 

 

 

며칠 전, 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페미니스트'가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껏 그 단어가 좋은 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은 별로 없었기에 예감이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여러 뉴스에 따르면 가수 연습생인 한서희는 자신의 SNS에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트랜스젠더를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고 이것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금 더 자세히 보자. 한서희는 본인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힌 이후, 트랜스젠더 여성들로부터 자신들도 여성이니 '트랜스젠더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문제의 발언은 이에 대한 응답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니까 한서희의 말에 따르면, 페미니스트인 그녀는 '여성만 안고 갈 것'인데 트랜스젠더는 여성이 아니므로 함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한서희는 '트랜스젠더는 여성 인권을 퇴보시키는 것 같다'는 발언까지 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생각하는 여성상이 '애교 섞인 말투와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손짓과 행동이 여성스럽게 보여야 함 등'인데 이것이 '우리가 벗으려고 하는 코르셋들을 조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발언들은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논쟁은 SNS를 중심으로 더 과열되는 모양새다. 심지어 트위터에서는 '#하리수는_비여성이다'라는 해시태그가 도는 끔찍한 사태까지 벌어졌다(물론 이에 대항하는 '#하리수는_여성이다'도 곧바로 등장했다).
 

방송인 하리수씨가 지난 2013년 7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일본 트렌스젠더 인권활동가 우에다 치히로 초청강연'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방송인 하리수씨가 지난 2013년 7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일본 트렌스젠더 인권활동가 우에다 치히로 초청강연'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랜스젠더 여성이 규범적 여성성을 강화한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한서희의 발언과 이에 동조하는 움직임들은 분명 '트랜스젠더 혐오'다. 특히나 모든 트랜스젠더 여성이 그녀의 말처럼 규범적 여성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서희의 이야기는 강한 편견을 내재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정말 그렇게 사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있다고 해도 이를 그녀의 발언처럼 단순히 '코르셋(여성에게 부과된 여성성 규범)'을 조이는 여성혐오나 다름없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우선 한국 사회가 다른 어느 곳보다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과 이에 따른 규범이 강력한 공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런 공간에서 사회가 분류한 여성에도 남성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한 존재로 남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기껏해야 의문의 대상, 그래서 계속해서 부당한 질문을 받고 차별과 혐오를 겪는 사람으로 남아야 함을 뜻한다. 너무도 가시적인 낙인을 안고 가는 셈인 것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취업을 하는 것도, 그냥 길거리를 걷는 일도 고행이 된다. 

그래서 트랜스젠더들에게 규범적인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수행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일이 된다. 말하자면 이들은 코르셋을 조이는 사람이 아니라 똑같이 그것을 마주한 존재들인 것이다. 또한 트랜스젠더 여성, 혹은 남성이 된다고 했을 때 이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류화된 성적 수행 방식이 무엇이었는지도 함께 생각해보자.

한서희는 이 지점에서 시스 젠더(출생시의 생물학적 성과 본인이 인식하는 자신의 성이 일치하는 것-편집자주) 여성과 트랜스젠더 여성이 마치 대립하는 양 구도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처럼 문제를 깊게 파고들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시스 젠더 여성 역시도 규범적 여성성을 수행하는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놓고 단순히 '억압에 대한 굴복'이나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행위'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을 한 여성이 살아온 사회적 배경을 충분히 고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견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는 수행도 맥락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의미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에 그런 행위를 단순하게 일축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같은 일을 트랜스젠더 여성이 했을 때는 그것을 손쉽게 '혐오 행위'로 규정하는가. 왜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깊이를 부여하지 않고 차별하냐는 말이다.

페미니즘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한서희는 '여자들만 안고 간다'는 발언을 통해 페미니즘이 단지 '여성을 위한 사상'인 것처럼 말했다. 이는 여성주의를 향한 뿌리 깊은 오해이기도 하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더욱 정확하게 말하자면 페미니즘은 '여성을 향한 구조적 차별과 배제를 철폐하려는 것에서 출발한 사상'이다. 

말하자면 페미니즘이 '여성'을 호명하는 것은 그들이 단지 같은 성별로 분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통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원인에서 출발한 사회적 문제를 마주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여성주의는 그런 문제의 근간이 되는 사회 체제와 이념적 토대를 바꾸기 위한 정치학인 셈이다.
 

'페미니스트' 선언 후 가수 활동을 이어가는 한서희

▲'페미니스트' 선언 후 가수 활동을 이어가는 한서희ⓒ 한서희 인스타그램


특히나 한서희는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과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왔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는 여성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같은 원인에서 출발했다고는 해도 여성 개개인의 사회적 위치나 인종, 장애 유무에 따라서 억압과 차별의 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가령 소저너 트루스의 유명한 연설 '그래서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를 떠올려 보자). 

하지만 다른 경험을 하거나 대응 방식을 보인 사람을 밀쳐내는 것이 페미니즘 운동의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차이를 부정하지 않고 경유하여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념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현대 여성주의 정치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배제하자는 말은 이 같은 페미니즘의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트랜스젠더는 여성이 아니다'가 반(反) 페미니즘적인 이유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모순은 한서희가 트랜스젠더는 여성이 될 수 없는 이유로 '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왜 성별이 두 개로 나뉘어 있겠냐'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논리야말로 지금까지 페미니즘이 치열하게 맞서 싸워온 생각이다. '성이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어져 있고, 구성된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이며, 그래서 그에 따라 타고난 성격과 적절한 역할이 있다'는 이분법적인 성별 체계와 이성애 중심주의적인 사고야말로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성적 소수자 억압을 만들어낸 원인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트랜스젠더 여성을 외부에 놓고 자신을 보편으로 만들고자 한 한서희의 발언은 여성주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차 무너뜨린 셈이다. 왜냐고? 애초에 '보편/특수', '정상/비정상'의 구도는 페미니즘이 허물고자 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장 한서희가 트랜스젠더 여성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운동에 뛰어들기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페미니즘은 노동, 정치, 인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성적 모순과 부조리를 다룬다. 한 사람이 모든 걸 아는 건 불가능하고 모르면 조용히 경청하는 게 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집단과 그들이 겪는 문제를 '진짜'가 아니라고 깎아내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한서희에 대한 하리수의 비판을 모두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동의한다. 해악이 되는 줄도 모르고 아무 말이나 떠들고, 이를 통해 다른 소수자들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은 정말 '인성의 문제'라는 점이다. 

심지어 오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매년 11월 20일은 전 세계적으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로 기념된다)이다. 그야말로 타이밍도 내용도 '최악'인 발언이었던 셈이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경의선 숲길서 촛불문화제 열려  지난 2016년 11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경의선 숲길공원 일대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경의선 숲길서 촛불문화제 열려 지난 2016년 11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경의선 숲길공원 일대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1월 20일은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로 기념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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