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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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us90 2016-05-08 22:23:50
+0 256

덕수궁 석조전에서는 고려인 예술가 변월룡 선생님의 작품전을 하고 있다.

오늘은 무료입장으로 세번째 관람을 하였다. 무료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드글드글대고, 그림 앞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자신의 육안으로 보고 머리속에 담아놓기 보다는, 카메라의 렌즈로 쳐다보면서 메모리카드에 저장해놓는 부조리한 광경들이 펼쳐졌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관람때에는 유료입장이기에 다소 불쾌한 사람들을 걸러내었는데, 오늘은 도떼기 시장같은 전시회였다. 전시회 관계자들도 많은 인원들을 통제못하니 해설투어같은 서비스는 아예 취소해버리는 안내문구를 보면서 무책임하고 통찰력없는 정책과 불통의 불쾌함을 체감하였다.

 

오늘은 여태껏 두 번 관람하면서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눈여겨보면서 새로 산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스로 순간의 감상들을 메모해보았다. 그리고 간간히 눈에 띄는 한 소년이 있었다. 빨간색 티셔츠, 몽롱한 표정, 한 손에 묵직한 에코백 그리고 갈색머리.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것은 나머지 한 쪽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 그림보다는 기록물을 더더욱 유심히 읽는 것을 보니, 학교 과제로 온 것 같았다. 물론 전시되어있는작품들의 양이 상당하다보니, 코스별로 돌다보면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카메라로 간간히 그림을 촬영하거나 기록물들을 유난히 꼼꼼하게 읽는 모습이 생소하였다. 그리고 난 시간이 6시가 다 되어가기에 중간에 나와버렸지만, 그 소년은 분명히 4전시관까지 다 돌아보았으리라. 과연 그 소년은 변월룡의 작품들이나 특히 기록물에서 무엇을 얻어갔을까? 특히, 북한의 예술사절단으로 파견되어서기억으로 재현한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풍경들과 전경들이 20년전에는 국보법의 금지품목이었다는 사실, 변월룡 선생님 자체가 해리포터의 볼드모트같은 단어였다는 사실을 귀띔해줄껄......그랬더라면 그 소년이 더 뜻깊게 감상하지 않았을까? 미술전시회에서 고등학생들이 혼자서 관람하는 것은 흔치 않기에, 난 그 소년이 더 눈에 밟힌다. 부디 빨간티셔츠에 청바지, 갈색머리의 이름 모를 소년이 예술에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언젠가 또 한 번 조우할 수 있게.

 

6시가 다 되어가기에 나오면서 갤러리 입구 앞에 펼쳐진 분수대의 시원하게 솟구치는 물줄기는 따사로운 햇살과 버무려져서 전시회에서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에짓눌렸던 무엇인가가 신속시원하게 해제된 기분이었다.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나에게 오늘이 휴일임을 실감나게 하였다.

 

혹시 일요일이 무료하거나 데이트 장소로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덕수궁의 "석조전"을 꼭 입장해보시기를. 입장료는 1000원이고, 의외로 내부 벤치의 디자인이나 상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창문에 비취지는 석조전의 기둥들, 그 기둥들 사이로 보이는 덕수궁 전경. 아마도 익숙해지면 비로소 보이는 아름다움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단점은 미술관 직원들이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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