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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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5-07-06 12:51:19
+3 603



리틀 로맨스 (A Little Romance, 조지 로이 힐, 1979)
로렌스 올리비에, 다이안 레인, 더로니우스 버나드


와.... 강추. 기분 좋은 영화.

왜 진즉에 조지 로이 힐의 이 깜찍한 소품을 보지 않았던 걸까요? 조지 로이 힐의 대책없는 낭만주의가 자극하는 여행에 대한 욕망.

유럽에서 미국영화를 찍다. 유럽 소년과 미국 소녀, 만나다. 영화 소재 역시 프랑스 소년과 미국 소녀의 깜찍한 로맨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뒤늦은 누벨 바그의 영향까지 가미된 이 아름다운 소품은 조지 로이 힐 감독 본인의 작품인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시작되어 '스팅'으로 마침표를 찍고 있어요. 이는 조지 로이 힐이 프랑스 시네마텍 문화에 바치는 오마주에 다름 아니지요.

주인공인 프랑스의 소년 미국 영화에 흠뻑 빠져 미국 영화를 줄줄이 외고, 로버트 레드포드 사진을 극장 판넬에서 훔치기도 하죠. 이 가난한 택시 운전사의 아들은 심지어 영어까지 배워 둔 터였어요. 촬영장에 몰래 숨어서 구경하다가 어느 부유한 미국 부르조아의 딸과 만나게 되죠. 하이데거의 '형이상학 입문'을 읽는 13살짜리 소녀. (맙소사, 이 소녀가 다이안 레인이라니)

단번에 첫눈에 반한 소년과 소녀. 나중에는 미국으로 떠나려는 부모들 때문에 소녀는 소년에게 도망가자고 하지요. 베니스. 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타고 '탄식의 다리'에서 키스를 하면 사랑이 영원해진다는 전설을 믿고 무작정 파리를 도망치게 됩니다. 이들의 여행에 동반한 이는 소매털이 경력이 화려한 사기꾼 할아버지. (바로 로렌스 올리비에예요. 이 노배우 때문에 영화가 훨씬 더 풍요로워진 듯)

"해질 무렵 캄파닐의 종이 울릴 때 연인이 곤도라를 타고 탄식의 다리 밑에서 키스를 하면 영원한 사랑을 얻게 된다"

첫 시퀀스부터 흥분이 되더군요. 조지 로이 힐은 음악을 공부했던 경력답게 영화 음악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탁월한 감독이에요. 소년이 로버트 레드포드 사진을 훔쳐서 극장에서 달아나는 장면에 귀에 익은 비발디 기타 협주곡이 흘러나오는 첫 씨퀀스에서부터 흥분이 모락모락. 조르쥬 들르뤼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기도.

뒤 자동차가 가리는 바람에 잘 보이지 않자, 미국으로 떠나는 소녀를 향해, 폴짝폴짝 뛰며 자가용 위로 솟구친 채 소년이 손을 흔드는 마지막 정지 화면도 근사해요.

이 영화가 무슨 대단한 아트하우스 관객용 영화도 아니겠고, 사회적 시각을 반영한 작품은 아니겠지만, 조지 로이 힐이 13주간 유럽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찍어 만든 완성도 빼어난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 유럽에 대한 미국인의 열등감이 경쾌하게 만회되는 영화. 간만에 정서가 정화되는 영화를 본 듯합니다.

와.... 모처럼 기분을 설레게 하는 명화를 본 듯한.


Little Romance main title o.s.t

기즈베 2005-07-06 오후 13:07

아하.. 저 위 사진이 주연진인가보죠..^^
다이안 레인 미소가 청순할 때도 있군요..
이런 기분 설레게 하는 영화 혼자만 보는 재미는 참...
기분 나쁘구료..

음악이라도 들러주니 다행이지만..

안티기즈베 2005-07-06 오후 13:14

기즈베 님, 아래 글 보니 삼계탕 벙개하자면서요? 잘 될까요? 그냥 비둘기탕 벙개를 하시든지.

닭 좋아하는 기즈베 님만 보세요.
http://www.vegadial.homestead.com/files/fuckyou.jpg

삼계탕집 주인 2005-07-06 오후 13:32

아하 영계백숙을 못 먹어본 찌질이들이 꼭 저런 리플을 단다고 하더만요..
우리 고려 삼계탕으로 오시지요..
영계백숙의 참맛을 보여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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