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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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꼴값을 떠나 했지요. 브레이크 뉴스가 먼저 테이프를 끊네요. 항상 포털의 선정성을 경계하자던 바로 그분들이 앞장 서서 주홍글씨 전단을 뿌리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두고 뭐라고 대꾸하는 게 좋을까요? 아둔한 저로서는 '꼴값'이란 단어밖엔 생각이 안 나네요. 아주 꼴값을 떨어요.

제목도 참 지저분하지요. "왜곡된 同性愛에 흔들리는 청소년의 性." 브레이크 뉴스의 이강혁이란 기자 분의 요지는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 넘쳐나는 동성애 정보들이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망가지게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거지요. 감금과 폭행 사건으로 여덞 명의 레즈비언 청소년들이 구속된 사건이 바로 그 증거라는 겁니다.

이강혁 기자 님, 먼저 묻지요. 님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성애적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왜곡된 異性愛에 흔들리는 청소년의 성"이란 타이틀을 마빡에 붙이고 똑같이 주홍글씨 전단을 뿌리시겠지요? 앉으나 서나 청소년들의 삶과 이 땅의 건전한 섹슈얼리티 재생산을 염려하는 님께선,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겝니다. 가령, 얼마 전 남자 고등학생 여러 명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 고등학생을 땅에 반쯤 파묻었던 사건이 일어났었죠? 어떻습니까? '왜곡된 이성애에 흔들리는 청소년의 성'이란 타이틀로 충분히 커버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님들의 그 꼴값 떠는 선정성은 왜 이렇게 일방적일까요? 참 내.

어떻게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들의 논리가 이 정도 초딩 수준의 비교로 쉽게 무너질까요? 자신은 호모포비아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전제하면서, 유독 청소년 이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건을 빗대, 결국엔 동성애 일반을 단죄하는 그 유치하고도 조선일보스러운 논지 말입니다.

하여튼 요즘 기자라는 양반들의 머릿속에 들어찬 파파라치 근성은 참으로 짜증이 날 정도로 서로를 모방하고 있지요. 7월 13일 MBC 뉴스투데이의 '현장 속으로'는 기자 분들이 지 꼴리는 대로 '이반'을 '이성애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유행 현상'이란 개념으로 규정해놓고, 브레이크 이강혁 기자 분이 자신의 글에 피력해놓은 것처럼 청소년 이반들 위에 그물을 던져 동성애를 포획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더군요(이 문제는 다소 심각해, 동성애자인권운동진영에서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지요). MBC 기자들이나 이강혁 씨는 얼른 서로 연락해 이 호모포비아 텔레파시의 출처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짜증이 납니다. 그리고 분노가 치솟아요. 동성애 담론과 인권운동이 발화한 지 10여 년, 성인 동성애자들에게 가해지는 비판과 편견의 칼날이 이제 어느 정도 무뎌진 상황에서, 이 땅의 호모포비아들은 새로운 공격 지점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 '약한 고리'는 어디일까요? 바로 청소년 동성애자들입니다.

왜 갑자기 청소년 이반들이 늘어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정보 기제의 확대지요. 섹슈얼리티는 언어로부터 시작됩니다. '동성애'라는 개념조차 없던 지난 시기의 언어 부재 상황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언어화하고 그것을 자기 몸과 마음의 실존적인 형태로 구현하는데 장애가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인터넷 검색창에 동성애만 쳐도 국적을 초월하는 수많은 자료와 담론들이 존재하죠. 즉,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게 된 상황이 도래한 겁니다. 그럼 이 연령대를 다시 올려야 하나요? 이강혁 씨를 비롯한 이성애자들은 '이성에 눈 뜨는 시기'를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나 보죠?

낯설다고요? 천만에요. 이는 오히려 동성애가 바람과도 같이 청소년 시기를 관통하는 어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한 축으로써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이랄 수 있습니다. 청소년 이반들의 갑작스런 증가는 동성애자 인권운동과 인터넷의 발달이 기묘하게 함께 시작된 한국적 현상이랄 수도 있겠고요.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동성애에 대한 비판의 과녘을 청소년 이반들에게 설정하고 거기에다 집중적으로 화살을 쏘아붓고 있는 엿 같은 한국의 보수 언론들의 호들갑과 엄살 때문에 과잉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이분들을 보면 참 난감합니다. 남한 내 섹슈얼리티의 지형이 바뀌고, 청소년 이반들이 증가함에 따라 동성애자 인권운동 진영에서는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를 비롯, 청소년 이반들이 자기 삶의 권리를 찾고, 심리적 외상을 받지 않도록 독려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실천해오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함께 청소년 이반 대상 사업들을 계속 확장 중에 있습니다.

헌데 가끔 이강혁 씨처럼 불어터진 라면으로 목 조르는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요. 이번 엠비씨 사건도 그렇고요. 참 두렵고 황망한가 봅니다. 왜곡된 同性愛에 흔들리는 청소년의 성? 이보세요, 이강혁 씨, 그리고 브레이크 뉴스의 변태 제현들. 말은 바로 하랬다고 기사 제목은 이렇게 수정해야 할 겁니다. '브레이크 뉴스가 흔들고 있는 청소년 이반과 동성애'.

이런 기사 하나 쓰려거든, 그리고 가식적이나마 진보의 탈을 쓰려거든 좀 발로 취재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동성애자인 K(23.여)'와 같은 여전히 썬데이서울 류의 소설이나 쓰고 앉아 있지 말고 언제든, 오세요. 댁들의 무지를 세심하게 갈라서 분석해줄 용의가 충분히 있습니다. 꼴값은 좀 움직이면서 떠세요.



브레이크 뉴스, 왜곡된 同性愛에 흔들리는 청소년의 性
http://www.breaknews.com/new/sub_read.html?uid=21617§ion=section3

7월 13일, MBC 뉴스 투데이 '현장 속으로', '이반 문화 확산'
http://imnews.imbc.com/replay/nwtoday/article/1256910_566.html

모던보이 2005-07-14 오전 07:57

다른 곳에 올린 글이에요. 모처럼 맞은 휴일 날인데... 젠장, 짜증만 나네요.

이상하게,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 할 때쯤에 꼭 이런 사건들이 있는 걸로 보아, 방학 시즌을 맞이한 보수 언론들의 선정성 센스의 진화 현상이랄 수 있겠어요. 이곳 저곳에서 터지고 있네요. 이번 참에 동성애자 인권운동 진영에서 공동으로 대응해 아주 단단히 단도리를 해야 할 듯합니다.

가람 2005-07-14 오전 09:33

정말 이렇게 언론에서 심각한 문제를 동시에 터뜨려 주네요.
이번에 정말 이 문제를 가볍게 넘겨서느 안 될 것 같아요.

스탠바이미 2005-07-14 오후 20:09

정말 꼴같잖은 기자들이 많네요. 화난다.

golddog 2005-07-15 오전 07:59

이런말 해도 될지 모르지만.. 저희 대학.. 좀 많이 능력있으신 젊은 교수님은.. 수업중에 자주 이런 말씀 하시더라구요... 소위 기자라는 사람들.. 진짜 무식하다고.. 그 이유에 대해서 몇가지 말씀하셨는데.. 기억력의 한계로 잘 기억이 나진 않는군요.. 하지만.. 그 말씀 하실때.. 약간의 충격과(평소에 '기자'하면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정말 그렇구나하는 공감을 갖었던 기억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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