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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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게이라는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통이었고, 고통이었고, 또 고통이었던 세월을 혼자서 짊어지다가,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며 목이 메인 눈물로 기도를 대신하곤 하였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꽃다운 10대, 20대 시절로 나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한 여름에 연탄불로 방을 데펴 놓아도 너무나 추워서 오덜 오덜 떨었다.

그래서 다리 한쪽에 화상자국이 선명한데, 돌아가신 아버지랑 같은 자리 같은 크기이다.

 

 그 사이 가족과 직장에, 그리고 언론에서 커밍아웃을 하면서 연락이 닿지 않았던

선 후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커밍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중년이 되었다.

 

 종종 게이로서 나의 삶을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되돌아 본다.

나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타인들의 시선이나 기준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기준에 들지 않으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난하고 무가치하게 여겼다.

" 18" 무심코 뱉은 말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이었다.

나는 늘 타인들과 강렬한 결합을 갈망하였다.

짝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기장에 빼곡히 적혀 있는 사연들은

그 당시에 슬픔의 기록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타인들과 강력하게 연결되어서서

더 이상 혼자이고 싶지 않고, 절대로 거부나 거절을 당하지 않을 관계에 늘 목말라 있었던 것 같다.

 

 어째서 나는 늘 타인들과 강력한 융합을 꿈꾸고 현실에 있을 수 없는 관계 맺기를 원했을까?

나는 사람이란 존재가 "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 이란 철학자들, 심리학자들의 통찰을 읽고나서,

온 몸에 기운이 주욱 빠졌던 경험이 있다.

몹시도 두렵고 서늘했고 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 나는 이 세상에 홀로 내 던져진 존재이며 홀로 이 세상을 관통해서 또 홀로 떠나는 존재이며, 아무도 이 과정을 대신해 줄 수 없다" 는 깨달음이 종종 내 삶에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넌 어떻게 살았고 어떤 존재냐고 말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사람이란 "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며, 이 세상에 홀로 와서 홀로 떠나가는 존재" 라는  사실을 매우 어렸을 때 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두려움과 불안에 떨면서 그렇게나 강력한 융합을 열망하면서도, 정작 나는 타인들의 손을 제대로 잡아본적이 없다.

그저 조용한 아이, 말 없는 아이 이었고, 내심 말을 걸어주기 원하면서도 정작 말을 걸면 도망가기 바빴다.

때로는 사람들과 관계맺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서툴렀고, 동시에 그들은 나에게 나의 고독을 달래주기 위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아니라,  불안을 잠재워줄 수단으로서 타인들을 이용만 하였던 것 같다.

 

종종 아니 매우 많은 순간에 내 삶에 구원자를 바랬고, 슈퍼스타가 나타나주기를 바랬다.

그들과 결합하는 것 만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소망이 설령 현재에 이루어져서, 순간 내 것 마냥 도취가 되는 순간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여전히 존재했다.

 

" 나는 이 세상에 홀로 서야하고 홀로 떠나가는 존재이며,  존재란 아무것도 아닌 것"이란 명제 말이다.

두렵고 서늘하고 고통스러운 이 명제를 버릴 수도, 그 속에 빠질 수도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이 필요하지?

비록 서투르고 사람대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그것의 관계로 타인들을 이용하긴 했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연대하는 관계가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바라는 것의 시작이자 모든 것이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니까, 당신이 내 꿈을 이루어지게 하니까, 당신이 내 행복을 증명해 주니까,

제도나, 가치나, 윤리나, 도덕이나, 규범이 나를 인간답게 만드니까

술과 담배, 텔레비전, 영화, 그림, 음악, 책 읽기 등 등

그런 기대와 가설들이 실제로는 스스로를 공평하게 대우하지 않은 행동이며 , 타인들과 사물을 단지 이용하고

소모만 했을 뿐, 모든 행동이 전적인 존재가 존재를 걸고 다른 존재를 만나는 행동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행동을 반복하면 할수록 가장 상처입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은, 내 내면에 깊이 살고 있는 영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제 나는 내 영혼과 나와의 관계를 다시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전적인 존재로서 또 다른 전적인 존재인 타인들과 만남을 시작해야 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지지만, 타인의 성장을 위해서 삶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야 겠다고 바래 본다.

친구사이 자유게시판에서 오고 가는 수 많은 질문과 제안들을 보며, 내 자신에게로 고요히 내려간다.

그리고 내 영혼을 사랑하는 힘으로 그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더 읽어본다.

 

 내 것 마냥 끝도 알 수 없는 깊이의 본질적인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내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연민을 느낀다.

사랑의 이름으로 그 고통들을 들여다보면서 다시 한 번 내가 만나는 관계들이 나-그것인지, 나- 너의 관계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조용한 G 2017-04-28 오전 00:14

어제 언제인지 모를 시간을 지나 진짜 오랜만에 친구사이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겼었습니다. 좀 여러분이 기분 나빠하실 수 있는 내용으로 말이죠. 반 동성애파가 아닌 문후보 지지파가 아닌 같은 LGBT 들 안에서도 의견이 다 갈리고 있는 줄 압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LGBT 분들안에 엇갈리는 의견들이 있다 할지라도 LGBT 단체 활동가분들은 들어 주실거라 믿습니다.

재경님의 글을 읽고 과거에 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 왔고 지금은 또 어떨런지 새삼 이 고요한 밤에 자문을 해 봅니다.

종로에 첫 발을 내디뎠던 스무살부터 다른 사람들이 저를 일시적 순간적인 필요에 대상으로 여겼었는 게 나 또한 그런 것을 닮아가고 지겨웠었고 지쳐 갔었고 지금의 조용한 삶을 택하기 까지 끙끙 혼자앓이 했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조용히 있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말이죠. 조용한 삶을 선택한 저에게 대선으로 혼란한 이 시기에 LGBT 활동가분들에 말과 행동들이 가슴에 무언가 얹힌 것 처럼 거북했었습니다.

그 거북은 온전히 제 몫인 줄 압니다.

그 거북함은 터울님의 글에 남겨 놓은 댓글의 내용처럼 제 마음이 아직 어수선하고 정리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랑이 있다고 믿었고 사랑을 찾아 헤맸고 이 곳을 나와 처음 친해진 아이는 같은 세상의 사람으로 인해 처절하게 꿈이 짓밟히고 술만 찾다가 땅에서 하늘로 오르고 그리고 저는...지금 이렇고요.

동성애도 사랑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이젠 제게 없습니다. 정말 이 곳에 사랑이 있는지 모르겠고 그러면서도 제 버릇 어디 못 버리고 가끔 눈이 몸이 마음대로 이끌리고 억누르는 기도의 삶, 사랑을 느끼고 싶다가도 으슬으슬했던 과거의 회상이 떠올라 치면 없을 거야 라고 그 느낌을 단호하게 거부해 버리는 지긋지긋한 삶이 조용하다 못해 살아있는 건지 의심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런 제가 동성애 인권이라는 말을 들으면 인권은 공감해도 동성애? 애? 사랑? 사랑! 엎치락 뒷치락 거리며 반대하고 지지하고 중립을 지키며 때론 무시해 버렸습니다.

터울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조용하게 살다가 갑갑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요. 그럴 수 있겠죠. 있을 거예요. 분명한 건 제가 품었었던 의문을 품은 감정의 확신이 없다면 종로 그 곳에 다신 발을 딛고 싶지 않네요. 전 처럼 방황하고 싶지 않고 울고 싶지 않네요. 감정도 없이 누군가를 품고 조용한 밤을 보내고 싶진 않네요.

조용하고 고요한 밤, 저처럼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모두 진정한 사랑을 찾으시고 하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박재경 2017-04-28 오전 10:09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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