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queernews 2005-03-22 21:10:00
+0 2580


성장기, 고민이 많을 때다. 성적고민, 진로고민,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이성고민’. 여기에 굳이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덧붙이는 것은 다소 어색해 보인다. 강고한 이성애 중심주의 때문이다. 사람의 ‘성정체성’이라는 것이 자동적으로 결정되고 인식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이성애자이며, 이성애자여야 한다는 믿음을 깔고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성장기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공간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의 역할을 담보하고 있는 학교가 이러한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 크다.


교과서, ‘동성애’를 왜곡된 성으로 간주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인해 전통적인 성 도덕의 금기 사항이 무너지고, 동성애, 혼전 성교, 포르노그라피, 성 매매 등 다양한 성 문화가 범람하고 있어서 성 윤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2004, <고등학교 시민 윤리>, 103-104pp)


교과서에 버젓이 ‘동성애’를 왜곡된 성으로 규정,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회구성원의 모습에 성소수자의 존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성애자만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깔고 있어 차별적"이다.


'이성애자만 인정하는 사회'라는 암묵적인 전제는 교과서 전반에 깔려있다. 청소년기 ‘2차 성징’에 대해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나, 인간의 성을 “생식이라는 생명목적에 부응하기 위한 것”(1998, <고등학교 윤리>)으로 규정하는 것, 남녀 간 ‘결혼’을 통한 이성애적 가족 이미지를 ‘기본’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런 규정을 통해 동성에 눈을 뜨는 청소년이나 생식과는 별개인 동성애 커플이나 가족 등의 존재가 ‘비정상’으로 손쉽게 낙인 찍힌다.


성소수자 차별하는 학교


이러한 교과 과정내 차별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 전반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환경이다. 영국의 게이닷컴(Gay.com)은 아일랜드 동성애자 청소년 3명 중에 1명은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일랜드 교육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 청소년 응답자의 29%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50%가 넘는 응답자가 자신의 성적성향을 이유로 주위로부터 놀림과 괴롭힘을 받은 적이 있다, 26%의 동성애자 청소년은 이러한 주위의 압력 때문에 자해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04년 1월 18일, “아일랜드, 동성애자 청소년 3명 중 1명은 자살시도 경험 있어”)


한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 또는 동성애자임이 노출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


청소년 여성 A씨는 동성친구와 교환한 러브 레터가 교사에 의해 발각되면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담임교사가 부모를 불러 면담을 하면서 집에서 외출의 자유마저 박탈당했으며, 동성친구와의 만남 역시 철저히 차단당하며 ‘환자 취급’을 당했다. 또 학창시절 미션스쿨에 다녔던 레즈비언 B씨의 경우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지 않고, 같은 성끼리 동침하고, 지금이 꼭 소돔과 고모라와 같다”는 식의 설교를 들으면서 위축감을 느끼며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다고 회고한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교사와 동급생들의 동성애 혐오 발언도 동성애자를 학교라는 공간에서 배제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기네 반 선생님이 무슨 얘기 중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대. ‘여러분, 호모들이 왜 에이즈에 걸리는 줄 알아요?' 하고. 애들이야 시끌벅적 ‘아니요~' 했던 거지. 그랬더니 이 선생이란 사람이 ‘그건 말이죠, 똥독이 올라서 그래요~' 라고 했다는 거야. 반 전체가 그 얘기에 와르르 웃고.” (케이, 전국인권활동가대회 준비모임의 <반차별 포럼-교육과 차별>에서 발표된 내용, 2004년 4월 1일)


이렇듯 학교에서 수많은 동성애자 인권침해 실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체계적인 조사나 시정은 전무한 상태다. 2003년 9월 27일,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가 주최한 '청소년 동성애자와 인권' 토론회에서 10대 레즈비언들은 학교교육에 대해 “지금까지 학교에서 단 한번도 동성애에 관한 올바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은 정규교과 과정상의 차별적 내용들을 시정하고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포함해야 함은 물론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인권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함을 시사한다.


* '일다'에 게재된 모든 저작물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옮기거나 표절해선 안 됩니다.


ⓒ www.ildaro.com


여성주의 저널 '일다' 문이정민 기자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3664 참고로 세계인권 선언문 30조 입니다. 차돌바우 2005-12-09 2606
13663 G_Voice 다큐멘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7 기즈베 2013-02-15 2605
13662 동성애자차별조항삭제! 한겨레신문광고를 위한 모... +1 동성애자인권연대 2003-10-08 2601
13661 성전환 수술하는 거 드디어 엄마한테 허락받았어요. +3 [1987년]최원석 2014-04-03 2600
13660 게이가 기독교를 다루는 기술 +26 단비 2007-03-02 2589
13659 올림픽 공원 실시간 영상 최고상궁마마님 2003-10-12 2581
» 학교에 ‘동성애자’는 없다 queernews 2005-03-22 2580
13657 '나와 그들, 그리고 타인을 위한 삶' +6 데이 2007-06-26 2579
13656 히야신스 +1 모던보이 2004-02-07 2578
13655 어서오세요 305호에 +36 2011-07-09 2578
13654 <프라이드 페어>개최!!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성... vtr88kim 2015-06-26 2573
13653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집단별 ... +1 낙타 2014-09-12 2567
13652 춤샘, 처음 만난 날 +8 차돌바우 2005-06-13 2564
13651 대한미국! 에드 2003-10-23 2561
13650 친구사이발간도서안내 : 게이컬처홀릭 +5 게이컬처홀릭 2011-02-14 2560
13649 뜨거운 여름, 친구사이 8월 소식지 관리자 2010-08-09 2559
13648 성소수자인권지지와 인권헌장선포 촉구하는 인권... +1 낙타 2014-12-08 2552
13647 기혼남 +5 기혼남성 2012-11-03 2547
13646 한겨레신문 '동성애 혐오'담은 기독교 광고 전면에? +1 계덕이 2013-06-08 2544
13645 <참고> 후원금 휴대폰 결재 일시 중지 친구사이 2003-10-27 2544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