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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뉴스 2005-06-06 20: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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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월 항쟁과 퀴어문화축제 2005  
  
  정욜  

2000년부터 시작된 퀴어문화축제가 올해로 6회를 맞이한다. 한국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맘껏 드러내며 한판 놀이를 벌이는 퀴어문화축제는 5월27일부터 6월10일까지 진행되며 전시회, 영화제, 토론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6월 5일은 축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퍼레이드가 종로에서 펼쳐진다. 많은 동성애자들은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노력할 것이다. 이 사회가 규정한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거나 자퇴를 권고 받을 수도 있는 현실 때문에 모든 동성애자들이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자리를 통해 자긍심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으며 동성애자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퀴어문화축제는 ‘변태, 에이즈,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한국 동성애자들의 투쟁의 성과이자, 1969년 6월 미국 동성애자들이 경찰 권력과 사회에 맞서 투쟁을 벌인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며 시작된 것으로 그 정치적 의미가 남다르다. 해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는 6월을 기점으로 축제가 벌어지며 그 참가자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드랙 퀸(여장남자) 게이들과 속옷차림의 게이, 레즈비언들이 당당히 얼굴을 보이며 참여할 것이고 아이를 안은 게이, 레즈비언 커플이 참여할 것이다.


1969년, 스톤월 항쟁
“아름다워, 10년 전에 모든 동성애자들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굴욕을 던져버렸군”


뉴욕의 게이 바에 대한 경찰의 단속은 1960년대에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바(bar)에 있는 동성애자들은 백색경고등이 켜지면 즉시 춤과 서로에 대한 더듬거림을 중단했다. 경찰들의 단속이 시작되었다는 표시였기 때문이다. 모욕적인 욕설과 폭행이 있어도 단속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참아야 했다. 자신이 연행되지 않기를 숨죽이며 간절히 기도해야만 했다.


1969년 6월27일, 그날도 스톤월 인(Stonwall Inn)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 경찰들은 그들에게 모욕적인 행동으로 대했고 미성년, 신분증 미소지자, 여장남자, 종업원들을 강제로 연행해갔다. 연행해가는 경찰들을 향해 밖에 모인 군중들은 동전을 던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수갑을 꽉 채워 “아프다”고 항의한 남장여자(다이크)에게 경찰은 곤봉을 휘둘렀고 군중은 그것에 항의하기 위해 계속 동전과 돌을 던졌다. 평소와 다르게 그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경찰은 위기감을 느끼고 바 안으로 후퇴해 들어가게 되었고, 군중들은 바에 불을 질렀다. 단속경찰들은 지원 병력을 요청했다. 지원 병력은 당시 베트남전 반대 시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폭동 진압 부대였다. 경찰봉이나 최루가스와 같은 다양한 병기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스톤월로 모인 군중들은 도망가거나 뿔뿔이 흩어지지 않았다. 항쟁은 새벽 4시까지 계속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는 전 세계 동성애 운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 주 일요일에 스톤월은 다시 문을 열고 정상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바꿔있었다는 것이다. 시인 앨런 진스버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름다워, 10년 전에 모든 동성애자들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굴욕을 던져버렸군”


‘구역질 나는 건 내가 아니라, 나보고 구역질난다고 하는 이 사회다’


스톤월 항쟁이 있고 나서 3주 뒤 뉴욕의 게이, 레즈비언들은 GlF(Gay Liveration Front): 게이해방전선을 결성한다. 미국 사회와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으며, 단체명을 베트남민족해방전선에서 따올 만큼 베트남전 반대시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집회대열에 함께했다. 또한 흑인들과 동성애자들이 함께 싸울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흑인민권운동을 주도했던 흑표범당에 돈과 지지를 보냈다. 그것은 흑표범당이 게이억압에 반대하는 성명을 이끌어내는 성과로 돌아왔다.


1970년 처음으로 개최된 뉴욕 동성애자들의 행진에는 2000명이 넘는 동성애자들이 참여했다. 게이해방전선은 수 천 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대중 참여를 강조했으며, 더 이상 동성애, 이성애 구별이 필요 없는 급진적인 사회상을 제시했다. 또한 그들은 ‘골방에서 나와 거리로’ ‘천천히 큰 소리로 말하라, 나는 당당한 동성애자다’ ‘구역질나는 건 내가 아니라 나더러 구역질난다고 말하는 사회다’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톤월이라는 말은 동성애자들에게 투쟁의 역사와도 같은 의미이다. 동성애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천과 연대 그리고 대중투쟁의 과정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조금씩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는 여전히 많은 동성애자들에게 어렵다. 실제 퍼레이드에 참여하면서도 가면을 써가며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거나, 언론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애쓰는 동성애자들이 존재한다.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나 역시 직장동료들이 알게 될까 하는 두려움으로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만약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많은 이성애자들이 ‘성지향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직장에 커밍아웃해도 해고되지 않을 권리!’ 라고 적힌 플랭카드를 들고 함께 행진을 한다면 나를 포함한 많은 동성애자들이 용기를 얻고 자긍심을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실천과 연대의 장이다. 한국 동성애자들의 투쟁의 성과를 통해 탄생한 축제인만큼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는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이어야 하며 이들과 함께 동성애자 권리를 쟁취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 빈곤과 장애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반드시 빈곤하거나, 장애를 가질 필요가 없는 것처럼 동성애자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도 반드시 동성애자일 필요는 없다. 2005년 퀴어문화축제는 단지 동성애자들만의 몇 시간 퍼레이드가 아니라 이성애 / 동성애, 성지향에 의한 구분 없는 세상을 향한 첫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동성애자 자긍심 행진에 함께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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