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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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 2003-11-19 10:15:57
+4 1147

딱 한 장면, 그것 때문에 못 잊는 영화들이 있다. 시드니 폴락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그렇고 왕가위의 '해피투게더'도 그렇다.

난 메릴 스트립이 로버트 레드포드의 머리를 감겨주던 모습을 무척 좋아한다. 또, 삶에 지친 장국영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을 때 양조위가 아무 말 없이 그의 몸을 씻겨주던 장면도 좋아한다.

마치 정화의 의례인 것 같이, 연인의 몸을 씻어내는 고요한 손놀림과 물소리. 머리칼과 살갗을 말갛게 씻어 사랑의 맹목으로 다시 소급되려는, 그 유치판타지한 이미지들.

그건 마치 전쟁 통의 소등과 같다.


소등消燈

폴 엘뤼아르

어이할까나, 문에는 적의 보초가 지켜 서 있는데
어이할까나, 우리는 갇혀 있는데
어이할까나, 거리는 통행 금지인데
어이할까나, 도시는 정복되어 있는데
어이할까나, 도시는 굶주려 있는데
어이할까나, 우리는 무기를 빼앗겼는데
어이할까나, 밤은 이미 깊었는데
어이할까나, 우리는 서로 사랑했는데



꽃사슴 2003-11-19 오전 10:23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메인 테마곡으로 쓰였던 모짜르트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http://server.hyosung.daegu.kr/cgi-bin/print.cgi?soundbox=17&board=lwymusic&Count=981639839&d=

금영이 2003-11-19 오후 22:03

로버트 레드포트가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감겨주지 않나요...? 그때 그녀가 짓던 미소는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웠답니다.. 어렸을적 그 장면으로 한때 로버트 레드포트가 너무 사랑스러웠지요.... 오호호호호

꽃사슴 2003-11-20 오전 00:43

맞아요. 한참을 헷갈렸다지요.

ugly2 2003-11-20 오전 02:56

음악을 들으니, "그린카드"도 생각이 나네요. 이 모짜르트의 음악은 영화에 많이 사용된거 같아요. 그린카드에는 씻겨주는 장면이 없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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