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꽃사슴 2003-11-17 16:18:27
+5 1260
1.
공항에 내리고 보니 새벽 5시였습니다. 지구는 참 오묘하더군요. 내내 반팔과 반바지 입고 설치다가, 공항에 내려선 순간 가방을 뒤져 겨울 옷을 꺼내들 정도로 추웠습니다. 마닐라와 서울의 거리는 비행기 시간으로 4시간이지만, 계절은 그렇게 확연히 갈라서 있었습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우리는 지열이 식지 않은 열대의 거리 마닐라에서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하느라 땀으로 목욕을 했더랬는데 말입니다.


2. 한상궁마마와 금영이가 담요를 훔쳤습니다.
배신 당한 저 꽃사슴은, 공항에 내려 서울 공기를 담배와 함께 흡입하며 왜 난 담요를 훔치지 않았을까 내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잘 수 있는 꽃사슴과 달리, 공항에서 곧바로 출근해야 하는 처지를 생각해 그 둘을 용서해주었습니다.


3. 백일몽 같습니다.
원체 학술파인 친구사이 대표 한상궁 마마가 한눈 팔 기세도 없이 연이어지는 워크샵과 회의에 참가하는 동안 금영이 꽃사슴은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힐 기세로 한눈을 팔았던 짧은 3일간의 여행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책상에 앉아 보니, 대체 우리가 어디에 갔나 왔나 하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4.
'내 사랑 마닐라'의 내러티브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부단히 빨간 눈 밝힌 저 꽃사슴과 달리, 이제 막 시작된 '아시아 LGBT 연대' 과정에 동참하기 위해 부단히 빨간 눈 밝힌 두 사람 때문에라도, 짧긴 하나 유의미한 여행이었을 거라 믿습니다.


5. 방이 너무 싸늘하군요. 보일러를 켜고 담배를 죽이다가, 여행의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특히나 이국의 풍경에 유달리 약한 마음을 지닌 저로선 또다시 마음자락 펄럭이는 이 폭풍을 어떻게 잠재워야할지 도무지 마땅한 계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끝으로 여행비를 후원해주신, 재우(한상궁마마), 조한 님, 그리고 친구사이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Maraming  Salamat!


금영이 2003-11-17 오후 17:01

챠밍스쿨 홍보물에서 영상미디어센타 미디액트로, 그리고 대강의실로 바꾸어 주세요...

한?/ 2003-11-17 오후 20:00

반갑네요
얼마나 보고 싶엇다고요? 히히
이젠 친구사이 게시판에 글 많이 올라오겟내요 화이팅 부럽다 부러워

2003-11-17 오후 20:19

다녀오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네요 ^^
그리고 꽃사슴님 쪽지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 2003-11-17 오후 20:46

여기 날씨가 많이 추워졌죠?
수고 많으셨어요.

한상궁 2003-11-17 오후 20:51

사흘내내 언니들 수발드느라, 사진찍느라 수고 많았다. 고마웠어.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3744 5.16 혁명동지회 2세 주요 정치인들 석지수 2018-06-23 85
13743 어딘가에서 본 듯한 친근한 이들의 모습이 담겨... 친구사이 2018-06-22 116
13742 에이즈혐오는 HIV/AIDS감염인들로 하여금 ... 친구사이 2018-06-22 121
13741 난민혐오조장 세력은 난민의 존엄과 인권을 부정... 친구사이 2018-06-22 50
13740 2018년 책읽당 열세 번째 모임의 책은 소노... 친구사이 2018-06-21 75
13739 6월 30일 책읽당 -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 책읽당 2018-06-20 63
13738 동성애가 명실공히 정신병이던 20세기 중후반을... 친구사이 2018-06-20 85
13737 [논평]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비병리화한 세계보... +1 친구사이 2018-06-20 76
13736 이번 인권위 진정에는 전국 228개 단체, 8... 친구사이 2018-06-20 48
13735 오늘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지방선... 친구사이 2018-06-19 78
13734 ‘2018 친구사이 사용설명서’는 친구사이 안... 친구사이 2018-06-19 98
13733 오늘 친구사이는 2018 퀴어여성게임즈에 '삔... 친구사이 2018-06-18 105
13732 지난 5월에 있었던 신(新)가족의 탄생 출판 ... 친구사이 2018-06-15 83
13731 2018년 친구사이 교육프로그램 ‘커뮤니티와 ... 친구사이 2018-06-13 95
13730 건강 두뇌 몸에 좋은 좋은글 한번씩 읽고들가세요 ^^ 송택정 2018-06-10 70
13729 [모임] 문학상상 #8 슈라모쿠 2018-06-08 132
13728 6월 16일 책읽당 - 장 자끄 상뻬, <얼굴 빨개... 책읽당 2018-06-06 113
13727 ‘이번에도’… 선거마다 반복되는 성소수자 혐오 발... 리커 2018-06-03 103
13726 성범죄 피의자에게도 경찰단계부터 국선변호인 지... 이계덕 2018-06-01 97
13725 유별난 성소수자 가족공동체이야기 신(新)가족... 친구사이 2018-06-01 112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