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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한 가정폭력과 젠더불균형의 문제

개인에게 가정은 존재의 근거지다. 우리사회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가정 혹은 가족의 전통적 개념이 이미 변화하고 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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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 가정은 존재의 근거지다. 우리사회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가정 혹은 가족의 전통적 개념이 이미 변화하고 있지만, 그 1인 가구원에게도, 그가 만약 그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사회적 관계망과 완전하게 절연되어 있지 않는 한, 가정은 존재의 근거지다. 그 혹은 나는 운명적으로 연결된 누군가의 자녀(혹은 부모와 형제·자매 등)로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정은 또 다른 측면에서 '나'라는 존재를 억압하는 제도다. 그것은 기존의 사회질서가 강제하고 있는 규범의 식민지이며, 기존의 사회질서와 규범의 (재)생산기지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정은 국가(혹은 사회)가 그렇듯이 아버지의 세계다. 아버지는 질서와 규율, 곧 법의 대변자요 수호자다. 서구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한국사회는 특히 오랜 기간 아버지로 표상되는 가부장제의 식민지였다.

그런 까닭에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사적인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결과는 가족 모두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측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가족의 공동체적 삶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는 가정해체의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DV), 특히 부부폭력(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PV:Intimate-Partner Violence)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시작은 인권 인식이 급격히 성장한 20세기 중반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사회 전반적으로 시민권 운동의 확대, 여성주의의 성장, 아동옹호 운동의 발전 등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적 영역의 문제로 인식되던 가정폭력이 점차 공적 개입이 필요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한국 역시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장하는 데는 여성주의의 역할이 컸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대응의 정당성과 당위성 획득의 역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인권의식 성장, 여성주의 발전 등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여성단체들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 현재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이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서비스 및 정책적 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상담 명령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 특히 아내학대의 문제는 그 발생빈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가족부가 기혼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4 전국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조사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1년 동안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 발생률은 37.3%에 달하며, 결혼 후 조사시점까지 한번이라도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비율은 무려 45.9%에 이른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 이상 65세 미만의 혼인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2,65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기혼남녀의 부부폭력률은 53.8%이며, 통제 행위까지 포함한다면 부부폭력률은 65.6%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 전화가 2016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고된, 배우자 혹은 애인 등의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건수를 확인한 결과 살인은 82건, 살인미수는 105건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언론에서 보고한 사례만 분석한 것으로, 살해된 여성 중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경우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현재 가정폭력은 신체적 폭력, 정서적인 학대, 경제적인 위협, 성적인 폭력 그리고 방임을 포함한다. 그런데 가정폭력의 원인을 행위자나 피해자의 성격 특성에서 비롯된 개인차만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정폭력 행위가 발생하는 데는 부부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분노나 폭력을 촉발시키는 원인변수가 있고, 그 원인으로 인해 분노가 발생하고 폭력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자들은 가정폭력의 원인을 촉발시키는 상황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존재해도 모두가 폭력행위를 하지는 않고, 동일한 분노를 경험하더라도 폭력 행동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성격이나 경험 등과 같은 개인차에 의해서 일수도 있고, 당시 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노가 발생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이는 분노라는 원인이 폭력이라는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중재(moderate)해주는 변수가 있고, 이 중재변수가 개입하여 상호작용 결과 폭력행동이라는 결과변수의 영향에 변화를 줌으로써 분노를 조절해주는 제3의 변수가 존재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가정폭력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관한 성찰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허민숙은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가 해당 사회에서 어떻게 정의되고 개념화되었는가를 선행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가정폭력 재개념화 논의의 핵심은 젠더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서구 여성해방운동의 직접적 산물로 일컬어지는 여성폭력추방운동은 그 뿌리를 시민사회운동에 두고 있었던 만큼 아내 구타라는 현상을 남성 지배와 성차별의 맥락에서 파악하였다. 공/사영역의 분리, 제한적 성역할의 규범화,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필요 제도라는 광범위한 사회적 맥락에서 가족을 분석하며 가정폭력을 개인적 특성이나 일회적 사건이 아닌 성별권력과 통제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아내 구타 현상의 주된 이유를 분노, 좌절, 낮은 자아 존중감과 같은 개인적 특성과 학습된 개인 경험으로 보려는 연구들을 비판하며 왜 이 문제에 국가의 공적개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거부하기 힘든 논리를 제공하였다.

그러는 한편, 여성운동이 가정폭력추방운동에 관한 의제를 본격화하는 거의 동시적 시점인 1975년 무렵부터 친밀한 관계 혹은 배우자 폭력이 정말 젠더와 권력의 문제인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1975년 2,143명의 기혼 혹은 동거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관한 미국 전국조사를 인용한 연구(Straus, 1977/78)는 미국 남성의 11.6%가, 그리고 미국 여성의 12.1%가 폭력의 피해자라 주장하였다. 여성도 남성만큼 폭력적이라는 젠더균형에 관한 이러한 최초의 주장은 그 후속연구가 잇따르면서 가정폭력추방운동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성별권력관계에 관한 논쟁을 반박하였다. 

그리고 1980년대에 이르러 젠더균형에 관한 주장들은 여성주의자들이 젠더 불균형적 현상이라 정의한 아내 구타의 문제가 사실은 '폭력적인 커플들' 혹은 '폭력적인 사람들'에 관한 문제라는 연구(Steinmetz, 1981)로 본격화되었다. 특히 서구사회를 기준으로 볼 때, 더 이상 성차별적인 사회라 말하기 어려우므로 남성들이 가부장적 통제를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음을 강조한다. 

젠더균형을 강조하는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젠더가 폭력을 측정하고 해석하는 주요한 분석 범주로 활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남성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기존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어야만 폭력발생을 줄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구조적 요인으로서 젠더라는 범주에 매몰되기보다 심리적이고 개인적인 원인을 조사하고 그에 개입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폭력은 권력관계에 기초해 있다. 그것의 본질을 푸코는 고전주의 시대 감금의 역사 분석을 통해 '광기'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새로운 야만성인 나치즘을 '자기보존의 원리'로 파악하면서, 이러한 자기보존의 원리가 자연과 다른 인간에 대한 지배, 곧 폭력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가정폭력의 주된 피해자(혹은 생존자)가 여성이라는 것은 부부폭력(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PV:Intimate-Partner Violence) 역시 권력관계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성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혐오와 폭력, 살해는 이 권력관계와 젠더 불균형의 개념 밖에 위치하지 않는다. 『강압적 통제』(2007)의 저자 스탁(Stark)의 논의를 빌려 허민숙은, 우리의 질문은 '누가 폭력을 사용하는가?'가 아닌, "성불평등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폭력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가?"여야 함을 주장한다. 즉 폭력사용의 동기와 그가 초래하는 결과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 우리가 종국적으로 탐구해야 할 주제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폭력은 그 대상자에게 공포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목표로 했다. 피해자-희생자에게 무력감을 갖고 하고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 기존 질서를 내면화하여 스스로 자기통제가 가능하도록 훈련하는 것이었다. 젠더 불균형의 역사 속에서 여성-아내에 대한 폭력의 기능은 가부장제의 유지-강화에 종속되었다. 

그런데 폭력을 육체적 폭력의 발생과 그로 인한 상해로만 판단할 때, 폭력의 본질이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폭력의 가장 나쁜 형태인 통제, 모욕, 위협, 경멸 등이 폭력으로 제대로 표현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요구된다. 한국사회에서 가정폭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피해자-생존자가 죽음을 각오하고 가해자로부터의 폭력을 증명할 수 있을 때라는 것은 폭력(가정폭력,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우리사회의 개념이 재정의 될 것을 방증한다. 

스탁(Stark)의 논의는, 무엇보다 강압적 통제 개념은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이 육체적 폭력뿐 아니라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폭력도 포함한다는 식의 폭력의 형태를 추가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에서 경험하는 미시적 규제가 왜 여성의 자유와 평등을 제한하는 인권침해의 문제인지에 대한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그것은, 육체적 폭력이나 상해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강압적 통제라는 폭력에 훨씬 많은 수의 여성들이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평등,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하지 못함을 구체화함으로써, 폭력으로 이해되지도, 정의되지도 않았던 여성들의 경험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공/사의 모든 영역에서 유기적으로 제한해 왔는지를 명료화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윌킨스는 그의 저서 『평등해야 건강하다』에서 불평등은 더 자기중심적이고덜 친화적이며, 반사회적이고, 스트레스를 더 받게 하고, 폭력수준을 높이며, 공통체적 결속을 약화시키고, 건강을 악화시키는 사회전략들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불평등하고 위계 서열이 강한 사회는 여성들을 억압하고 남성 중심적이며 가부장적이기 쉽다. 불평등한 사회는 반사회적이며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다. 비단 인류만이 아니다. 서열이 중시되는 영장류 사회에서도 지배적인 동물에게 모욕을 당했던 동물은 자신보다 약하고 여린 동물에게 이른바 '전위된 공격 행동(displaced aggression-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억압한 사람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 분노를 표현하는 행동)'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할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확인받고자 하는 우열사회가 낳은 병폐이다.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나치의 희생양이 된 유대인들을 연구하면서 이런 부작용을 '자전거 타기 반응(bicycling reaction)'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강력한 서열 체계를 가진 권위주의적인 사회 구조에서 사람들은 마치 자전거를 탈 때의 자세처럼 윗사람에게는 머리를 조아리는 반면 아랫사람들은 발로 차서 뒤로 넘어뜨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왜 여성이나 종교적·인종적 소수자가 더 심한 차별을 당하게 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윌킨스의 논의는 우리사회가 좀더 평등지향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할 가치가 있다. 더불어서 젠더 불평등의 문제가 가정폭력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과 그것을 기본적 인권의 문제로 삼아야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여성주의(feminism)는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운동이다.

마리아 미즈에 의하면, 페미니스트운동은 남성(권력) 엘리트를 다른 (여성)권력 엘리트로 대체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엘리트도 다른 이들을 착취하고 지배하며 살아가지 않는, 서열이 없고, 중앙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기본적으로 무정부주의 운동이다. 무엇보다 페미니스트는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남녀관계에 대한 침묵의 공모를 과감하게 깨트리려는 이들이고, 이 관계를 변화시키고 싶은 인물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여성혐오와 가정폭력(보다 정확하게는 배우자폭력-아내구타), 그리고 데이트 폭력을 근본에서부터 성찰하고 그 대안을 시급하게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의 가족해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하다면 먼저 그 인구 생산의 주체라 할 여성에 대한 인권의 문제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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