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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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2017-12-05 10:25:25
+3 308
안녕하세요. 제 동생은 친구사이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br />
그곳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전화로 부모님께 나 게이다 알아서 살거다<br />
라며 커밍아웃을 하였습니다. <br /><br />
저는 동성애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인정하는 편입니다.<br />
하지만 제 부모님 세대에는 더욱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죠.<br />
전 제 부모님을 설득했고 그래서 부모님도 동생에게 어느정도 마음을 열었습니다.<br />
너가 동성애자이든 어떻든 내 아들이고 하지만 바로 모든걸인정하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 친구사이 모임에 가되 연락없이 밤새지 말고 우선 본인이 후에 먹고살 수 있게 자기 계발에 힘쓰라고.<br />
아무래도 동생이 동성애자라면 이 사회 속에서 더 힘들어질걸 걱정하셔서 번듯한 자기 일을 만드는데 우선으로 하라 말씀하신거 같습니다.<br />
하지만 친구사이에서 제 동생은 뭘 들었는지 자기 인생이니까 내가 맘대로 산다 하며 집에 늦게 들어오거나 다음날 들어와도 집에 가족이 걱정하든 말든 수신 차단을 하며 자기 멋대로 행동을 하고있습니다. 마치 사이비종교에 빠져 눈과 귀를 다 닫은 것 같습니다.<br /><br />
친구사이에서는 가족은 버리고 너 인생만을 살라 라는 걸 주장하나요?<br />
본인이 성정체성을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그것을 인정할 시간을 가족에게 주어야하는거 아닌가요?<br />
동성애자에 거부감없던 저도 이런 제 동생 때문에 반대하게될것 같습니다.<br /><br />
제 동생 이름은 안밝힙니다. 답답합니다.<br />
동성애자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박재경 2017-12-05 오후 13:30

안녕하세요. 님 반갑습니다.
저는 친구사이의 마음연결에서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경이라고 합니다.
가족이자, 누나이자, 인생 선배로서 동생을 두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동생 분이 친구사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화로 일방적으로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했군요.
동성애나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서 부모님들은 제대로 이해를 못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계시고요. 그래서 부모님과 동생 사이에서 중재도 하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노력을 하고 계시네요. 서로의 생각이 다른 두 지점 사이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다보면 많이 지치고 힘들 것 같습니다. 가족 간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생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상의 하는 게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참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자신이 동성의 남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부모님께 고백하기 전과 후에, 동생분의 생활방식이 달라져서 예전의 알아왔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어지나 봅니다. 새벽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도 수신차단을 해 놓았고요. 이런 행동들이 한 두 번이 아니라 반복되다 보니, 동생 분에게 실망하는 마음이 들고 배신감도 들 것 같네요.
한편으로 이러한 생활방식을 앞으로 유지하고 살아가게 된다면, 동생분의 미래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예상이 들어서 걱정스럽군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몇 가지 궁금한 지점들이 생기네요. 말씀을 드려도 괜찮겠지요.
부모님과 동생 분 사이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동안 님이 주로 갈등에 개입하고 중재를 해 오신 것 같아요. 그러한 역할을 할 때 부모님께 서운함 보다는 대체로 부모님의 말씀을 더 이해하는 편이고요. 동생 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을 해 오신 것 같아요. 그런데 동생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부모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만 생각되어서, 대화를 꺼리게 될 것 같아요. 과거에는 그러한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 방식으로 문제해결이 어려워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동성애자들에게 가족이란 무슨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 말씀 속에 원망스럽고 화나고 슬프고 걱정스러운 복합적인 감정이 읽혀집니다. 가족 중에 아무도 그런 마음을 헤아리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이 드네요. 저는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힘들고 기운이 빠져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제가 보기에 동생분도 아니고 부모님들도 아닌 것 같거든요. 사람들은 해결하기 힘든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면, 특히 그 동안의 대처방식으로 문제나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우면,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상황에서 잠시 숨 돌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가족들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마지막으로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과 옳고 그름 혹은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구분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서 어떤 관계에서도 옳고 그름 혹은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그 사람의 영혼을 제대로 볼 수 없어요.
그런 마음은 사랑에서 출발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두 사람의 마음을 더욱 멀어지게 합니다. 왜냐면 서로의 의무감 때문에,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엉뚱하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서로를 겉모습만 볼 수 있을 뿐 이예요. 그래서 동생 분에게 더 좋은 미래를 설명하고 제시하는 설득들이 동생분의 영혼을 느끼고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친구사이는 마음연결 게시판을 통해서 온라인 상담을 하고 있고, 전화 상담이나 대면상담들도 하고 있습니다. 저와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으시면 하단의 마음연결 상담 게시판을 이용하시거나, 전화로 상담을 예약하시면 어떨까요?

마음연결 게시판 상담: https://chingusai.net/xe/online
문의: 070-4282-7943

오늘은 이만 줄이고요

감사합니다.

마음연결 상담원 박재경 드림

누나 2017-12-07 오후 16:16

댓글 읽어보았습니다.
제 말이 조금 부족했나보네요.
저와 부모님은 여느가족처럼 제 동생이 향후 50대 60대 더 나이들어서까지 잘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더욱이 동생이 선택한 길이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일반적인 길은 아니니 일반인들보다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늙어서까지 지금처럼 가족들이 케어해주고 걱정해줄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 동생은 지금 오로지 친구사이에서의 모임과 비슷한 모임에만 빠져 모든걸 다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말만 하면 자기는 지금만 행복하면된다하고 술마시고 두번이나 쓰러져 병원에도 갔던 적이 있으면서 밤을새거나 늦게들어와도 가족의 전화나 연락은 수신거부하며 자기 인생이니 신경쓰지말라고 합니다. 물론 친구사이 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진 않겠죠. 제 동생이 유별난걸겁니다.
단지 제가 많은 고민끝에 글을 쓴 이유는, 인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커밍아웃에 앞서 가족의 의미도 잘 생각해보게 해주었으면 해서입니다. 갑자기 동성애자다 라고해서 특히나 부모님 세대에서 그걸 두팔벌려 이해해주는건 사실 힘든 일이죠. 심하게 반대하는 가족도 있겠지만 그런걸 시간이 많이걸려도 천천히 이해시켜야하는 것이 자식으로써의 도리가 아닐까요.

탓하는건 아닙니다. 단지 친구사이를 접하면서 더욱더 자신밖에 모르고 지금밖에 모르는 하루살이 같은 제 동생이 그나마 지금 무척이나 믿고있는 곳이 친구사이이기에 저희같은 가족을 위해서도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순재 2017-12-09 오전 00:38

술 먹고 쓰러진 적이 있다니 동생 분의 건강이 걱정이네요. 잘 조절하고 주변에서도 좀 챙겨 주면 좋을 텐데..
저도 여기 막 나왔을 때 그런 시기를 겪었어요. 억눌러 왔던 것들에 대한 해방감, 그동안의 갈증이 해소되는 충만감, 비로소 만난 이 공동체에 대한 강렬한 애착... 과거 혼자 외롭고 괴로웠던 시절의 관계에는 한동안 소홀해 지게 되더라구요.특히 가족을 향해서는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이 들었었어요. 내 아픔을 고백하면 편이 돼 주기는 커녕 날 버리고 혐오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며 자랐었고, 원망, 분노, 야속함, 그럼에도 미안함.. 그러다가도 대체 난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가! 뭘 잘못했길래, 그런 억울함, 설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알 수 없는 답답함... 커밍아웃의 문제와는 별개로 다른 요인들로 인해 관계 자체가 안 좋기도 했어요.
성소수자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글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요. 제겐 그랬어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이고 이젠 서로 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싶은 지금도 왠지 자꾸 서로 상처만 주게 되네요, 영문도 모른 채.
친구사이를 만나고서 지나치게 열중하는 경향은 여기 오기 전까지 힘들었을 수록, 외로웠을 수록 반대급부로 더 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누님과 가족들의 심정도 이해가 되고... 어쩌면 동생 분도 다 알고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꾸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건지도 몰라요. 마음 아픈 글이네요 ㅠㅠ 서로가 상담을 통해 좋은 길을 잘 찾으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이라는 곳에 가시면 다른 부모님과 형제 자매 분들을 만나 보실 수 있는데요, 도움이 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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