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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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 2003-10-23 07: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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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홈페이지 한 달 1만 명 접속자 수 쟁취를 위해.... 요즘에 마비된 필력을 대신해 그전에 썼던 글들 자주 퍼옵니다. 아주 오래전에 쓴 글입니다.

옮기다 보니 문뜩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에겐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데까지 이르는 시간이 참으로 뒤죽박죽이라고. 당분간 내밀한 걸 내밀지 말아야겠어요. 눈을 지우고 입을 가려, 다시 숨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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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후배한테 들은 몽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몽고 남자들은 여자에게 '마음에 든다, 우리 사랑을 나누자'라고 이야기 할 때는 '우리 산에 가자'라고 이야기한단다.

베트남 산골 마을에선 밤이 어슬어슬 내린 시각에 숲속의 오두막 집에 처녀 총각이 모여 서로 구애를 한다. 그들은 곱다시 단장을 했기 때문에 화려한 색깔의 새들처럼 마음에 드는 짝 옆으로 다가가 수줍게 서로의 옷을 칭찬한다.

생존하는 유목민 중에서 가장 용맹하기로 소문난 마사오족은 남자라면 소떼를 모는 '청소년 그룹'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일정한 기간이 되면 마을의 소녀가 청소년 그룹이 묵고 있는 막사에 낙엽 소리를 내며 찾아온다. 소녀는 부끄러운 듯이 가장 마음에 드는 청년을 손가락으로 선택해 숲 속의 안락한 잠자리에 들 수 있다.

그리고 여직껏 체면의 성 문화와 개방적 성 문화가 요란하게 혼동되어 있는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술 취한 걸 핑계 삼아 이렇게 말한다.

"우리집에 가서 술 마시자."

얼마 전 난 그렇게 말했다가 이태원 길거리에서 뺨을 얻어 맞았다. 생전 처음 만난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원나잇 스탠드 같은 거 안 해요!"

문화의 차이 만큼 개인의 표현 양식의 차이도 천양지차다. 그 차이를 조율하는 데 드는 인내의 비용을 우리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상호 관계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 그렇지만 성격이 급한 난 인내의 비용을 지불하는 걸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모든 차이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상대주의가 사실 못마땅하다. 게다가 낮의 체면과 밤의 욕망이 기름과 물처럼 둥둥 따로 떠다니는 한국의 도덕, 특히 한국의 압축된 근대화를 반영이나 하듯 훨씬 더 집요하게 위선적인 게이 커뮤니티의 성 모랄에 대해서는 그다지 인내의 비용을 지불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앞으로도 난 우리집에 가자, 라고 말할 것이고 언젠가는 또다시 뺨을 얻어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태원에서처럼 발악 화를 내고 그렇듯 마초적인 행각을 벌이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왼뺨까지 들이밀며 줏대 없이 웃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반대로 왜 아무도 나에게 '우리집에 가서 술 마시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거지?





황무지 2003-10-23 오후 18:07

그러고 싶어 진다...

술 집에서 옆 자리의 남자와 말을 하게 되었다.
제법 그 남자와 대화가 오고 가고 가만히 들어 보니 그 남자의 목소리는 내 귀에 달라 붙는다.
못마시는 맥주를 홀짝 거리고 있는 참에 문득 그 남자가 내뱉는 담배 연기 속에서 내게 주문을 건다.
'우리 집에 가서 마셔요. 맥주는 얼마 든지 있어요..'
그 말에 진위를 따져 혹시나 있을 지 모를 강간의 두려움에 잠시 몸을 움추려 보지만..
생각해 본다.

어쩜 이 남자의 진위는 내 판단보다 우위 일 수 있다.
어쩜 이 남자의 친절은 그저 친절일 수 있다.
어쩜 이 남자와 접촉은 생각보다 황홀할 수 있다.
어쩜 이 남자를 믿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일 수 있다.

가방을 둘러매고 지하철을 혹은 택시를 그도 아니면 버스를 타고 간다.
이야기는 계속 된다.
살아온 이야기, 자기 친구들 이야기, 커밍 아웃과 아웃팅의 공포를 이겨내고 살아온 이야기,
만났던 사람 혹은 사랑했었던 사람 그도 아니면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이야기라도 한다.

듣는 쪽보다 질문하길 즐겨 하는 나이니 아마 그의 발폭에 맞춤식 질문을 던진다.
이왕이면 과묵한 남자가 좋지만 가는 내내 과묵하면 어색할테니 간간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그렇지만 진지한 어투로 듣고 싶을 것 같다.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를...

집에 도착해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안주를 만들며 이야기는 계속 된다.
방바닥에 눕던 테이블 의자에 양반 다리를 꼬고 앉던 오고 가며 옷깃을 부딪치면서도
무덤덤히 주변 기기를 만지작 거리며 술 마시기 좋은 분위기 조성을 힘쓰는 내내..
난 둘러 본다.

사는 모습을 보면 그 남자를 알게 되는 것이라 생각되기에 두루두루 돌아 보며 가전 기구의 형태에 신경을 쓸 것 같다.

준비는 다 됐다. 술을 마신 다... 지나가는 침묵 속에 그저 시간을 죽여 가며 맥주를 마시다가
어쩜 손길이 닿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을 것같다.
첨 만난 남자에게 뭔갈 요구할 만큼 도발적이지 못한 나니까 술을 마시다 잠시 눈을 붙이고 싶어 할뿐 일 거 같다.

이불을 내오고 벼개를 따로 끌어 앉고 누워 무슨 말이 그리 많은 지 모를 이야기를 또 나눈다.
나누고 나누면 더 할 게 없을 거 같은 살아가는 이야기엔 끝이 없을 거 같다.

눈이 감기는 순간에 기대도 감긴다.
눈을 뜨는 순간에 아쉬움도 떠지겠지만....

아무 사건 없이 무사히 넘어간 날 아침은 어쩜 또하나의 약속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와서 마셔도 되죠.? .... 웃는 그 남자의 환한 얼굴을 .... 상상해 본다.....

ugly2 2003-10-23 오후 21:09

여러가지로 동감가는 글이네요.
자기방어로 중무장한 사람들에게
"우리집에 가서 술한잔하자"라는 말은
음흉하고 끈적이는 꼬임으로 들리겠지요.
그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합니까?
"우리집에 가서 박타자"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_-;;

그 말의 해석은 상대방에게 맡기는것이 가장 좋을듯 합니다.
그 누구처럼 "원나잇은 안해요!"라고 말한다면
"그냥 술 마시자는 얘기였어. 민감하기는..." 한마디 해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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