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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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 2003-10-31 22:37:10
+1 1983
장금이, 금영이, 한상궁마마, 영로(우열), 한, 마님, 그리고 이성애자 남성 둘.

이렇게 연극을 보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관람 전에 극장 앞에서 서성이는 남성들에게 점수 주는 게임을 하며 시끄럽게 수다를 떨다 극장에 들어갔습죠.

오프닝 씬이 일단 현란하더군요. 남자들이 죄다 벗고 나왔으니까요. 또 연산에게 몸을 바쳐 부귀영화를 누리던 공길의 몸매는 자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들더군요. 다른 이는 별로라던데, 멀리서 본 공길은 적어도 100점 만점의 80점은 되었습니다. ㅋㅋ

'지루하다'는 소문에 비해 연극은 그럭저럭 코믹하기도 하고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
장녹수와 연산군의 관계는 옵션이고, 연산군과 공길과 장백의 동성애적 삼각관계가 주된 스토리더군요.

연극을 보고 나서 극장 앞 '돌담길'에서 간단히 호프를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물론 어찌 그냥 헤어졌겠습니까? 거기서 금영이의 제안으로 지구를 더럽혀라 프로젝트 '사면발이 공주들'을 친구사이 이름으로 내년에 공연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사면발이 공주들로는 금영이, 한상궁마마 등이 물망에 올라왔는데, 원래는 '머릿니'인데 자꾸 사면발이로 자신을 착각해서 구박을 받는 '영로(우열)'도 영입 대상입니다. (물론 술자리 즉석 아이디어니 현실화되기란 거의 불가능하겠죠.ㅋㅋ)

지하철을 타러 모두 헤어졌는데, 저와 제 이성애자 친구들은 장녹수 역할을 했던 배우를 늦게 만나게 되어 대학로에서 벌이지고 있던 '연산군' 출연 배우들 뒷풀이 술자리에 가게 되었습니다.

헉..... -.-

공길은 예전에 이미 몇 번 본 배우더군요. 흑... 그는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던 유부남이었습니다. ㅠㅠ 가슴에 손 얹는 자태가 심상찮으니 더 늦기 전에 친구사이에 가입하라, 고 윽박지르는 것으로 제 분노를 대신했습니다.

무대에서 멋있어 보이던 남자들은 한결 같이 술집 조명 아래에서 초라하게 퇴색한 30대 중반의 아자씨들로 보였습니다. 연산, 장백 등등..... ㅠㅠ

어제의 교훈 : 극장 밖에 나설 때 절대 희망을 품지 말자.


p.s
어제 늦게까지 그 뒷풀이 자리에서 술을 진창 마셔댔더니 머리가 아프네요.




영로 2003-11-01 오전 00:14

속지말자 조명발~
어찌나 번들번들 빛이 나던지 절로 얼굴이 달아오르던걸요 후후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