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구) 상근로봇은 수입이 들쭉날쭉해 불안한 후리랜서 생활을 마치고
다시 직장인이 되기 위해 면접을 보았습니다.
아는 분이 이미 근무하고 계시던 회사라서
그 분을 통해 이력서에 이런저런 사항을 쭉 적어서 제출했는데
현장에서 출력된 이력서에 한 줄이 빠져있더군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근무
그 분의 설명인 즉, 면접 최고결정자인 대표님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혹시나 싶은 마음에 그 분이 지우셨다고 했어요.
아...
순간 저는 예수님을 부정했던 베드로에 빙의된 기분이었어요 ㅠㅠ
내가 당장 먹고 살자고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낸 시간..
저한테는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인데 없는 척 해야한다니 ㅠㅠ
간부급? 여러분을 앞에 두고 면접을 보는데
친구사이 근무기간이 없으니 후리랜서 기간이 긴 것처럼 보였나봐요.
마지막으로 근무한게 친구사이 근무하기 전에 다녔던 출판사가 맞냐고 질문하길래
저는 또 한 번 베드로가 되었..
그놈의 먹고사니즘 ㅠㅠ
"NGO 인권단체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묻더라구요. 무슨 인권 단체냐고.
그래서 또박또박 대답했어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에서 근무했습니다."
순간 분위기가 싸~ 해지는 것 같은건 기분 탓;;
다소간의 침묵 이후
"그 단체에서 근무한다는건.. 그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라는 질문이;
그래서
"저는 성정체성이 이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면접관님이 남자임을 받아들이듯이 조금 다른 성정체성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 뿐입니다." 라고 대답했어요.
'어우~ 몰라. 이걸로 떨어지면 난 이제 일용직할거야' 속으로 생각하면서;;
면접이 끝나고 난 친구사이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것도 결심?과 용기가 필요했는데
실제로 커밍아웃하는 분들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할까.. 싶었어요.
커밍아웃하신 분들 존경합니다!
가람언니가 그러더라구요. 제가 한 것도 일종의 커밍아웃이라고..
살다보니 이성애자가 커밍아웃하는 일도 있네요 ㅋㅋ
결과는... 일단 계약직이긴 하지만 그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어요.
9월 12일부터 출근했고.. 과장 발령 받아서 뺑이 치고 있습니다;
정신도 없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열심히 하는 중이지요. 오호홋~
그래도 지보이스 공연은 꼭 갈 거예요!
그 때 다들 뵈어용~!!!!
(아... 자꾸 다들 보고 싶다 ㅠㅠ)
우왕 누나. 저도 보고싶습니다!!
지나 언니~ 취직 왕추카 추카!
대표님의 종교에도 불구하고 떡하니 붙은 건
'면접관님이 남자임을 받아들이듯이 조금 다른 성 정체성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멋진 소신 발언 덕분 아니었을까? ^_^b
일하느라 바쁘고 정신 없겠지만
무리하지 말고 밥도 꼭 챙겨 먹어.
공연 때 보자구~! ^0^/
축하드려용:) 이성애자들의 커밍아웃도 큰 용기가 필요한 거 같아유
고맙습니당\></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