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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5-07-05 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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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적 지향은 무엇일까? 성정체감은 어떻게 발달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은 심리학의 영역이다. 그러나 한국의 심리학이 이 같은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해주는 것 같지 않다. 한국의 일반적인 상담소 사이트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동성애를 청소년기에 겪고 지나갈,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심리학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7월 4일 연세대에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동성애 연구, 이렇게 한다” 강연회는 심리학 내 동성애 연구의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강연자는 센터의 부대표이자 심리학 연구자 이후소씨. 이후소씨는 미국 심리학 내 동성애 연구의 변천사와 미국의 게이 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심리학에서는 동성애가 비정상적인 것이자 정신 질환의 일부라고 보았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증상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연구가 등장한다. 1969년 스톤월 시위 이후 한창 동성애자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무렵, 심리학자 에블린 후커(Evelyn Hooker)는 게이들이 실제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연구를 시행했다.


후커는 지능, 나이, 교육수준이 비슷한 남성동성애자와 남성이성애자를 각각 30명씩 표집해서 임상심리 테스트(로샤테스트, 주제의식테스트, MAPS 테스트)를 시행, 그 결과물을 섞어서 동성애가 정신질환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에게 구분해보라고 요청하였으나 그들은 구분하지 못했다. 후커는 이성애자의 2/3와 동성애자의 2/3가 양호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두 집단 간 반응차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의 질병분류(DSM)에서는 동성애 항목이 사라졌다.


이후 미국 심리학계는 동성애에 대한 정신병적 모델 대신 동성애를 긍정하는 모델로 변해간다. 이후소씨가 소개한 동성애 관련 주제는 성적 지향성 측정과 성 정체성 발달이다. 특히 초기 성 정체성 발달 이론이 등장한 1980년대의 경우 커밍아웃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소수 동성애자들 및 연구자 자신의 경험을 대상으로 이론이 구성됐다. 그래서 성정체성 발달의 전체적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자신의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사회적 커밍아웃을 중요한 부분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페미니즘 진영의 비판에 의해 커밍아웃에 대한 중시가 교정된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여성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것은 이중적인 부담을 지는 일이다. 그래서 Fassinger(1996)의 모델은 커밍아웃을 성정체성 발달의 증거로 보지 않았다. 커밍아웃은 사회적 억압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 정체성의 발달과 집단 정체성의 수용이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심리학과 관련된 논의 외에도 많은 논의들이 나왔다. 이후소씨는 1994년 연세대 동성애자모임 컴투게더로 운동을 시작할 무렵과 현재를 비교해 볼 때 동성애자라는 단어 대신 성적 소수자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성적 소수자”라는 단어의 장점과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미국 동성애 운동이 처한 문제점, 미국 심리학에서 이루어진 동성애 혐오범죄 연구의 성과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청중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심리학과 동성애가 아직은 낯선 교집합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성정체감, 성적 지향성 등의 심리적인 주제가 동성애 운동에서 중요한 이슈인 만큼 심리학과의 접점을 통해 보다 풍부하게 운동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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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윤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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