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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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8-12-31 12:47:35
+0 161

제목을 생각하니 여기 저기서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서른 중반의 늦깍이에, 이렇게 살다가 죽을 바에는 차라리 게이들을 만나고 나서 죽자라는 심정으로

그렇게 직업모임의 사람들을 만나고, 직업모임의 후배의 추천으로 친구사이에 들어왔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다가 자빠질 일이지만, 그 시대에, 그리고 나의 개인적 역사는 그게 가능한 생각이기도

하였지요. 다른 남성을 향한 나의 갈망을 숱하게 거부하다가 인정하게 되는 순간 편안하지만은 않았어요.

왜냐하면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마흔 이후의 나의 삶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꿈을 꿀 수가 없기 때문이었어요.

마치 20대 중반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란 노래를 들으며 느꼈던 묘한 감정과도 매우 비슷하였어요.

 

친구사이에 들어와서 정신없이 10여년을 보내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저 역시 낼 모레면 나이 50을

바라보네요.  50 이라는 만만하지 않는 삶의 숫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무엇을 하지 못하고 살았는지, 무엇을 붙잡았고, 무엇을 놓쳤는지 말이예요.

 

최근에 존경하는 형과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어요.

 

" 나는 내가 혼자서 무엇이든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오랫동안 착각을 했던 것 같다"

" 생각해보니, 친구사이 대표랍시고 열심히 하려다보니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고, 지금 일 역시도 여러 사람이

도와서 하다보니 이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

" 그런데 정작 내가 혼자서 가야 할 길 앞에서는, 나는 도저히 첫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 내가 이렇게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너무 큰 충격이자 슬픔이다."

"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또 요새 소일거리 삼아서 글을 쓰다가 이렇게 고백한 적도 있지요.

 

" 게이라고 뭔가 그래도 나은 별 볼일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실제로 나는 그러한 삶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더러, 나는 그렇게 별 볼일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라고 말이예요.

 

우리의 인생은 소설의 기승전결의 구조처럼 엮을 수는 없을 거여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저 역시도, 결정적인 뭔가 하일라이트를 바라고 꿈을 꾸기도 했고요.

그러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왔기에, 지금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요. 아쉽냐고요. 물론 아쉽기도 하지요. 그러나 대신에 자유를 선택하면 되니까요.

결정적인 뭔가 하일라이트를 빛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 삶도 좋겠지만요.

그런 것을 가지지 못해서, 대신에 대안으로 가질 수 있는 삶들 또한 사랑스럽기 때문이예요.

삶의 길은 종종 울림을 주지 않고, 웃을 일보다 늘 걱정거리를 달고 살게 할 때도 많지만요.

 

예전의 나처럼 지금도 마흔 넘은 게이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20대의 사람들도 있겠지요.

게이의 생활방식을 어떻게 전제하고 상상하느냐에 따라서, 게이범주에 속하는 연령대는 정말 다양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보통의 사람들이 전제하고 상상하는 범주의,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형들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렇다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내가 상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묵묵히 열심히 자신의 삶의 길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늘 건강하고요.

정작 50 의 주인공을 말하지 않았네요.

다들 아시겠지요. 모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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