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동성애자로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확신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게이들을 만나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나 좋다는 사람과 연애도 몇 번 해보았고,
순수한 사랑도 나름 길게, 딱 한 번 나누어 보았다.
그 사랑의 감정이 조각조각 흩어져 오랜 슬픔과 추억속에 파묻힌 뒤로는
그 어떤 좋은 사람을 만나도 그다지 오래가지 못하는, 어떻게 얘기하자면 실패한, 그런 연애를 하게 되었다.
이젠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지쳐 게이들을 만나는 것 조차 노력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렇게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때에,
7살 차이나는 친형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는 허니문 베이비로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들은 부모님은 내가 여지껏 봐온 모습 중 가장 기뻐하셨고, 어머니는 눈물까지 흘리셨다.
나도 굉장히 신기하고 덩달아 조카가 생겼다는 사실에 신났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씁슬했다.
올해는 일주일 내내 어머니와 단 둘이서만 생활하는데,
형수의 임신을 알고 난 이후로 어머니가 슈퍼맨이돌아왔다 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신다.
브라운관 속의 애기들 모습을 보며 흐뭇해 하시면서,
"너는 언제 장가가서 자식 낳고 살래" 한마디 하신다.
예전같았으면 "나 결혼 안해, 혼자 살거야" 하며 대꾸를 했을지언데,
형의 결혼식을 준비하며 머리를 싸매셨던 어머니께 "나는 결혼 안할거라서 이런일 또 없을거야" 농담을 쳤던 내게
그게 더 불효라며 일침을 가하셨던 그 후로는, 장가 얘기가 나오면 대꾸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별로 신경도 안 쓸 것인데,
이게 나도 모르게 형의 결혼식 이후로 무의식적으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요즘들어 매일 꿈을 꾸는데, 하루는 여성과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다가 또 하루는 어떤 남성이 내게 기대고 있다.
하루하루 번갈아 가면서 상대의 성별이 바뀌어 내 곁에 머물러 있다.
여지껏 살면서 내 스스로가 동성애자임에 부끄럼 없이 살았고 오히려 당당히 가족외의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며
인정받고 존경받고 나름 멋진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리고 나란 사람은 편협된 사고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모순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의 인생에 대해, 나의 정체성에 대해 그런 자신만의 고민을 하면서
쥐도새도 모르게 그 고민엔 사회적 통념이 얽히고 설켜있었다.
마음이 우중충하고 복잡하다.
친구에게 맥주한잔 하자고 연락할까 했지만, 이 불편한 심기가 전염성이 있을지 몰라 이내 관둔다.
지금 이 순간에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는건 그저 불필요한 감정소모일 뿐일까
어차피 앞날의 선택은 내 몫이고,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것 역시도 내 몫이다.
그 누구의 조언도, 충고도, 메뉴얼도 없다.
그냥 지금 내 심정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그 어떠한 결과도 마주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 도무지 확신이... 확신이..
어찌해야 내가 더 행복할까 라는....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그 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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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남겨주신 고민글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고민의 흔적이 여기저기 많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와 자신의 성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살아가고자 욕구 사이에서의 갈등과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쯤으로 이해를 하고
저의 의견을 짧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개인이 온전히 자신의 모습과 감정을 드러내고 또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이해하고 이해를 받는 순간 진정으로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긍정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다수가 지향하는 욕구와 삶의 모습에 자신을 검열하고 사랑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거짓을 말해야 하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일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사랑하고, 또 일상에서 늘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해지지 못하는 삶은 누가 봐도 부러울 법한 것들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은 결코 행복해 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끊임없이 내재되어 있는 동성애 혐오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스스로가 충분히 관용적이고 열려있다 생각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순간순간 동성애 혐오적인 생각들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어릴적부터 이성애중심적인 교육과, 그런 사회 속에서 교육받고 훈련되어지다 보니 다양한 성정체성에 대한 정보나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 것 역시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진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기탐색과 성찰의 과정을 통해 성소수자로서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인정하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고민이 있을 때, 진정으로 그것을 나누고 함께 고민해 줄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 생각합니다. 나의 어둠이 타인에게 누가 될까 라는 고민보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함께 고민하고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이해받고 또 상대를 이해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님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앞으로의 삶의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것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저희 단체와 같은 곳에서 열리는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 하시어 비슷한 또래나 먼저 이러한 과정을 거쳤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또한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답글을 읽으셔도 여전히 마음은 혼란스럽겠지만
현실의 문제 앞에선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른 훌훌 털어버리고, 더욱 강해지세요.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도 힘내서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