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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상담
성소수자이거나 혹은 성별표현이 달라서 혹은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차별은 부당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넘어가기보다 인권상담팀과 상의를 해 주세요.
우리는 당신의 권리를 지지하고 지원합니다.
당신은 온라인, 전화, 대면 상담으로 우리와 상의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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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FTM입니다.
한때 혼자서 소심하게 방황하기는 했지만 중학교때는 음악을 탈출구로 삼아 벗어날 수 있었고
지금은 고고학자, 또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범생 고1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대학 가고 취업할 일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일단 고고학자가 되어 교수가 되려면 대학원까지 진학을 하던가 외국으로 유학을 가야하는데
그동안 돈이라고는 전혀 없을텐데 전 성인이 되면 빨리 수술을 해서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고 싶거든요.
수술비를 포함한 생활비 전반을 어디서도 구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께는 평생 연락을 하지 않는 한이 이있더라도 절대 말할 수 없어요.
어느 쪽이 더 상처를 드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연락을 끊고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서 모든 돈은 제가 혼자 벌어야 합니다.
학비 정도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생활비와 수술비를 생각하면 답이 안보입니다.
아마 수술을 하는것 자체로 전 막대한 빚에 놓이게 되겠지요.
거기다 고고학자가 되고 교수가 되더라도 수입이 그리 많지가 않아서 고민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다른 길은 고등학교 교사가 되는것입니다.
하지만 수술로 인해 빚을 떠안고 있는 저를 학교는 선택할까요?
그래서 수술을 안하고 일단은 취직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럴경우에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교단이 절 받아줄 지 모르겠어요.
게이 분들은 그래도 아무 말도 안하고 행동만 조심하면 들킬 일은 없겠지만
저같은 사람은 이력서를 보는 순간 모든것이 다 들통나잖아요.
그렇다고 여자처럼 하고 다니는건 죽어도 싫고요.
또 만약 선생님이 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수술을 해야하는데
어느날 보니 성별이 바뀌어 있는 제가 바로 아웃팅을 당할 확률은 90% 이상이지 않습니까?

공부 열심히 해서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이 되어
많은 성 소수자 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세상이 너무 힘드네요.......

전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가람 2010-07-19 오전 00:29

안녕하세요, skal2033님.
저는 친구사이 상담팀원 가람이라고 합니다.

FTM으로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계획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정말이지 쉽게 답이 나오지 않고, 힘든 일인 듯합니다.

우선, 성별변경을 하든 하지 않든, 임용고시를 통해 국공립 학교의 교사가 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이런저런 것을 많이 따질 수도 있겠지만, 만약 FTM이라는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엄연하 차별로서 법적으로도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 또한 실력으로 겨루는 임용고시는 열심히 한다면 교사가 되시는 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교사로서 다른 동료와 관계맺고 학생들과 관계맺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헤쳐나간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가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 또는 연구기관, 박물관 등에서 활동하는 학자로서의 취업과 그 이후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skal2033님께서 지금까지 회피하지 않고 해 오셨던 대로,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준비를 해 나가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미리 진로들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모색해 보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렇게 학자나 교사로서의 진로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무엇이 가능할까 하며 현실을 직시하고 고민하고 계시는 모습에 대해 정말 커다란 지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
다만, 우리의 진로에는 언제나 가변성이 있으므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더 넓혀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가족과의 관계 역시도 마찬가지이고요.

FTM, 성소수자로서의 삶은 녹록치만은 않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당당하고 멋있게 삶을 꾸려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다니는 중에 성별정정을 하신 분들도 있고, 고등학교 졸업 직후 성확정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하면서 사회에 나가는 것을 준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그래서 친구사이 같은 단체나, 다른 FTM 분들의 경험을 통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하고 모색하고 지지자들과 함께 당당한 삶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학비나 의료비 등에 대해서도 무조건 나 스스로 해결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분들의 도움 역시도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학비와 생활비, 의료비를 감당할 만한 직업을, 학업과 함께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호르몬 투여 등을 하는 데 드는 비용들을 마련하고 저축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 보면 오히려 학업 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스스로 해결하시겠다는 의지가 굳으시다면, 20대가 되어 생활에 직면했을 때, 역시 그에 맞는 해결책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skal2033님의 고민이 소중한 것은, 여성으로 규정되어 살아온 시간보다 남성으로서 살아갈 시간이 더 많을 skal2033님에게, 충족감 있는 삶을 꾸려나가는 데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뿐만 아니라 skal2033님의 고민과 경험은 또 skal2033님 뒤의 많은 FTM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지만, 조금 더 치열하게, 그러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지자들과 함께, 미래를 계획하고 실현시키는 일은 여전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일 테지요.

skal2033님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나 고민도 차분하게 잘 정리하시고, 또 FTM으로서 삶을 꾸려나가려는 의지와 자긍심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시는 것도 해결을 모색하시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정말 좋은 방향입니다.

힘들지만, 길은 희미하게 보일지라도 꼭 있습니다. skal2033님의 말씀처럼, 열심히 살아 당당하게,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주실 수 있는 분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충분히 힘내실 수 있고, 어려움을 헤쳐나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상담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상담게시판에 다시 글을 올려 주세요. 그리고, FTM과 관련해서 상담할 부분이 있다면, 상담을 많이 해 주시는 트랜스젠더 인권활동단체(현재는 이곳은 잠시 활동을 쉬고 있습니다) 활동가 FTM 분의 이메일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저희 사무실 02-745-7942 로 연락 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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