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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입 회원 아로새김(원랜 여우)이예요.
아주아주아주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성 소수자라는 저의 정체성을 깨닫기까지 저는 유독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합니다.
어렸을 때 부터 매력적인 여성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남성' 이었습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넌 이런 사랑을 해선 안 돼'라는 세상의 소리에 길들여져 . .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호모포비아인 성 소수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끔찍한 일이죠.

물론 제가 그렇다고 해서 열등하거나 어리석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철저하게 이성애 중심적인 이 사회의 교육을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양성애자도 성 전환자도 똑같이 받고 살아가니까요. 그러다보니 제 안에 호모포비아라는 꽉 막힌 친구가 들러붙었던 것이 무척이나 한스러우면서도 수긍이 가긴 합니다.
(절대 호모포비아 이해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렇게 자라나게끔 사회가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러한 철저히 이성애중심적인 구조를 깨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식도 실천도 안 따라주는 인생이로군요.)

여튼 . . 그러다보니,
저는 올 해 초에야 제가 남성을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거쳐서 말이죠 . .

그러한 기다림의 폭발이었는지, 아니면 그 답답함에 대한 보상 심리였는지,
자신을 깨닫게 되자 저는 주변의 믿을 수 있다고 판단이 선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과 의문이 항상 따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제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후련했고, 아직까지 실패한 커밍아웃이 없었기 때문인지 - 저에게 커밍아웃은 '나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더 만들어나가는 과정인 듯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그게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죠.

성 소수자라는 저의 특징이 저 자신을 완전히 대변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러한 속단으로 커밍아웃을 하다가는 . . 고의가 아니어도 제가 커밍아웃을 한 대상 중 누군가라도 한 마디 하는 날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잖아요?

몇몇 미워하는 사람들과는 싸울 수 있지만 . .
이 철저하게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 집단에게 눈총을 받는다는 것은 온 몸이 바늘에 찔리는 듯 한 고문일 테지요 . . 그것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아로새김, 나는 강한가? 라고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미움 받을 용기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준비가 덜 되었을 뿐인지 . .

물론 커밍아웃의 의무인 것도 아닙니다만 . .
참으로 가슴 속이 답답해집니다.
커밍아웃을 이렇게 애써 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이미, 이성애자 외의 사람을 '비정상'인 양 취급하는 사회 때문임을 생각하면 . . 또 결국 해 나가고 있는, 보다 신중해져야겠지만 해 나가야 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면 . .

나를 밝히는 것이 의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숨기고 살기엔 너무도 답답한.
그런 평범하고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커밍아웃은 저에게
어떤 의미여야 하는 걸까요 . . ?


덧.

본의 아니게 넋두리를 늘어놓았습니다만,
저는 성 소수자라는 제 현실이 마음에 안 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 소수자를 끝 없이 억압하는 사회는 마음에 안 들지만요.

박재경 2010-09-08 오전 01:49

안녕하세요 아로새김님 반갑습니다.
자신의 내재화된 호모포비아와 용감하게 싸우고, 또 주변 분들에게 커밍아웃까지....
아로새김님의 용기와 솔직함에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아울러 자신의 삶을 열심히 준비하고 사는 후배님 같아서 동성애자 형제/자매로서
부듯함을 느낌니다.
성정체성의 사회적 낙인에 대한 인식과 고민은 동성애자라면, 누구나 인지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또한 그런면에서 사회구조적으로 인식라는 아로새김님 의견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성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가 되면 주변에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게 됩니다. 때문에 아로새김님처럼 커밍아웃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중하지 못함을 탓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커밍아웃은 ‘게이인 자신을 주변에 알린다’ 라고 말들을 합니다.
커밍아웃은 한 때의 과정이 아닙니다. 일상의 곳곳에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할 때가 생기게 마련이여서 흔히들 커밍아웃은 일생을 두고 해야 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합니다.
또한 커밍아웃이 게이임을 선언하는 것 이외에 고백을 받는 이들에게는 게이들에 대해서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언이후 침묵을 지키고 알아서 타인들이 질문자님을 알아주겠지 하면 착각입니다. 오히려 선언한 이후가 중요합니다. 그들에게 동성애자에 대해서 좀 더 추상적으로는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해서 그리고 인권에 대해서 아로새김님을 통해서 넓어지도록 아로새김님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들과 언론매체의 나오는 인권관련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서 토론해 보십시오
그들에게 동성애 관련 책을 읽을 것을 권하고 함께 독서토론을 해보십시오
동성애자들중 일부는 커밍아웃으로 나의 성정체성과 관련된 삶의 짐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삶을 깊게 성찰하지 않는데서 비롯됩니다.
커밍아웃은 결국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커밍아웃은
타인을 나의 삶속으로 초대하는 과정이고, 그들과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게이 자신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면도 있지만, 고백을 듣는 그들에게도 타인에 대해 더 넓고 깊게 생각해 볼 기회와 가능성을 주며, 삶을 더 풍부하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커밍아웃은 끝이 아니며 이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며
일생동안 해나가야 할 과정입니다
보다 효과적인 커밍아웃이 되기 위해서 ‘친구사이’ 와 같은 단체의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내적인 역량을 키우고, 깨달은 것들을 자신이 고백한 이들과 함께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커밍아웃이 일생을 통한 과정이든 내재화된 호모포비아를 가지고 있는 자신과의 싸움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단지 나의 성적지향을 동성애자로 긍정했다는 것이, 내재화된 호모포비아와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나의 감정들, 상처들까지 치유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모든 과정들을 혼자서 경험하고 헤쳐나기기 보다, 동성애자 커뮤니티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함께 공유해 보시는 것도 좋은 대안입니다.
성정체성이 개인의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고민이 크더라도 항상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미래의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해 나가는 과정들이 중요합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 못지 않게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사는 사람인지? 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에 있어서 이상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대한 다양한 고려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특히 불안과 걱정 두려움에 대해서 현실에 일어나지도 않는 일들을 상상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또한 휼륭한 용기를 낸 아로새김님에게는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과 함께, 좀 더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 친구사이’ 와 같은 인권단체 활동이나, 동성애와 동성애자 그리고 인권에 관련한 보다 폭 넓은 정보에 대해 공부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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