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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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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남학생 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수 있나요?

저는 14살, 그러니까 중1부터 제 성정체성을 찾아 이쪽생활을 해왔습니다. 남들보단 상당히 빠르죠...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어렸을때부터 좀 여성스럽고 여자친구들과도 함께 잘 어울려왔던거 같네요. 여자인 친구들이 더 좋고 마음에 들고, 로봇보단 인형을 더 좋아하고... 그렇게 저는 남들보단 좀더 특별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 6학년때, 처음으로 같은반 동성인 친구에게 알수없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제 인생에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인지라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네요. 같은 동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거... 그것은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인 저에겐 차마 제 작은 몸엔 담을 수 없는 크고 벅찬, 알수없는 느낌이였습니다. 어린저는 그것이 뭔질 몰랐고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제 성정체성에 물음표를 갖고... 얼마후 그 어린 제가 어떻게 알고 찾았는지... 다음에 있는 모 동성카페를 가입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에게 제대로된 동성애의 가치관을 확립해주기는 커녕... 잘못된 성적 개념을 심어주었습니다.

단지 남자가 좋았을 뿐인데 어린저에게...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중1 여름무렵 그카페에서 만난 형과 제 첫 번개...를 하였습니다. 이것은 그이후 정말 저를 너무 괴롭고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그카페 게시판에 제가 직접 만남글을 썼는지, 다른글을 보고 호기심에 연락을 해보았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저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었습니다. 모 체대에 다닌다며 멋진 몸을 가졌고 잘생겼다며 같이놀자고 집에 놀러오라고 한거 같네요... 제가 그때 뭘 알았겠나요. 순진한맘에 멋진형이 놀자해서 간건데... 그렇게 저는 그형집을 찾아갔고... 그 형은 저를 설득해 끝내 원치않는 첫경험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 계기로 그렇게 잘못된 길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14살... 말도 안되는 나이... 나쁜 성생활에 눈을 뜨게되었습니다. 게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그게 당연한건줄만 알았던거 같네요. 이제상각하면 정말... 그어린 저와 만났던 그모든 사람들이 원망스럽네요. 저는 그이후 최근까지 이쪽생활을 간간히 번개를 하는것으로 이어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은 크게 잘못되었다 생각이 들기도했지만 이미 저는 돌이킬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자포자기하며 번개를 계속하였습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걸 너무나 잘 알면서... 저는 그렇게 이쪽생활을 번개로 한정지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이번년초에 카페에서 어느 한 형을 만났습니다.

저는 고2, 그형은 스무살... 이쪽 경험은 제가 처음이라던 키도크고 얼굴도 잘생긴...단순히 저는 항상 그렇듯 성적대상으로서만 매력을 느끼고 다가갔습니다. 첫만남이후 또 보자는 연락이 왔고 그이후 5번정도 더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평소처럼 근육질의 몸,성기등이 아닌 세심한 배려, 예쁜눈, 말투 등 작은것들이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만남후 좋은 그 감정이 하루종일 떠오르곤 했습니다... 단순히 이쪽에선 성적욕구만 풀면된다 했던 저는,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저는... 그렇게 사랑에 눈을뜨게 되었습니다. 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그형같이 착하고 소중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러나... 고백해보자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미 번개로 만난이상... 잘못된 만남으로 시작했기에 더는 발전할 수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그렇게 혼자 선을 긋기시작했습니다. 괜히 잘못 고백했다가... 그 형을 더 못볼수 도 있을꺼같아서...단지 그형이 좋기에 계속 보고싶어서... 대체 왜그랬는지 모르겠네요...그래서 그냥 제스스로 그렇게 벽을 쌓았네요...혹시나 상처받기 싫어서.

그형은 단순히 날 번개대상으로 본다고, 번개에 감정따윈 없다고, 단지 성욕을 풀면 되는거라고.... 말도안되는 논리와 생각이죠

그렇게 몇번을 본다음... 오늘오전, 전 또 한번의 잘못을 하였습니다. 형이 바빠서 못본다는 말에... 저는 순간의 충동으로 카페에 또 다시 다른 만남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형이 그글을 봐버렸던것입니다.

제 만남 글을 보고 바로 카톡을 보내왔더라구요. 외롭냐며...번개를 구하냐며... 전 그순간 너무 당황하고 챙피해서 화를 내곤 말았습니다.

그 글을 보고 어떻게 카톡을 보낼수 있냐고, 모르는척 했음 안되냐고.... 아... 여기까지 했으면 상관없었지만... 실수를 하였습니다.

형에게 이유없이 따졌죠. 우린 번개로 만났기에 더이상은 발전할 수 없다. 이렇게 껄끄럽게 된이상 더이상 못보겠다. 형은 날 번개대상 그 이상으로 생각하긴 하냐...

이상황에 할말도 아니였고, 누가봐도 화가나서 갑자기 뱉은 뜬금없는 말이였습니다.

 

그런데 그순간.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형의 그 말들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게 실망이다. 번개 그 이상이 대체 뭐냐 좋으면 좋은거다. 널위해 반지까지 사둔 내가 병신이였다. 그만 만나자....

 

저는 몰랐습니다. 그 형 프로필에 있던 반지사진이 제 반지였다는걸....

 

형도 마음이 있었는데... 어떻게 바보같이 그걸 몰랐을까요. 번개라고 선을 긋고 다가가지 못한 제 잘못이 매우 큽니다. 대체 제 편견은... 그런 생각은 어디서 온걸까요...

 

정말 속상합니다... 그런 메시지를 받고 울면서... 전화할 자신은  없고 문자로 형을 붙잡았습니다

내가 다 잘못했다 부족한 내잘못이다 만나서 얘기하자...

 

그리고 ... 일단은 다음주 목요일에 직접보고 대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슨말을 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요

 

전 단순히 남자가 좋았을 뿐인데, 몸을 더럽히며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그와중에 만난 진짜 사랑까지 상처를 주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아무말이라도 해주세요. 정말...용기가 안납니다... 

박재경 2012-09-05 오전 08:11

안녕 하세요. 잊으려해도 님 반갑습니다.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고백하신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안타까움과 위로를 보냅니다.

질문의 요지는 사랑하는 사람과 오해와 실수로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걱정스럽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몇 가지 지점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첫째,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스스로 검열하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님의 과거와 현재의 경험들로 인해서 스스로를 가치절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정체성을 깨닫고 나서 사람들마다 경험은 매우 다양합니다.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인 경험이든 경험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무엇을 배워나가고 미래를 향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답을 얻으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러 이러 했으니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 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미리 결론을 내리는 것은 우리의 가능성을 막아서는 생각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
이 듭니다.
그런 경험들이 꼭 필요했을까는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배워나가고 성숙해지는 것입니다.

둘째, 삶에서 닥치는 도전들에 대해서 강해지고 단단해지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입니다.
상담코너에 글을 적어 내려가면서 적어도 일정부분 자신을 돌아보았을 것입니다.
자신만의 경험을 가지고 이것이 게이 커뮤니티의 모습 전체라고 미리 결정내리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런 경험은 나만의 것이지 전체 게이 커뮤니티의 모습이 아닙니다.
충분히 다양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사람들과 님의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듣거나 혹은 다른 게이커뮤니티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고 살고 있는가를 들어 보는 것도 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삶을 성찰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 단체와 같이 공식적이 모임에 오셔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하시면 미리 상담예약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무국에 전화나 이메일로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셋째, 님의 마음에 분노를 가라앉히고 그 분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세요
어린 시절 처음 성정체성을 알게 되고 걱정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님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위로를 받고 이해를 받아 본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순수한 갈증이었는데 우리를 둘러싼
가족, 친구, 동료, 교사, 종교지도자, 이웃 등 그 모든 사람들은 우리를 위로하거나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행동과 감정이 어디를 향하고 속해 있는지 미처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가나고 슬프고 고독했을 것입니다.
저의 추측에 동감하신다면 님의 마음에 분노를 가만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넷째, 성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내면의 진실을 속이고 겉모습은 아닌척 연기를 하는 하다보면 우리 자신의 본래 모습을 부정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위협이 됩니다.
타인을 속일 수 있어도 자신만은 속일 수 없습니다.
자신을 속이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분노를 마음속에 쌓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혼자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가까운 친구나 경험이 더 많은 그리고 공식적인 우리 단체와 같은 곳에 나오셔서 함께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친구 간이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문제이든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문제입니다.
사랑 역시도 관계의 문제입니다.
지금이 님의 고백처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고 나의 이런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상대방이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를 이야기를 하도록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로써 표현하되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 충분히 듣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목요일 날 만남이 결코 절망스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님의 감정도 충분히 이야기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 분노를 말과 행동으로 쉽게 표현하는 태도는 성숙하지 못 한 것입니다.
주의를 해야 합니다.

여섯째, 현재와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님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과정은 나약한 나를 강한 타인에게 의지하고 속하기 위한 과정이 아닙니다.
현재로선 상대방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가장 중요한 진실은 “ 우주 만물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은 님 자신과 그리고 님의 삶이다.“ 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시련과 고난 앞에서도 “강해지고 단단해져야 합니다.”
님이 동성애자라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님 자신과 미래를 향한 님의 꿈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한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잘아시겠지만
노파심에 적어봅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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