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21 박재완 : He is beautiful.




인터뷰 및 정리 : 코러스보이
사진 : 차돌바우

커밍아웃 스물한 번째 이야기를 위해서 바람이 차던 십일 월의 밤에 그를 만났다. 평소 내면의 아름다움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그는 막 퇴근한 수수한 차림 그대로, 조금은 피곤한 듯 자리에 앉았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메모장을 꺼내들기 시작한다. 까실해 보이던 입술에서는 강단 있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눈망울이 반짝거린다. 문득, 그의 아름다움을 정확히 규정할 수 있는 단어가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소개 좀 해 주세요
- 네 제 이름은 박재...완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서른 여덟인가, 아홉인가? 아휴...

자기 나이도 몰라요?(웃음). 서른 여덟로 알고 있는데... 처음으로 박재완이라는 본명을 공개하는 거 같아요. 저도 낯설어서 깜짝 놀라게 되네요.
-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박재경이라는 이름이 더 맘에 들어요.

그 박재경이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지은 거예요?
- 음... 노코멘트? (웃음) 그냥 제 이름에다가 좀 밝고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좀 중성적이기도 하고...


‘너 호모냐’ 라고 물어봤을 때 ‘예스’라고 대답했던 게...




게이커뮤니티 활동은 언제 시작하셨어요?
- 서른세 살 때... 인터넷 검색하다가 직업과 관련된 학생 모임을 먼저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직업적으로... 제가 의사인데 의사모임을 알게 되었고...

의사라고 얘기해도 되나요?
- 글쎄... 어떻게 해야 되나. (웃음) 아무튼 직업군 모임을 통해서 들어오게 되었죠.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게이커뮤니티에 좀 늦게 들어온 거 같은데요?
- 일단은 그... 게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자기가 배운 학교 교육이라든지 부모님, 이성애자들 중심의 사회 모습들만 보니까 나를 인정할 수 없었어요.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집에 커밍아웃을 하는 걸 흔하게 봐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커밍아웃을 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는데 혹시 집에 커밍아웃 하셨나요?
- 네. 이 년 전 쯤에 전체 가족들이 차를 타고 가다가 결혼 문제로 얘기가 나왔는데 아버지가  ‘너 호모냐’라고 물어봤을 때, 아, 이걸 대답하면 더 이상 이런 질문 안 받겠다 싶어서 이런 기회는 없겠다 싶어서... ‘예스’라고 대답했던 게 가족들한테 한 커밍아웃이 되었어요.

그럼 그 전에 따로 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거나 계획을 세워서 했던 건 아니구요?
- 그 전에는 워낙 좀 다르니까 아, 얘는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니까... 우리 가족들도 그냥 다른 채로 인정을 해줬고 그런 거 같아요. 일단 뭐 드라마를 봐도 여자 배우 얘기는 안 하고 남자 배우 이야기만 하면서... (웃음) 저 남자 이뻐 죽겠다 라든가... 그래서 부모님들이 얘가 참 독특하구나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거 같아요.

아버지의 반응은요?
- 아버지는 배움이 좀 있으신 분이라서 의미를 알고 계셨기 때문에 당황하셨던 거 같고. 어머니는 그냥 뭔지 모르고 넘기셨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한 적 없어요?
- 그 후에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가끔 결혼하란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거부하면 다시 이야기 안 하는 정도... 동생들 같은 경우는... 어느 날 문자로 자기 아는 친구 소개팅을 시켜주려고 하는데 제가 답문자로 나는 동성애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거기에 대한 답이 ‘그럴 거 같애. 이미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어.’ 그러면서 ‘집에서 많이 힘들게 하면 내가 편들어준다’고 했었고... 둘째 동생은 친구사이 씨엠에스 후원용지를 주면서 한 거 같아요.

지금은 그럼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요? 큰 소리 한 번 안 나고 잘 넘어갔네요.
- 워낙 어릴 때부터 집에서 독특하게 행동하다 보니까 얘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어요.


어떻게 알았어, 그러니까 ‘너 하는 짓을 봐’라고...




집에서의 커밍아웃과의 별개로 직장에서의 커밍아웃 또한 큰 성소수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큰 과제인 거 같은데요. 특히 의사 사회는 꽤 보수적이고 수직적인데, 직장에서도 커밍아웃 한 적 있나요?
- 네. 일단은, 같은 나이대의 친구였고, 그 친구도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인권 감수성이 있는 친구라서 사회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고, 직장 안에서 세대 간에 차이나는 생각들에 대해서 같이 많이 힘들어 했었고, 거기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했으니까 아, 이친구라면 게이라는 걸 이야기해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하겠다는 결심을 했던 거 같아요.

어떤 식으로?
- 친구사이 회원인 김조광수형이 예전에 제작한 영화의 출연배우가 이 직장동료의 친형이라서 영화 이야기 하다가 광수형이나 희일이 형 이야기 나오면서... 친하다고 하니까, 그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사람들이니까 ‘아, 얘가 게이겠구나.’ 하는 힌트를 줬던 거 같고... 이 친구도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갑자기 그 배우가 궁금해지는데... 누구인가요?
- 올미다에 나왔던... (인터뷰의 흥행을 위해서 구체적 언급은 생략. 이 배우는 동성애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요?
- 일단은 지보이스 이야기를... 나는 남성합창단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그 전에도 많이 했는데 공연 전 날 공연 홍보를 위해서 엽서를 줬습니다. 그랬더니 ‘제목 좋다.’ 라고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위를 봐’’ 그러니 거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어...’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알고 있었니’ 그러니까 ‘응 눈치 깠어.’ 그래서 ‘어떻게 알았어?’ 그러니까 ‘너 하는 짓을 봐’라고...(웃음)

그 이후엔 그 동료와 어떻게 지내요?
- 그 이후로도 되게 잘 지내요. 약간은 거리감이 생길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고 담담하게 잘 받아줘서 좋고 저를 보호해주는 게 생겼어요. 직장 내에서 결혼 문제라든지 기타 등등 또 이성애자들은 술 먹으면 여자 나오는 술집에 가려고 하고 지저분하게 놀거나 그러는데 그럴 때 내가 적절하게 행동이나 말을 못하면 옆에서 치고 나오면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그 사람은 수평적 관계에 있는 동료인데. 혹시 수직적 사이에서 그런 경우는?
- 예전에 커뮤니티 나오기 전에... 되게 정체성 고민이 많았는데 술을 먹으면 아무한테나 직장동료한테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되게 웃긴 게... (병원에서) 수련 중에는 옷이 없잖아요. 갖다놓지도 않고. 근데 후배 결혼식이 잡혀서 갔는데 내 딴에는 예쁜 옷을 입고 가려고 하얀색 면티에 보라색 남방이 예뻐서 단추도 안 잠그고 나풀나풀 거리면서 입고 갔거든요. (웃음)그래서 식장에서 난리가 난 거야. 그 모습을 보고 위 선배가 한마디 했어요. 너 게이냐 라고...

그때 뭐라고 대답했어요?  
- 바로는 대답 못하고 결혼식 끝나고 나서 전화로 맞다고...

직장에서의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커밍아웃이라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자기한테 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 혹은 자기가 그동안 쌓아왔던 자기의 이미지들이 깡그리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젤 큰 거 같고... 일단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될 거 같아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 많이 고민한 다음에... 그렇다면 출발선상은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이런 것도 있겠지만 내가 게이라는 것을 떠날 순 없을 것 같고...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정립을 확실히 한 다음에 자기 인생이 설계가 된다면 커밍아웃을 하는데, 막 무작정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아, 이 사람은 내 삶에서 친구로 지내도 좋겠다라고 하다면 그 사람들한테 말한다는 것은 크게 나쁠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나한테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줄 거 같고... 때로는 인생상담자를 내가 해줄 수도 있지만 그들도 나한테 인생 얘기 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더 깊은 인간관계가 맺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이커뮤니티에 들어오거나 커밍아웃 하면서 그 전과는 생활이 달라진 거 있어요?
- 그 전에는 제가 직업군 모임에 나가서는 사람들이 음... 뭐지, 제가 되게 어두웠대요. 얼굴 표정도 어둡고. 근데 점점 게이커뮤니티에 익숙해지고 점점 더 많은 게이들 만나고 얘기하게 되고 조금 더 나 자신을 오픈하니까 일단 얼굴표정이 되게 많이 밝아져서 어떤 친구는 깜짝 놀라서 ‘형은 동의모랑 친구사이 나가면 얼굴표정이 너무 달라’ 그래요. 나한테는 마음이 긍정적이니까 표정 자체도 힘있고... 긍정적인 것들? 그런 것들이 달라진 거 같아요.


반에서 일등하는 애들하고만 친했어요.




네. 그럼 좀 더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서, 첫사랑은 언제였어요?
- 근데 정체성을 되게 일찍 알잖아요. 그래서 되게 해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매년 바뀌었어요.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같은 반 친구... 매번 바뀌어서.... 짝사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던 거 같아요.(웃음)

그러다가 연애는?
- 연애를... 구체적으로 없던 거 같고 고등학교 때는 그... 제가 공부 잘하는 애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꼭 반에서 일등하거나 전교에서 몇 등 안에 드는 애들하고만 친한 거예요.

(웃음) 이거 보는 사람들이 재수 없다 그러겠어요.
- 그랬는데 아무튼 그 친구랑 편지를 자주 주고 받았어요. 나는 연애의 감정으로 주는 거고 걔는 친구 개념으로 오는 거고...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저는 대학교 떨어져서 재수하는 입장이었고 그 친구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고 이래서 왔다갔다 했는데 항상 나는 연애감정이 있으니까 슬픈 느낌이 너무 많은 거고 그 친구는 친구 개념이니까 그런 게 없는 거 ... 서로 시각차가 있어서 그 친구가 어느날 편지에 이렇게 보낸 거예요 ‘너랑 이야기해보면 좋긴 한데 뭔가 우린 틀리다.’ 이런 편지가 온 거예요. 그때는 정체성으로 많이 고민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아 얘랑 더 이상 관계가 계속하면 안 되겠다. 그래서 끊었던 거? 약간 소녀 같은 연애?  

커뮤니티 들어와서는?
- 커뮤니티 들어와서는...... 주욱 혼자였죠.

번섹도 안 했어요?
- 번섹?...... 인터넷을 잘 사용을 안 해서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고.... 모르겠다. 술 먹다가 술이 떡이 되었을 때는... 잘 모르겠어요.

은근히 감추네요.
- (웃음) 있었던 거 같아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내년도 친구사이 대표 후보로 출마할 생각이라는데 어떤 계기로?
- 일단은 현 대표의 일년에 걸친 사전 작업이 치밀하게 이루어졌고. 빼도 박도 못하게...(웃음)

뭐 사줬어요? 남자 대줬어요?
- (웃음) 일단 친구사이 들어와서 멋도 모르고 그냥 언니들이 하자는 것 열심히 따라했던 것과는 다르게 올해는 프로그램 기획회의도 같이 해보고 그러면서 친구사이가 이런 일을 하는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던 거 같고. 좀 더 그러면서 좀 내가 친구사이를 통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움을 받은 것만큼 되돌려줘야 되니까.... 인지상정, 기브앤테이크니까 그런 면에서 나도 돌려줘야 될 시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은 좀 빠른감이 없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고...

친구사이에 들어온 지 몇 년 되었는데요?
- 삼 년이죠.  

차돌바우) 나도 삼 년째 (대표) 했어.


게이라는 타이틀로 뭔가 성취를 했고... 다른 삶을 가꿀 때 또 성공할 수 있겠구나




그러니까 사 년 이상 되면 결국 안 하고 넘어가게 돼... (웃음) 내년에 친구사이에서 하고 싶은 일이나 대표 입장에서 어떤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든가 하는 게 있다면?
- 일단 하고 싶은 것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정규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공부하고 자기 직업을 찾고 이런 과정을 겪잖아요. 그러면서 때로는 실패하고 좌절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 속에서 음, 게이라는 정체성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같은 경우에는 되게 절망하는 시간들이 이성애자들보다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친구사이를 찾아오는 사람, 회원이 되고 싶은 사람, 회원들도 그렇고, 친구사이에 왔을 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내가 입문을 했다면 여기서 성공을, 더군다나 게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뭔가 성취를 했고 성공을 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서 자기 인생에서 아 나는 어떤 일은 성공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삶을 가꿀 때 또 성공할 수 있겠구나 라는. 그런 어떤 희망을 갖게끔 하는 것들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롭고 시선한 관점이네요. 여태까지는 ‘친구사이 가면 고생한다’,  ‘가면 부담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였는데...
- 그 성공이 뭐 단체를 크게 키우고 그런 성공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하면서 잘 되면 그게  성공일 수도 있고 뭔가 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칭찬해주고 이런 것들이 우리한테는 필요한 거 같아요.

그럼 최고로 성공하는 건 결국 친구사이 대표가 되는 건가?
- (웃음)

구체적 사업으로 생각 중인 것들도 있나요?
- (메모장 꺼내며) 사업적으로는 아이템이 너무 많아요. (웃음) 우리가 워크샵 때 나왔던 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 이런 얘기 했었는데 그런 것들을 조금 확대시켜서 그 개념은... 그니까 청소년 동성애자들 정체성 때문에 너무 힘들고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기 때문에 상처를 입는 후배들이 있다면 언니들이 달려갈게 그런 개념으로... 우리가 얘네들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자존심을 덜 다치고... 이런 프로그램이 좀 있었으면 좋겠구요.

그담에 좀... 뭐지, 이건 어떻게 추진될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언니들이 모여서 종로에서 모였다던가 그 언론을 다 대동하고 커밍아웃을 단체로 했다고 하는 걸 들었어요.(1998년 파고다 공원앞에서 열린 교과서 개정촉구 집회) 그 이후에는 그런 시도들이 거의 없잖아요. 이제는 그래서 그런 것들을 기념하는 날도 있어서 우리 스스로 드러내서 언론에 홍보하고 우리가 이렇게 계속 존재하고 있고 열심히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명 그래서 '게이데이'라고 가제를 붙여봤었는데... 그런 것들도 좀 하고 싶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음... (웃음) 많은데

한 개만 더 할게요.
- 그리고 또 하나는 음.... (뒤적뒤적) 일단은 그... 이성애자하고 관계맺기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리고 게이라는 것을 드러내놓고서도 이성애자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개념의 프로그램, 게이라고 드러내놓고 말해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일단 생각해 놓은 것은 차라리 친구사이에서 봉사활동 단체를 만들어서 게이란 이름을 걸고 봉사활동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 이게 숫자는 적겠지만 그것들이 넓어지면 아, 게이들도 이렇게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하면 조금 더 밝은 모습으로 바라보지 않겠나 한 사람이라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너무 거창한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리고 우리가 어떤 시민단체를 통해서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냥 소박하지만 그냥 봉사활동하면서 내 마음 뿌듯한 거 그리고 게이지만 이성애자들 속에서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리고 내가 게이로서 이렇게 한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약간 이런 간극들이 좁혀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거는 우리가 충분히 해볼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내년에 개인적으로 뭔가 하고 싶은 일은 없어요?
- 아웅 그것도 아이템이 있어요. (웃음. 메모장 뒤적이며...) 뭐냐면, 이제 그 뭐지 책을, 소설을 쓰고 싶은 거 같아요. 그래서 아이템을 혼자 막 생각하고 메모하고 그런 게 있는데... (웃음) 좀 욕먹을지도 모르는데... 뭐냐 하면 성경의 창세기를 조금 다른 관점으로 해석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음... 하나님이 아담을 만들었잖아요. 근데 그걸 복제의 개념으로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갈비뼈 하나를 갖고 또 이브를 만들었잖아요. 그니까 이것도 약간 복제인 거야. 과학으로 접근을 한다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은 아담은 하나님이 만들었으니 남성위주, 약간 그런 느낌이고 이브는 남자의 갈비뼈를 뺐기 때문에 남자의 하층에 있고 종이다 이런 개념으로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이게 복제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서... 결국은 아담의 세포를 복제시켜서 이브를 만든 건데, 그렇다면 하나님의 모습을 갖고 아담을 만들었듯이 똑같은 디엔에이로 만들었기 때문에 낙원이라는 세계는 남녀가 평등한 세계였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다가 선악과를 먹고 쫓겨나잖아요.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알고 가리게 되고 그런 것들이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제가 생각이 드는 것은, 거기서 차이를 알게 되는 것이고 그 담에 출산의 고통, 노동의 고통 이런 게 나오는데 경제활동이라든가 자본 이런 걸 알게 되고 뭔가 정치가 등장하는 계기가 아닐까, 그래서 낙원에 살았지만 그런 차이가 드러나면서, 평등한 존재로서 서로 행복해하다가 한쪽을 억압하는 그런 정치가 드러나면서 그게 낙원이 안 되는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거예요. 어머, 이거 재밌겠다 싶어서 제목만 생각해 놨어요.

대표로 일하랴 소설쓰랴 엄청 바쁘겠네요.
- (웃음) 근데 일단은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게 사실은 안 가졌었는데, 뭐냐면, 갑자기 생각나는 그런 아이디어나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때 당시에는 너무 재밌고 그래서 혼자 막 상상을 하고 잊어먹어버렸던 기억이 너무 많은데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 그런 기억들도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얼토당토 않은 얘기지만 제가 기록을 해놓으면 나중에 옛날 생각도 날 것이고 또 갑자기 이게 정말 의미 있는 그런 거다 라면 뭔가 중요한 게 나올 수 있는 거 같고, 그래서 일단 생각나는 건 가급적 다 적어놓으려고 합니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성공하는 사람은 다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잠깐 쉴까요 사진사님?
- 아유, 그만 찍어. 이쁜 건 알아가지고...(웃음)

정말로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세요?
- 어디 내놔도 빠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웃음)

본인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음... 장점이자 단점인데... 심하게 솔직하다는 거...

외모는?  
- 외모는 음... 얼굴? (눈 깜박이며) 다들 눈이 예쁘다고 하니까 눈이겠죠.

자타가 공인하듯 감수성이 풍부한데 원래 그래요?  
- 음... 그니까 어떤 대상에 대해서 그립다고 느끼는 감성이 아주 어릴 때부터 강했는데 그게 아무래도 게이적 감수성하고 맞닿아 있는 거 같고, 어릴 때 섬을 떠나서 육지로 이사왔기 때문에 고향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느낌들도 상당히 강한 거 같고.. 이게 사실은 근데 정체성을 인정하기 전에 사춘기 시절과 대학생, 직장 생활하면서 힘들었을 때는 그런 감성들이 나한테 독이 되었었는데 오히려 나는 게이니까 게이들 만나서 살 거다 라고 마음을 잡고 게이들 만나면서는 오히려 그런 내가 가지고 있는 감수성들이 커뮤니티 내에서는 장점이 되었고 뭔가 새로운 어떤 느낌이 나올 수 있는 그런 거여서... 이성애자들 삶에서 부대끼면서 살 때는 독이었고 지금은 약이 되는 감성 같아요.

인터뷰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요? 젊은 친구들이 롤모델로 볼 수도 있는데 ...
- 게이커뮤니티 내부에서 처음에 만났던 선배님들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자기 일 열심히 하시고 성실하고 그런데, 약간 느낌이 너무 이렇게... 뭐지? 어떤 내가 이 사람이 날 이끌어줄 선배라는 개념들이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 친구로도 얼마든지 좋은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고 인간적으로 더 성숙할 수도 있고 내 삶에 얼마든지 도움이 될 수 있고 서로 사는 모습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만남들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데 약간은 뭐... 제가 커뮤니티의 모든 게이들을 만난 건 아니지만, 약간 삶을 교류한다는 느낌보다는 다른 쪽이 더 강하다는 느낌 때문에 음... 이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뭐냐면, 삶의 모습은 다 다양하고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긴 하는데, 내가 가진 그런 모습이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데 서로 교류를 하고 그런 것들을 얘기해 볼 수 있고 그래서 게이커뮤니티가 단순히 이성애자 사회에서 지치고 힘들다가 그냥 와서 위로받고 가는 자리뿐만 아니라 그걸 넘어서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이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냥 막 웃고 끝나지 말고 내 모습도 보여주고 그들 모습도 보고 그러면서 서로 발전해가는 그런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

대표선거에서 이길 자신 있어요?
- 일단은 뭐(웃음)...음... 친구사이가 가진 성격이 워낙 다양하고 많아서 그걸 조금씩 알아가고 맛을 본 게 삼 년이 걸린 거 같아요. 그동안 저한테 도움을 줬던 사람이 굉장히 많고, 좀 더 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나를 나답게 만들게 해준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나도 대표가 된다면 그럴려고 노력할 것이다, 줄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사람의 본모습이 어떤가 하는 건 자기 스스로 물론 깨닫겠지만 그 토대가 되어주는 일들을 하는 친구사이 대표가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만할까요? 지난 번 인터뷰가 너무 길다는 평이 많아서...
- 아, 이번 건 재미있진 않겠다.

재밌게 편집해 볼게요. 사진사님 한 마디 거들지요?
(차돌바우) 너무 진지한 모습만 있고 웃는 모습이 없어.

- 각도가 안 좋았어.

(차돌바우) 인터뷰 끝



박재완님의 메일주소는 kvhmed@naver.com 입니다.

이 인터뷰의 사진과 내용은 박재완님과 친구사이의 동의 없이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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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