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권동해 : 젊은 날의 초상




인터뷰어, 정리 : 코러스보이
사진 : 차돌바우

                                                            
열 여섯 번 째 친구사이 커밍아웃인터뷰의 주자는 이십대의 풋풋한 청년 권동해다. 몇 달 전까지 종로의 어느 빠에서 일하던 그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이들은 그의 근황이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잘 웃고, 여전히 저돌적으로 살고 있는 그의 근황과 팍팍한 과거사를 들어보자. 그만의 독특한 사차원 유머는 보너스다.

(인터뷰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하여 약간의 어폐가 있더라도 가능하면 편집은 줄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 음... 떨리네요. 이름은 권동해입니다. 나이는 스물 여섯이고 현재 상암에 살고 있습니다. 자기소개를 하자면... 음... 엉뚱하고 좀, 엉뚱하고 털털한... (웃음) 끼가 전~혀 없는...(웃음)

끼가 없다구요?  
- (헛기침)

좋습니다. 인터뷰 끝날 때까지 끼없는 솔직한 모습 유지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대개 커밍아웃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들은 친구사이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했거나 정체성을 오픈시킨 사람들이 많습니다. 동해씨의 경우는 나이도 젊고 단체 활동 경험도 많지 않은터라 인터뷰 제안에 선뜻 승락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요?
- 음... 쉽지 않진... 않았어요.

그러니까 쉬웠다구요?
- 네.(웃음) 생각보다 결정하는건 되게 쉬웠구요, 그보다는 오히려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저는 감사하구요.

참... 연예인도 아니고, 너무 형식적으로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 사실은 친구사이 활동을 한건 저번 주 정기모임 간 게 처음이지만 (종로빠에서) 일 하면서 친구사이 분들도 자주 보고 저도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활동을 하고 싶다, 그런 걸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하는 거 땜에 못했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저도 이제 일반적인 일을 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전에도 활동은 안 했지만... 후원을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생각보다 쉬웠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눈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해석해도 될까요? 홈페이지에 올라가면 친구나, 직장동료, 가족 들이 볼까 염려도 될 텐데요.
- 네 그렇죠. 물론 일하는 곳에서 공개가 되면, 만약에 공개 된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순 없겠죠. 하지만 전 그걸 부정하거나 신경을 쓰진 않을 거 같고  오히려 그럼으로써 오픈이 되는 계기가 될 거 같아요.

친구사이에 관심이 있다니까 하는 이야기인데 친구사이의 여러 가지 활동들 소모임 활동, 인권프로젝트, 교육팀, 독서프로그램, 상담워크샵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 제가 책읽기를 좋아하니까 책 쪽이 좀 나을 거 같아요. 상담은 제가 감히 누구를 할 만한 처지는 안 될 거 같구요. 친구사이에 상담은 잘하시는 분들 많으니까... 소모임은, 지보이스 하고는 싶었는데 시간상 안 되는 게 있었고... 수영모임은 겁이 나요.(웃음)·

왜요?
- 바우형(=차돌바우, 현 친구사이수영모임 대표)땜에... (웃음)

그 분이 어쨌길래...?
- 바우형이 그렇게 스킨십을 한다고 소문나서... (웃음) 저번 주에 정기모임 나갔을 때도 그랬어요. 수영모임 오면 차근차근 가르치며 쓰다듬어 준다고 해서...(웃음)

농담이지만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지네요. 조금 있으면 차돌바우님이 사진 찍으러 오실텐데... 그때 다시 이야기하구요, 지금 일하는 건 뭔지 물어봐도 되나요?
- 네.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간호보조업무를 하고 있어요. 환자들 이렇게 수발한다고 해야 되나... 병원의 각종 뒷일?(웃음) 전 병원에서 일하는 게 체질인거 같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의료계열에서... 의사가 되는 게 꿈이고 저한테는 지금 일하는 게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 하고 있어요.

스물여섯이면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또래들은 대개 취직하거나 취직준비를 할 단계인데 다시 공부를?
- 원래는 학교를 조금 다녔었어요. 의대를 다니다가... 그땐 학비문제도 있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어린나이에 철없이 무턱대고 학교를 그만뒀었는데... 인제 사회생활도 많이 하고 지내다보니까 거기에 대해 다시 미련도 생기고 욕심도 생기더라구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스물 여섯, 일곱이면 사회초년생이 돼서 생활을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거 따지지 않는 거 같아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지, 사람이 공부하는 건 나이가 없고 끝이 없잖아요.

지금 일해서 돈을 모아서 학비를 벌어 학교에 다니겠다는 생각?
-...... 가급적이면 장학금으로... (웃음) 실력은 안 되지만 장학금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해야죠.

그럼 지금 입시 공부를 하고 있어요?
- 네 수능을 아예 다시 보려고 공부를 다시 하고 있어요. 준비만 열심히... (웃음) 하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가 있길 바라구요, 화제를 바꿔서... 성정체성이나 옛날이야기를 좀 물어볼게요. 고향이 어디죠?
- 태어난 곳은 일본이고 근데... 세살 때 전남 구례에 와서 살다가 열 여섯 살 때 서울에 올라왔어요. 중학교 졸업하기 한 달 전에....

가족들이랑 다같이?
- 아뇨 저 혼자요.

왜 혼자서요?
-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 오고 싶다는 욕심은 계속 들었어요. 워낙 시골에 살다보니까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어요. 근데 서울에 가면 아무래도 교육적인 기회가 많이 열려 있어서, 성공을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많았어요.

어린 시절 장래희망은?
-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주변사람들한테 고집 세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되는 그런 성격..



열여섯이면 어린나이인데 어떻게 혼자서 생활이 가능했어요?
- 아르바이트를 어릴 때부터 해서 통장에 약간 돈도 있었고.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아르바이트를 계속... 학교 다닐 땐 고시원에 살면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신문배달, 우유배달, 전단지 뿌리기, 고등학교부터는 맥도날드, 피자헛, 그 다음엔...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데로 올라오고...

안 해본 거 없이 다 해본 거 같은데... 주위 친구들은 대부분이 집에서 도움을 받으면서 학교 다니잖아요. 그런 친구들보면 좀 기분이 상하진 않았어요? 위화감이 든다거나...?
- 화나거나 한 건 없었는데 음... 저보다 공부를 좀 잘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집이 되게 부자였거든요. 학교 끝나면 과외 가고... 모든 지원이 되는 속에서 자라나는 새싹들이 참 부러웠어요... 근데 차라리 그런 것보다는 쟤네들은 부모님이 저렇게 잘해주시는데 부모님 잔소리한다 그러고 참... 하는 게 되게 철없어 보였어요. 저는 아르바이트하고 그러고 제 시간 쪼개서 공부하고 그런 게 그땐 행복했던 거 같아요.

가족들한테 커밍아웃은 안 했나요?
-네. 가족들한테 일단 연락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서... 커밍아웃을 할 수도 없구요.

연락이 안 된다? 본인이 원해서요, 아니면 가족들 쪽에서?
- 음... 제가 연락 하고 싶어 해도 음... 가족들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곤 해서... 저는 이제... 지금은 제가 연락처도 바꾸고 연락을 안 하죠. 연락이 안 오게끔...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보고 싶진 않아요?
- 네. 전혀... 어렸을 때부터 거의 혼자 사는 게 익숙해서... 사실 혼자 산건 열두 살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중학교 때부터 혼자 하숙하고 자취하고 그랬기 때문에...

조심스런 질문인데, 어머니가 재혼하셨어요?
- 네. 몇 번 하셨죠.

어렸을 때 엄마한테 불만은 없었나요?
- 아뇨. 없어요. 그냥 엄마의 인생은 엄마 인생이고... 그런 것도 있고 저한테는 오히려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해야 될 부분이죠.

어머니가 안 찾으세요?
- 안 찾으시더라구요. 아, 한번 연락 온 적 있어요. 근데 그것도 자금 문제라...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족 이야기를 인터뷰에 실어도 되나요?
- 근데 그냥 뭐 남을만한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 남들한테 희망을 주거나 그래야 되는데...

그렇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독립해서 자립심 강하게 사는 모습이 지금 젊은 친구들한테 시사하는 바가 클 거 같아요. 혹시 지금 부모님한테 용돈 타 쓰면서 사치스런 젊은 또래들 보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없나요. 저는 솔직히 돈 벌면서도 그렇게 못쓰고 사는데...
- 아우 저도 된장인데요.(웃음) 그런 애들 보면 전 ‘그 돈으로 밥을 먹으면 몇 끼를 먹지’ 그런 생각해요. 전 식탐이 좀 강하거든요... 저걸로 밥을 먹으면 몇 끼를 먹고... 근데 저도 특정 부분에 대한 욕심은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기계 쪽에 관심이 많아서 핸드폰이나 엠피쓰리 게임기 뭐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아서... 물론 머리를 써서 어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로 헌제품을 신품교환하고 그러지만... 딱히 불만은 없어요. 단지 저는 저 돈으로 몇 끼를 더 먹을까 하는 생각은 해요.

어린 시절 독립한 게 본인의 성정체성과도 관계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 아뇨, 전 전혀 없는 거 같아요.

몇 살 때 본인의 성정체성을 자각하게 되었어요?
- 열여덟 살 때, 2001년 8월 그때 첫 애인을 사귀게 되면서...

어디서요?
- 과외모임에서 만났어요. 중학생은 초등학생 가르치고 고등학생은 중학생, 대학생은 고등학생 과외 해주는 그런 모임이 있었거든요. 그 형은 저보다 여섯 살 많았는데...

그 형이 꼬셨어요?
- 아뇨 둘이 같이 눈이 맞았어요. 꼬신 건 아니고, 둘 다 몰랐기 때문에... 근데 음... 키스는 제가 먼저 했어요. 그것도 야동을 보면서...

일반야동?
- 이반야동이요. 인제 사귀기로 딱 시작하면서 게이싸이트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서로서로 공부를 시작한 거죠. 동영상도 다운받아보고 ‘아~ 이렇게 하는 거다’ 알게 되고 그러다 실습도 들어가고...(웃음)

몇 년간 사 귄 거죠 그럼?
- 스물 한 살 때 헤어졌으니까 삼년동안 사귀었어요. 사실은 스무 살 때 같이 유학 가서 공부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아무래도 어린 나이고 군대 문제도 있고 거기 가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럴만한 여력도 안 되고...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요?
- 네. 한 달에 한번은 연락해요. 지금 호주에 살고 있고...



지난주에 친구사이 정기모임에 첨 왔잖아요? 길거리에서 탄원서도 받고 했는데 첨부터 그런 거 하기 쉽지 않을 텐데 어땠어요?
- 되게 재밌었는데... 저도 솔직히 첨에 나갔을 땐 조금 긴장해서 움츠러들었어요. 말도 잘 못하고 그랬었는데... 같이 갔었던 형들이 되게 말씀도 잘하시고 그래서 자극을 받았어요. 저렇게 적극적이신데 제가 못할게 뭐 있나 싶었어요. 특히나 어떻게 보면 제 인권인데 남들 앞에 쑥스러워할 필요는 없었어요. 단지 뒤에서 냄새가 좀...

무슨 냄새?
- 광신마트 앞에 이렇게... 거기 아저씨들이 정기적으로 소변을 보시곤 해서...(웃음)

아는 사람은 안 만났어요?
- 만났어요. 이반 친구들을 만났는데... 제가 이렇게 반가워서 서명을 해달라니까 깜짝 놀라면서 거부를 하더라구요. 그때 조금...

왜 그럴까요?
- 이렇게 사람들 다니는 길거리에서 자기들이 나서는 걸 두려워하는 거 같았고...

젊은 친구들은 인권활동을 싫어하나요?
- 그게 참 가슴 아픈 게 이렇게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데 있을 때는 우리들만의 공간에 있을 때는 서슴없이 말하고 행동해요. 가끔 길거리에서도 보면... 소위 끼를 떨면서 다니는데.. 막상 이렇게 뭐 서명하나 해 주세요 그러면 마치 자기가 아닌 것처럼 되게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오히려 폐쇄적인 장소에서는 적극적이면서 공개적인 곳에서는 움츠러들고.. .그런 게 안타까운 거 같더라구요.

말하는 것 들어보니... 끼 떠는 사람을 강조하는데 그런 사람 싫어해요?
- 침묵.... 웃음.... 제가 끼가 없다고 한 건요 조금이라도 더 이렇게... 음

팔리려고?
- 음... 제 입으론 말 못하겠구요.(웃음) 근데 끼라는게 나쁜 표현이 아니잖아요. 끼가 있다는 건 그만큼 이렇게... 탤렌트적 요소가 있다는 거라고 생각해서...

이반 친구들 말고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커밍아웃 한 적은 없었어요?
- 네 원래 친구들을 잘 사귀는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근데 십년 넘게 이십년 정도 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한테는 언젠가는 해야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요,   그 친구가 워낙 고지식하게 사는 친구고 직업도 군인이고 해서...  오히려 친하니까 좀 더 주저하게 되는 게 있더라구요. 이십 년 동안 쌓아온 우정인데 한순간에 깨지지나 않을까 하는...
커밍아웃을 했던 건 어렸을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 중학교 때 사귀었던... 제가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커밍아웃 했어요.  

잘 이해해주든가요?
- 첨 한 달 동안은 이해를 못하고 싸움을 많이 했죠. 근데 결국엔 그 친구가 먼저 이해를 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더 편하게 남자친구랑 사귈 수 있었고 지금 그 친구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근데 그 남자친구는 절 싫어하더라구요.  

친구가 별로 없다고 했는데 성격이 별스러운가, 아니면 왕따?
- 아, 근데 그게 아니라. 제가 이렇게 남들처럼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일반적으로 생활한 게 아니잖아요. 방과 후에 친구들이랑 놀 시간이 없었어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사회생활하면서 사귄 형이나 동생들이 더 많았어요.

게이 커뮤니티 활동은?
- 예전엔 레포츠 동호회에서 활동했어요. 근데 지금은 그런 활동보다는 제 개인적인 일에 치중하고 싶어서 생활에 집중하고 있고... 꾸준히 연락하는 친구는 한명 있어요. 틈 날 때마다 밥 먹고...  

지금까지 연애는 몇 번 해봤어요?
- 그러니까(손을 꼽으며) 정말 제대로 된 건 다섯 번. 근데 점점 주기가 짧아져요. 젤 오래 사귄 사람은 삼년이었고 짧은 건 한 달. (웃음)

주로 어떤 타입에 끌려요?
- 음 저는 외모적인 타입은 안 따지는 편이에요 근데... 일단 저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정말 좋아요. 첫 느낌 있잖아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정말 좋아요. 말을 하다보면 이렇게 그 사람의 성격이 금방 느껴지더라구요. 지금까지 틀린 적은 없었거든요. 말했을 때 참 포근하고 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싶은 사람 있잖아요. 외모적으론 저보다 키 큰 사람?

포근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본인보다 좀 많은 사람?
- 나이는 안 따지는데... 네. 저는... 저보다 연상이어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근데 차돌바우님은 왜 안 돼요?
- 형 (저보다) 키 작잖아요. 형 머리 크잖아요.

(사진 찍던 차돌바우) 나빴어(*편집자가 순화시킴) 괴상한 사진 만들거야.  

제가 정리해드릴게요. 키 크고 머리 작고 나이 많은 사람?
- 네. 배는, 배는 문제 없거든요.

아 뚱뚱해도 상관없다. 인터뷰 나가고 사진도 공개되고 하니까 혹시 메일이 올지도 모르거든요.
- 아 전 항상 메일함 열어놓고 있으니까...(웃음)

지금은 개인적인 생활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별로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 없다면 거짓말인데... 지금은 연애를 안하고 혼자라도 외롭진 않아요.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진짜 외로워서 외로운 거랑, 혼자 있어서 공허한 거랑 착각해서 외롭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지금은 전 외롭진 않아요. 일하는데 집중하고 있고 열심히 공부하고 제가 또 운동도 좋아하니까, 운동도 하고...

성욕을 운동으로 풀어요 그럼? 가끔 땡길 때가 있을 텐데...
- 혼자 조용히 화장지를 들고...(웃음)

마지막 애인은 화장지였다는 거죠?
- 아, 안돼요. (웃음) 근데 저... (심각 모드) 연애는 하면 좋겠어요. 근데 잘해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지금은 일하니까 잘해줄 수 있을까 싶어서... 사실 마음에 뒀던 사람이 한사람 있긴 했는데...

누군데요?
- 아예~~ (웃음) 아니예요.



운동 한다고 그랬는데 무슨 운동 좋아해요?
- 요샌 마라톤이 관심이 가더라구요. 한번 해보려고 직장에서 하는 거 신청했어요. 테니스도 하고... 매일 헬스장에도 가고...  많이 하진 않아요 한시간 반 정도... 그냥 러닝 전후로 십 분하고 스트레칭하고 하면 금방이어요.

사진 찍게 몸 좀 한번 보여줘봐요.
- 아 저...(가슴을 가리키며) 여긴 없어요. 솔직히 별로 없고... 제가 팔이 좀...

(차돌바우) 아까 팔뚝나오는 거 많이 찍었어요.

굵네요.
- 네 이상하게 사람들이 팔을 보고 괜찮다고 하는 얼토당토 않은... 팔만 인기 있는...(웃음)

아까 보니 밥도 많이 먹던데요?
- 네 제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주변에선 저보고 식신이라고 해요. 영수형이랑 밥 먹으러 가면 보쌈을 먹으면 보쌈에 감자탕에 밥 세 공기 기본으로 비우고... 더 먹으려면 영수형이 눈치주고...

보통 커밍아웃 인터뷰를 하면 게이로서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 놓는 분이 많은데, 동해씨랑은 평범하고 생활력 강한 일반 청년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혹시나 내가 게이라서 사는 게 남들보다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 근데 한 가지 항상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게... 이게 게이라서 뭐가 다르고... 사실 전 이십대 초반 친구들을 보면 게이라서 뭐 남다르고 자긴 게이라서 특별하다고들 하는데 그런건 없는 거 같아요. 사실 게이라는 말도 제가 좀 어색했던 게 이게 무슨 똑같은 다 사람인데 이거를 뭐 인종식으로 나누듯이 표현하는 게 싫었어요. 똑같은 사람인데... 제 주변사람들은  게이 이야기를 하면 호모포비아처럼 다 배타적으로 말하고 되게 뭐 얼굴부터 찡그리고... 그런 부분은 이해가 안가요.

좀 더 직선적으로 물어볼게요. 이건 커밍아웃 인터뷰이고... 여기선 뭔가 커밍아웃을 하셔야 되요. 지금까지 주욱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너무 담담해요. 솔직하게 내가 불안한 부분이나 상처가 있을 텐데 그걸 왜 안 까요? 아킬레스 건이 있을 텐데...
- 제... 아킬레스건... 연애?(웃음) 아무래도 지금은 제가 완벽하게 독립한 게 아니니까 앞으로 공부도 하고 살려면 돈도 많이 벌고 해야 되는데... 모든 사람이 다 그렇죠. 경제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런 게 가장 큰 걱정이고... 사실 제가 숨겨놓은 아킬레스 건은 항상 제가 말하지 않는 가족문제...

그건 본인 잘못은 아닌 건데.
- 근데 가족 이야기 할 때마다 저는 이렇게 내색은 안하지만 속으론 좀 많이 흔들리는 게  있어요. 겉으로 잊었다고는 해도 속으로 남는 응어리가 있고 혈육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죠.
되게 상처가 많았던 거 같아요. 사람들한테 말로써나 뭐로나... 일을 하다보면 제가 여태까지 전문적인 일을 한 게 아니니까 남들이 기피하는 일만 하고... 서비스직이란게 항상 남들 앞에서 웃고 있어야 하니까 정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웃어야하고 그런 게 많았죠. 근데 그게 어느 정도 버릇이 된 것도 있고 제가 상처받은걸 깊게 생각 안 해요. 그리고 전 그런 걸 말을 잘 안 해요. 누가 그러던데 제가 이렇게 보호막을 두고 사람들을 대하는 경향이 있대요.  

고맙습니다. 이제 정리를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친구사이 활동하는 형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나 같은 젊은 게이한테 뭘 해주면 좋겠다든가...
- 솔직히 지금도 충분히 하고 계시는데... 아, 저는 형들한테, 형들이... 아이고 형들이 하시는거 보고 되게 감동을 받았는데 오히려 이런 건 한살이라도 어린 저희가 한 걸음이라도 더 뛰어야 하는데... 어린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많지 않은 건 사실인거 같아요.

그러게, 왜 그럴까요?
- 그러게요. 그게 아쉬운 거 같아요. 자기 자기가 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인권운동 같은 건 안 해요. 그저 저녁에 나와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할 뿐이지. 자기 인권에 대한 생각은 없는 거 같아요.

정말 내 맘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서 사귀고 싶은데 그 사람이 이런 활동 싫어하고 게이커뮤니티 나가지 말고 자기만 보고 살라면?
- 저는 아니예요. 그 사람은 아니예요. 그 사람 본인이 그렇게 사는 건 이해해요. 상대방이 그런 걸로 피해를 주면 안 되지만 무조건 하지 말라는 건 자기 생각만 하는 거죠.
아니면, 제 말을 잘 듣는 사람이면 제가 돌려야죠. 길들여야죠. 전 자신 있어요.(웃음)

진짜 마지막 질문입니다. 마지막 비밀 한 가지만 더 공개해주세요.
- 제가 이렇게 겉으로는 말라 보이는데 벗겨놓으면 보기 좋아요

겉으로 봐도 안 말라 보이는데... 벗겨놓으면 뚱뚱하세요?
- 아니예요...(웃음) 아, 요새 좀 배가 나오긴 했는데...

다음 인터뷰 주자는 어떤 사람이 좋을지 추천해 줄 수 있으세요?
- 음... 저보다 좀 덜한 사람이 했음 좋겠어요.

뭐가 덜해요? 덜 뚱뚱한 사람?
- 저보다 좀 미모 떨어지고(웃음) 그 담 사람이 미모가 뛰어나면 제가 안 되잖아요....

찾기 힘들겠네요. 알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쉽지 않은 이야기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 꼭 이루시고 멋진 연애도 다시 하시길 바랄게요.



- 끝 -


권동해님의 이메일 주소 : seungwonkwon@msn.com

인터뷰 및 편집 : 코러스보이( jjoohyun@chol.com )

최근의 커밍아웃 인터뷰가 주로 삼십대 이후 게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롤모델이 될 만한 이야기를 찾아내고자 했다면, 열여섯 번째 커밍아웃 인터뷰부터 당분간은 이십대 게이들의 신선한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입니다.(일명 게이 F4 프로젝트) 물론 싱그럽고 깜찍한 외모는 기본입니다.

이 인터뷰의 사진과 내용은 권동해님과 친구사이의 동의 없이 다른 곳에 게제할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