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_Reading
2011.07.22 13:47

군대 갑니다!

조회 수 3692 추천 수 0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한 젊은이가 아직 아무 계획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채 인생의 문턱에 서 있을 때 느끼는 것은 대개,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결국은 자신을 더럽히고 마는 왜소함과 허영에 대한 심각한 싫증과 깊은 혐오이고 또 그의 마음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것은 어떤 본능적인 거부다.

얼마 전에 읽은 까뮈의 <젊은 시절의 글> 중에 더는 책장을 넘길 수 없게,
뜨악해진 마음으로 자꾸만 읽게 되었던 구절이에요.
더 많이 준비하지도, 더 많이 생각하지도 못할 거면서
미루고 늦추다 아까운 줄도 모르고 흘려버린 이십대 초반의 무용한 청춘도
이젠 정리하고 군대로 떠납니다. ^^;

형하고는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언제 읽으실 줄도 모르는 편지만 남겨두고 오늘 청주로 내려왔어요.
하필 오늘 같은 날 청주엔 내리는 빗소리가 요란하네요.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짧게 마지막 여행을 다녀오고,
월요일에 정신없이 입대하게 될 것 같아요.
직접 만나서 얼굴 보며 인사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 발악처럼 이제 와서 뭐라도 남기고 싶은 궁색한 허영으로
무리하게 여행을 다녀오느라 보고 싶었던 많은 분들 다 뵙질 못하고 내려왔네요.

그래도 휴가가 자주 있는 것 같으니
지보이스 공연 있으면 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책읽당 모임에도 나갈 수 있게 틈틈이 책 읽어둘게요.
아, 부탁하신 소식지 ‘병영일기’ 원고도 최대한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

부족한 성격 탓에 깊이 사귀고 섞여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좋은 분들 만나서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어요.
실은 기즈베형이 글 한 번 남기고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 때문에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정말 많이 보고 싶고, 뵙지 못하고 내려온 게 아쉽게 남네요.

각설하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번 여행 동안 읽었던 책 중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는데,

  이제 당신이 한 말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타고난 회의적 기질이라든가 외적인 삶과 내적인 삶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당신의 무능력, 그 밖에 당신을 압박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미 예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것들뿐이니까요. 다시 말해서 다음과 같은 부탁입니다. 마음속에 늘 충분한 인내심을 지니십시오. 또한 소박한 마음으로 믿으십시오. 어려운 것을 더욱더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당신의 고독을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그 말고는 삶이 당신에게 벌어지는 대로 놔두십시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옳습니다.

친구사이에도 있을 불안하고, 아픈 청춘들과^^; 공유하고 싶네요.

이년 뒤에도 여전히 오지 않을 것들만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하는 좋은 분들이 있으니 든든합니다.

고베에서 담아온 야경이 친구사이와 어울릴 것 같아 자랑처럼^^; 첨부합니다.
건강하세요!
  • ?
    GoTeJs 2011.07.23 04:45
    한번도 못 만났지만, 동년배의 입장에서 ㅎㅎ..
    좋은 인사글입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까나리도 한사발 후룩 드실것 같은,,,,, ㅋㅋ 강인한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잘 다녀오시리라 믿음이 가는, 보는 사람 걱정 안되게 하는 글이네요 :)

    찐한 글씨 동갑내기들에게 많이 말해줘야겠어요. 하하
    너무 으아.. 표현하기 곤란한 글귀에요..
  • ?
    옥란 2011.07.23 05:34
    얼 --;; 조심해서 다녀와 ^^ 복사꽃같은 재일이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께 ㅋ 근데...재일이가 돌아올때 쯤이면..난.. 북망산이 보일 나이인가? ㅎ
  • ?
    Charlie-찰리 2011.07.23 14:12
    재일이 군대가는구나. 늘 수줍어하던 너의 얼굴이 생각나는구나. 물론 최근에 봤을때 많이 성숙해진것 같았는데. 밝은 모습으로 다시 볼 날을 기대해보며 건강히 다녀오렴.
  • ?
    허정열 2011.07.25 00:10
    릴케형아가 좋은말씀하셨군화__^^
    잘다녀와^^
    밤새도록 삽질...시키는건 아니겠지 ㅋ
  • ?
    PEUGEOT 2011.07.25 06:06
    몸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
  • profile
    라떼처럼 2011.07.25 09:13
    연락도없이!!!! 환송회도 제대로 못해주잖아ㅠ 흙ㅡㅜ 잘갔다오고 휴가나오면 책읽당으로ㅋㅋ
  • ?
    조명산 2011.07.27 03:31
    오잘다녀오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책읽당 가입 안내 1 라떼 2015.03.08 6375
202 궁금합니다. 2 외출 2010.11.06 3987
» 군대 갑니다! 7 file 이재일 2011.07.22 3692
200 고맙습니다 1 박재경 2011.08.04 3694
199 고마워요 <책읽당>!^^ 2 마르스 2011.09.24 3623
198 게시판이다! 5 라떼처럼 2010.10.25 4174
197 개강 D-2 8 라떼처럼 2011.02.28 4127
196 갑니다 3 2012.05.21 5190
195 가입하고싶습니다.질문드립니다. 11 허정열 2010.11.08 4057
194 가을소풍을 기획해봅시다. 1 존슨 2011.10.08 4283
193 ㅋㅋ 모두들 쎄졌더군요!^^ 8 마르스 2011.05.09 2754
192 《2017 제 5회 책읽당 낭독회& 문집발간회》 file 책읽당 2017.09.04 187
191 《 2016 책읽당 4회 낭독회 & 문집발간회 》 file 책읽당 2016.10.22 167
190 ⭐️ 2017 책읽당 향후 일정 공지 ⭐️ file 책읽당 2017.12.22 144
189 ★ 책읽당 향후 일정 공지 ★ file 책읽당 2016.12.19 164
188 [퀴어문화축제] 책읽당에 놀러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file 이욜 2016.06.10 182
187 [책읽당 겨울 건축강좌 - 샘이 나는 세미나 시즌3] 책읽당 2016.01.12 339
186 [안내]//샘이 나는 세미나 마지막 강의// Sophia 2014.07.21 2067
185 [서평] 케이트 본스타인, <젠더 무법자 - 남자, 여자 그리고 우리에 관하여> 크리스:D 2015.10.05 600
184 [서평] 책읽당 봄맞이 야외독서회 ‘서촌 한 바퀴’ - 조한,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크리스:D 2015.10.05 776
183 [서평] 저자와의 간담회 - 이채,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file 크리스:D 2015.10.05 107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7 Next
/ 17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