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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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8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모임에는 열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수는 지난 모임의 절반이었지만 대신 대화가 두 배 깊어졌다. 이번 책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는 퀴어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어떤 차별을 받는지 그렸다. ‘결혼을 앞뒀거나 이미 결혼한 이성애자’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일터에서 퀴어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차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제목만 보고 책을 펼친 이들은 모두 그런 서사를 기대했겠지만, 책의 상당 부분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는 측면도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대다수가 공감하는 바, 해당 책은 퀴어보다는 여성의 관점에서 일터를 바라본 측면이 강했다. 물론 ‘이성애자 중년 남성’이 권력을 독점한 현상이 한국사회 고질적 문제임은 반론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그 피해자 중에서도 여성과 퀴어가 느끼는 박탈감은 다소 다른 결이 있을 것이다. 퀴어에 좀 더 세밀하게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책은 다소 아쉽다는 평이 서론부터 이어졌다. 아래는 주요 발언 정리.

 

 

-다들 책을 어떻게 읽었나.

 

을기: 제목은 반가웠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두 가지 측면의 한계를 말하고 싶다. 한 가지는 우선 책이 ‘20대 사회초년생’에만 주목했던 점이다. 퀴어들은 사실 나이 들수록 직장에서 약점들이 부각된다. ‘멀쩡하고 나이도 있는데 왜 결혼 안했을까’ 같은 의혹의 대상이 된다. 그런 분들 이야기도 다뤄졌어야 하지 않나.

 또 하나 아쉬웠던 이유는, 남성 전반에 돌을 던지는 데 퀴어를 이용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여성은 퀴어나 장애인 같은 경우와 같은 결로 엮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말 퀴어에 초점을 맞춰 다루고자 했다면 여성이나 남성 사이에서도 지정학적 성별과 본인의 성별이 다른, 그런 경우에 중점을 뒀어야 했지 않나.

 

우석: 청년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저 역시 학생이라서 또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실제로 책에 나온 사례들이 있을법한 이야기, 들어본 이야기였다. 반면 답답했던 부분도 있다. 20대 청년들 사례만 이어지다보니 청년 이후 서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상상하기는 좀 어려웠다.

다만 비(非)퀴어를 독자로 상정하고 중간중간 충실하게 용어를 설명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퀴어 당사자들이 읽었을 때는 다소 아쉬운 내용 아니었을까.

 

소피아: 청년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에 대해서 추론해보자면, 개인이 3,40대가 되면 조직에 동화되고 조직 내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확보하기 때문에 그들이 할 얘기가 많지 않아서 아닐까. 개인적으로 프리터 부분을 인상깊게 읽었다.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은데 성 정체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사람들. ‘어떤 퀴어들은 비자발적으로 그런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해보니 가슴 아프더라.

 

 

-여성 서사를 주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짐작해 보자면.

 

모짜: 이 책이 퀴어를 규정하는 방식이 일반적 정의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남성 위주 사회에서 게이 정체성을 가진 우리는 모두 주변부로 밀리는 존재다. 여자들의 이야기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봐도 이질감이 안 느껴진다. 사실은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을 통째로 퀴어라 정의한 것이고 그래서 ‘우리 모두 퀴어다’라는 결론이 나온 것 아닐까. 각각의 특수성도 있겠지만 말이다.

 

에디: 여성 동성애자들은 여성으로서 또 퀴어로서도 동시에 차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것 아닐까. 실제로 여성운동과 레즈비언 운동은 큰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황이: 퀴어와 여성 정체성을 동시에 가졌다는 건 좀 더 불리한 입장일 거다. 하물며 게이들 사이에서도 남성 관점에서 여성성을 비하하는 ‘끼 혐오’가 있지 않나.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룬 관점도 같은 퀴어 내에서도 다른 관점의 하나로 생각되는 면이 있다. 우리가 퀴어 전체를 대표하는 건 아니니까.

 

 

-주제를 좀 바꿔보자. 각자 일터에서 ‘퀴어 아닌 척’ 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하다.

 

(종하: 굳이 얘기 안해도 다 알더라. / 황이: 누가 물어보면 말해줄 생각인데 아무도 안 물어본다.)

 

에디: 예전에는 완벽히 속이려고 노력했다. 월요일에 출근할 때 주말에 여자랑 놀았던 에피소드까지 준비하는 식이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다. 지금은 책상에 좋아하는 봉제인형을 놓고 있는데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그래도 결정적인 포인트는 노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을기: 다른 여자 동료같은 경우는 2017년 1월달 강다니엘 달력을 놓고 있다. 저도 그런 것을 하고 싶었다. 컴퓨터 바탕화면을 연극 <에쿠스>(벗은 남자들이 많이 나온다) 사진으로 설정했다.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비혼 선언을 하는 편이다. 물론 질문은 어마무시하게 들어온다.

 

준: 정체성을 알게 된 누군가가 협박 비슷한 것을 해온 적도 있고 해서 그 부분을 잘 감추려 하고 있다. 책에 나오는 ‘거짓말 스트레스’ 부분이 공감됐다.

 

제롬: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파혼했다는 시나리오를 장착했다. 아니나다를까 첫 회식에서 ‘왜 아직 결혼 안했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상처받은 연기를 하면서 준비된 시나리오를 구구절절 읊었다. 그러고 나니 이야기 다시 안 나오더라. 타 부서까지 소문났다. 그후 비혼주의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직장 상사들은 “요새 비혼이 대세긴 한가 봐”라는 반응이다.

 

 

-책 220p에 성소수자로서 태어난 탓에 깨달은 점, 성소수자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좋은 경험. 이런 대담을 인상깊게 봤다. 여러분도 하나씩 공유해 보자면.

 

을기: 퀴어여서 경험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이를테면 주말 늦은 시간까지 종로3가를 누비며 누렸던 그 시간들. 제가 이성애자였다면 이 공간에서 이런 특별함을 경험하고 있지 않았을 거다. 당장 이 책읽당만해도 우리가 처음 보는 사이지만 하나의 정체성으로 모이지 않았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우석: 아무래도 차별을 받는다거나 사회에 잘못된 면들을 더 민감하게 받아 들고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떤 말 한 마디에도 숨은 배경을 생각하게 되고, 조금 더 나아가서 어떤 관계와 구조가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사회학 전공인데 교수님이 ‘무뎌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특정한 경험치가 있어서 그간 무뎌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발전하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소피아: 다음 생에도 게이로 태어나고 싶다. 독립적으로 내가 성취하고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 좋다. 직업상 일하면서 섬세하고 나긋하게 상대를 대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강점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커밍아웃이나 아웃팅 이후의 걱정들은 있지만, 점점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희망이 있다.

 

모짜: 퀴어문화축제 등에 가면 다양한 구성원들의 깃발이 있는 걸 발견한다. 원래도 사람에 관심이 많아서 주의깊게 보는 편인데, 내가 이성애자였다면 세상에 불편한 부분이 없다보니 그런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 것 같다. ‘난 편하게 살수도 있었는데’ 라고 생각하면 나쁜 점이기도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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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