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역사 - 세상에서 가장 큰 남자의 비밀스러운 인생> Review
거대하게 커져버린 주인공 크레이그. 그리고 다양성과 자유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그의 특별함은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작가 맷 킨트의 주장은 하나로 귀결되는 듯 싶다. 크레이그의 큰 몸 때문에 그의 특별성은 돈 벌이 수단의 상품이 되고, CSI의 도구가 된다. 겉으론 미국이 크레이그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생활을 보조해주지만, 이 책의 말미는 이를 뒤엎어버린다. 그는 개인성을 잃었고, 가족을 떠나야 했고, 사회를 등져야만 했다. 도대체 왜 다양성과 개인주의, 자유주의의 상징적 나라인 미국에서 작가 맷 킨트의 펜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아마도 이 책을 관통하는, 혹은 미국의 현대사를 꿰뚫는 열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소재는 매우 미국적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한 부치(주인공 크레이그의 아버지), 그리고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죽은 크레이그의 어머니. 크레이그의 부인 또한 외로움때문에 거대한 크레이그의 집 안에 자신의 조그마한(?) 집을 짓고 외톨이를 자처한다. 이 소재들을 엮어놓고 있는 끈들은 미국의 자유지상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그 밑에 흐르고 있는 개인주의적 사람의 성향들이다. 그리고 이 소재와 끈들은 촘촘하게 얽혀 있는 미국의 사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사회와 그리고 너무도 작은 개인들의 대조적 구조가 이 작품의 전반에 흐르고 있다. 주인공 자체에서도 큰 몸집과 같은 개인, 거대한 크레이그와 다른 조그만 사람들(특히 그의 부인), 크레이그의 거대한 집과 부인의 조그마한 집. 이 대조적 구도는 개인의 감정과 감성이 거대한 사회 앞에 방조되어져 있는 외로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개인주의는 이미 개인의 존중이 아닌 개인에 대한 방관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작품 속의 인물들 중에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도, 유명세를 얻게 되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도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가 이 작품을 멀게 느껴지게 하는, 혹은 이 때문에 더욱 미국 사람들에게 더 공감을 일으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 크레이그, 거대한 몸집을 가진 개인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지만, 필자가 해석하기론 거대한 몸과는 다른 소박한 개인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작품 속의 수 많은 상징적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상징은 주인공 자체일 것이다. 크레이그는 미국이기도, 사회이기도 하면서, 그의 감성과 마음은 작은 개인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거대한 사회 속에 담겨져 있는 개인은 너무도 작고 힘이 없어서 방관되어진 감성이 숨을 잃고 있는 현대사가 이 작품의 목소리이진 않을가.
by R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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