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스케치 #4] 책읽당 제5회 낭독회 및 문집발간회 스케치
2017-10-05 오전 00:29:30

[활동스케치 #4]

책읽당 제5회 낭독회 및 문집발간회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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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remember you are not alone♩ In the Aftermath♬’ 저는 답답할 때면 책상 앞에서 A4 용지에 가수의 노랫말을 따라 적었습니다. 정신없이 종이를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저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나면 황급히 쓰레기통 앞으로 달려가 그것들을 찢어 버렸습니다.

 
새롭게 책읽당 활동을 하면서 그 행위를 멈췄습니다. 대신 빈 종이에 가사가 아닌 제 감상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모임에 나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책읽당 모임에 세 번 출석을 해 정식으로 당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올해 낭독회준비팀 합류제안을 받았고 얼떨결에 수락해버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책읽당 신입당원 모짜입니다. 지난 9월 23일 독서토론모임 책읽당은 W스테이지 서소문에서 다섯 번째 낭독회 및 문집발간회를 관객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치렀습니다. 친구사이 소식지를 통해 제가 경험한 낭독회 준비과정과 행사 당일의 분위기를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낭독회와 더불어 책읽당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모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낭독회 일주일 전 책읽당 당원들은 현장에 모여 꼼꼼히 리허설을 실시하였습니다. 현장지원팀이 조명이나 음향 등을 익히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저도 사뭇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습니다. 행사 당일은 당원을 비롯해 공연자들까지 사전 리허설을 재차 진행하였습니다. 행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현장은 관객분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습니다. 오프닝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안절부절못하는 저와는 달리 현장 지원팀은 노련하게 현장을 지휘하며 차질 없이 행사를 이끌어 갔습니다. 본 낭독을 시작하기 전 책읽당 소개영상을 보며 웃음이 나오면서도 입술이 말라 계속 물을 마시면서 낭독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삼 개월 동안 책읽당은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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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는 6월, 책읽당은 평년보다 일찍 문집제작팀과 낭독회준비팀을 꾸렸습니다. 매주 주말 회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친구사이 내부 행사와 책읽당 자체 세미나 등도 빽빽하게 이어갔습니다. 6월의 저를 돌아보면 채워져 가는 주말 일정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7월에는 문집제작을 맞이해 3회에 걸쳐 김현 작가님과 함께 하는 글쓰기 강좌를 마련했습니다. 친구사이 안팎의 다양한 성소수자와 함께 ‘관계’와 ‘욕망’을 키워드로 직접 글을 써보고 서로 평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는 부끄러움에 글을 내지 못했었는데 당원들의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로 쓴 원고를 읽으면서 욕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 안다고 여겼던 사람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서울퀴어문화축제’ 친구사이 부스에도 참가하면서 더 큰 확신과 용기를 가지고 글을 적었습니다. 그렇게 제 첫 작품을 제출하고 나서야 문집의 형태가 비로소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한숨을 돌리자 8월이 되었고 마감이라는 단어가 자주 공지사항에 등장했습니다. 글만 쓰면 되는 줄 알았던 행사에서 역할을 하나둘씩 맡으면서 부담 역시 커졌습니다. 다행히도 1박 2일 MT를 통해 당원들과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전진할 힘을 얻었습니다. 오랜 시간 한 공간에 모여 맛있는 식사도 하고 문집과 낭독회 기획에 관한 회의도 하며 피드백을 모았습니다. 이후 최종 탈고가 끝나고 문집의 일러스트와 표제작까지 결정하면서 8월을 마무리했습니다.
 

9월엔 드디어 문집과 포스터를 포함한 인쇄물 작업을 완료하였고 오프닝 영상까지 제작했습니다. 포스터를 부착하러 종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한 달이었습니다. 부여받은 마감일에 쫓겨 넋 나간 듯이 밤을 새며 작업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마치고 나니 성큼 행사가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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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조명이 주위를 감싸고 BGM이 흘러 나왔습니다. 마치 오디션을 본 것 마냥 3분이 흘렀습니다. 준비했던 것들을 모두 무대에서 하고 나니 그제야 시야가 넓어져 주변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작가와의 토크 순서에서는 질문자의 말실수로 살짝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지만 모두 웃음이 터진 상황이 되어 저도 맘껏 웃고 넘어갔습니다. 긴장이 풀린 저는 다른 낭독자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기도 하고 이따금씩 호응도 해주었습니다. 이어진 낭독에서도 당원들 각자의 아름답고 멋진 색이 드러났습니다. 사회자 분들의 유쾌한 진행과 함께 현장에서 초대 가수 지현님의 공연과 GB의 풍부한 사운드가 훌륭한 엔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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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겪었던 책읽당 모임은 각기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발휘해왔고 이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세미나의 경우 어떤 주제, 독서토론모임에서는 선정 도서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합니다. 이들의 견해는 다를 수 있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마음은 열려있고 이해(利害)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틀리지 않았기에 서로를 격려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책읽당 당원을 포함한 개개인을 중심으로 이들의 개성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들의 매력이 오셨던 분들의 마음에 충분히 닿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희는 좋은 기회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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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활동스케치 글까지 마무리하며 역시 낭독회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제 생애 가장 바빴던 삼 개월이었습니다. 행사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친구사이 관계자분들과 책읽당 운영진을 비롯한 당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함께 오래 해 먹어요!

 

‘함께라면 우린 해낼 수 있어 참고 견딜 수 있어♪ Together with U and Me♬ 함께라면 우린 채울 수 있어 모두 안을 수 있어♩ Finally happy end♬’

 

 

(사진 : 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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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당 당원 / 모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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