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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반 인터뷰 ●

1. 사람들에게 불리고 싶은, 또는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 하나 알려 주세요.
damaged..?('대미지')인데, 장난스럽게 '미자'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어요 ^^

2. 성적 정체성을 물어봐도 될까요?
게이, 즉 남성 동성애자랍니다 (남자가 좋아, 남자가 좋아~! *^^*)

3. 데뷔, 그러니깐 이반 커뮤니티에 처음 나온 때는 언제였어요? 그리고 어디를 통해서?(인터넷, 이반 바 등등)
사실 커뮤니티에 나왔다 들어갔다 해서 데뷔 시기가 조금 애매하네요.
에라, 모르겠다~! 민망하지만, 제 과거를 까발려드리죠 ^^;

* 극장: 1995년 (딱 세 번밖에 안 갔다구요!)
* PC 통신/인터넷: 1996년~ (눈팅만 하다가 댓글로 발전했죠)
* 게이빠: 1999년~2000년 (한동안 가다가 끊었네요;;)
* 이반 단체 행사: 1998년 또는 99년~ (그냥 구경꾼으로서였지만, 재미있었어요)
* 개인 이반 사이트 술번개: 2002년 (이 때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기 시작했죠)

친구든 애인이든 이반들을 계속 알고 지내기 시작한 건 2002년이니까, 그게 제 '공식' 데뷔 연도겠네요.

4. 자신이 이반이어서 좋은 점 한 가지.
사실은 두 가지인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둘 다 쓸게요 ^^

* 남들보다 고정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성별 구분, 이성애, 결혼 등은 영구 불변한 '진리'가 아니죠~!)
* 다른 소수자한테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과부 팔자 홀애비가 안다고... ^^)

5. 자신이 이반이어서 나쁜 점 한 가지.
역시 두 가지인데, 연결되는 얘기니까 하나로 봐주세요~! ^^;

* (예비) 애인을 일상 생활에서 여러모로, 천천히 알아가고 남들한테 떳떳하게 공개하기 어렵다
(글은 이렇게 썼지만, 사실은 순서가 뒤바뀌었네요.
  이반이라는 사실을 일상 생활에서 드러내기 어려우니까
  예비 애인도 학교나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소개 받거나 알아가기 어려워지죠)

* 아무리 오래 되고 깊은 관계라도 일반 부부들처럼 법적, 경제적, 사회적 인정/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물론 결혼이 문제 투성이이고 인위적인 제도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최소한의 권리도 못 누리잖아요)

6. 혹시 나가고 있는 이반 모임이나 단체가 있나요? 있다면 어디?
친구사이~! (가끔은 '웬수사이'라는 생각도 들지만요 ^.^)

7. 친구나 가족 같은 주위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해본 적이 있나요?
당근이죠~!

8. 해봤다면, 또 셀 수 있다면 몇 번?
최초의 커밍아웃은 17살 때에 제가 짝사랑하던 (일반) 선생님한테였는데, 좋은 친구가 됐죠.
물론 이반이 일반 짝사랑하는 것만큼 영양가 없는(!) 짓은 없지만,
그 뒤로도 짝사랑한 일반들한테 매번 커밍아웃했고, 다행히 매번 좋은 친구로 남았어요.

그 뒤로 10년 이상 커밍아웃을 안 했다가,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변의 일반 친구들한테는 다 했어요.

식구들한테는 반은 아웃팅, 반은 커밍아웃의 형식으로 밝혔는데,
동생들은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엄마는 아직도 손주 타령하시네요 ^^;
그래도 꿋꿋하게 버틴 결과, 아직 맞선 한 번 안 봤다는 사실~! ^_^b

결국 제가 커밍아웃한 일반은 총 17명이네요(가족 포함).

9. 아― 그렇군요. 지금 이 시간 이후로 가장 먼저 커밍아웃을 하게 될 것 같은, 혹은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예요? 그리고 왜요?
흠... 주변의 가까운 일반들한테는 이미 했으니까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대상이 없네요.
만약 그만큼 친하고 지속적으로 보고 지내는 사람이 앞으로 생긴다면, 커밍아웃하고 싶겠고 또 당연히 해야겠죠.
인간 관계가 가깝고 오래 가려면 서로 솔직해야 된다고 보니까요.
물론 무턱대고 아무한테나 커밍아웃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요.

10. “으윽 이거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못 살겠다!” 싶은 순간이 있나요? 있었다면 언제?
정말 가까운 친구들한테조차 제 자신을 숨기고 거짓 인생을 산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결국 나중에 커밍아웃했지만, 그 순간에는 상대방한테 정말 미안했어요.
그러고보니 '네가 날 그렇게 못 믿었냐, 섭섭하다~' 이런 반응도 있었네요.

11. 님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이 변함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친구다' 정도?
다행히 커밍아웃하고나서 사람을 잃은 경우는 없네요 ^^

12. 커밍아웃한 사람과 함께할 때 당신은 이반의 감수성이나 이반으로서의 가치관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나요?
통념을 비틀고 비웃는 전복적인 유머,
일상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미적 센스,
몸은 나이 먹어도 마음만큼은 푹 퍼지지 않는 젊은 감수성...!

(그리고 임신이나 부모가 원하는 '조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성 생활!
  요것도 중요하지만, 19금이라서 괄호 안에 넣었어요~ *^^*)

13.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만약 가족에게 커밍아웃한 당신의 애인이나 친구가 가족 모임 또는 경조사에 함께하자고 한다면.
상대방 식구들이 커밍아웃을 아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나머지
게이 애인이나 친구들을 문전박대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당근 가죠~
(특히 맛있는 것 많이 나오는 공짜 잔치라면 언제든지 대환영! ^^;)

14. 이반으로서 겪었던 가슴 뭉클한 스토리가 있었다면 하나 얘기해 주세요.
윽... 없군요 ㅠ.ㅠ (이게 제일 잔인한 질문이라구요~!)

15. 마지막으로 이반들에게, 또는 친구나 가족에게 밝히고 싶은 이반으로서의 자신의 포부를 하나 얘기해 주세요.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악착같이 자기 몫만 챙기지 않도록,
그리고 이반도 일반 못지 않게 유쾌 상쾌 통쾌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도록 노력할게요~! ^^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설문지 만드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많이들 참여하시면 좋겠네요 ^_^)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5-06 15:42)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6-15 20:44)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