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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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6]
RUN/OUT 디자이너 기고: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운동

내 주변에는 인권 활동가 동료들이 있다. 대학생 때 인권 연합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시위나 활동을 직접 하기보다는 멀리서 응원하고 그들의 안녕을 바랐다. 동료들이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게시물, 활동, 성명문을 보면서 가슴 한켠에서 괜히 찔리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실천적인’ 활동을 내가 하고 있는가. 최전선에서 싸우는 동료들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올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위해 소셜 미디어에 의견을 피력하고 시위에 나가기도 하며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디자이너들 또한 이러한 모든 활동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했지만, 인스타그램에 디자이너들이 공유하는 게시물을 보고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이 시국에도 매끈한 이미지를 만들어 올리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보기도 했다. 스토리로 공유하고 시위도 직접 나갔던 나에게 실천적인 운동이란 개념에 회의감이 들었다. 다양한 모양으로 삶을 살아가고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듯이 누군가가 하는 운동의 실천성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로 시위에 나가는 것도, 정기 후원을 하는 것도, 꾸준히 소식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것 또한 운동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보다 “실천적인” 운동을 하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반문을 제기하고 싶지 않았다. 도리어 내가 할 수 있는, 업으로 삼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통해 운동하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도록 주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더 매끈하고 멋진 이미지들을 만들어 한 명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이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보다 실천적이고 능동적인 운동이 아닐까.
이번 〈RUN/OUT〉 프로젝트의 로고 디자인을 의뢰받으면서 공식적으로 디자인 후원을 처음 하기로 결심했다.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공감과 함께 매끈하고 멋진 디자인으로 후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운동으로서 디자인 후원을 결심했지만, 디자인 분야에 널리 깔려 있는 디자인 착취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비단 인권 단체뿐만 아니라 몇몇 의뢰인들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포트폴리오나 프로젝트의 의미, 좋은 경험과 같은 이야기들로 디자인 비용이 적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인권 단체는 후원을 받아 유지가 되기 때문에 디자인에 할당되는 비용은 적을 수밖에 없다. 후배 디자이너가 좋은 취지로 디자인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비용을 받아야 할 때 받지 못하는 상황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이에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담당자에게 일러두었다. “원래 이 정도 과업은 이 비용을 받는 일이고, 제가 이번에 하는 이유는 제가 ‘후원’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이 모든 과정을 거쳐 〈RUN/OUT〉 프로젝트 로고 디자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성소수자 당사자의 정치와 출마를 돕는 기반이 되고자 시작된 〈RUN/OUT〉 프로젝트는 ‘출마’, ‘달려 나가다’를 상징하는 “RUN”과 ‘가시화’를 표현하는 “OUT”을 합쳤다고 한다. 정치와 관련한 프로젝트의 경우 가시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멀리서도 잘 보여야 하므로 대부분의 정당 로고를 보면 획의 두께가 두껍다. 그리고 로고 자체에서 지향하는 바를 보여 주는 심볼 로고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심볼 로고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레터 타입 로고에서도 RUN과 OUT이 갖는 의미를 보여 주어야 했다. 이에 양 끝의 알파벳인 R과 T를 위로 뻗어나가는 화살표처럼 레터링 했고, 이와 어울릴 수 있도록 다른 글자들을 그렸다. 단어 RUN의 원래 의미인 ‘달리다’에서 다른 정치 관련 디자인에서 보지 못했던 스포티한 무드를 전달하고자 두꺼운 획의 모서리에 약간의 라운딩을 주어 스포츠 브랜드에서 주로 쓰이는 서체 스타일처럼 보이도록 설계했다.
이 로고 자체로서 하나의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면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위한 그래픽을 더 만드는 것보다 경제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현수막이나 성명문, 서류, 피켓 등 다양한 크기에 놓여서 잘 보여야 하므로 프로젝트 이름의 큰 특징인 빗금(/)를 기준으로 RUN과 OUT이 지면의 양 끝으로 붙여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로고 디자인을 납품하고 처음으로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1⟫의 포스터에 쓰였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성소수자 공동체와 함께 정치적 상상의 시작을 알리는 이 행사를 통해 〈RUN/OUT〉 프로젝트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앞장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운동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디자인, 혹은 이 행사에 참여하거나 널리 알리기, 또는 자신과 뜻이 맞는 단체에 후원하거나 마음속에서 응원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실천적인 운동이다. 내가 놓여 있는 환경에 따라 실천적인 운동의 범위는 달라지고, 그렇기에 어떠한 운동이든 능동적이다. 그리 머지않은 날에 더 많은 운동과 후원으로 필요한 일에 필요한 비용을 서로 주고받으며 더욱 건강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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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빠른손(@Bbareunson)
대표 /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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