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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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31 :
투표 그 너머 - 성소수자 정치 세력화의 전환점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영화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통해 본 연대의 힘
RUN/OUT은 한국 사회 곳곳에 흩어져 있는 퀴어 정치 역량을 지도처럼 그려내고, 성소수자 정치 리더십을 길러내는 프로젝트다. 단순히 투표하는 유권자가 아니라 직접 후보자로 나서는 길을 여는 것이 목표다. 지난 8월 30일 첫 공식 행사 "이렇게 된 이상, 국회로 간다!"에서는 국회에서 직접 활동했던 정치 선배 네 명이 4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퀴어 정치의 현실을 솔직하게 나누었다. 이는 정치 참여를 '먼 꿈'이 아닌 '지금 가능한 일'로 만드는 RUN/OUT의 전략을 보여주는 출발점이었다. 이 흐름을 이어 9월 20일에는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1’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영화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관람하며 성소수자 정치인의 가능성과 의미를 새롭게 모색했다.
"친구가 되고 싶다" - 연대의 시작
2008년 종로구 진보신당 6번 후보 최현숙. 한국 정치사 첫 커밍아웃 성소수자 후보의 도전기를 RUN/OUT 프로젝트와 함께 다시 보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최현숙 후보가 반복해서 말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진심이었다. 나이도 살아온 배경도 정체성도 다 다르지만 많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다. 연대의 시작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의 용기
최현숙 후보의 개인적 용기도 대단했지만, 그만큼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용기였다. 공공장소에서의 아웃팅 위험을 감수하며 유세에 참여한 선거본부 성소수자들과 엘라이들, 동반자 등록법 추진과 선거법 위헌 소송을 함께 진행한 동지들. 이들의 존재는 정치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님을, 우정과 연대가 어떻게 개인의 용기를 사회적 변화의 동력으로 확장시키는 지를 보여준다. 특히 든든함, 사랑, 소수자,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 뭇 생명,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고 외치며 거리를 누빈 유세 장면들은, 정치가 얼마나 따뜻하고 인간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시민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것이 정치이며, 함께 참여하고 싶은 정치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비전은 지금 들어도 나의 마음을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17년의 변화: 고립에서 연결로, 그리고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
2008년 최현숙 후보가 직면했던 근본적 문제는 성소수자 정치인이 설 자리나 토대 부족이었다. 그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에 대한 가시성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정치 지형은 복잡하게 변했다. 진보정치 내부의 딜레마는 어느정도 해결되어 정의당 뿐만 아니라 현재 원내 진보정당인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을 적극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소수자 의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이들 진보정당들이 무관심한 거대 양당에 밀리는 형국에서, 성소수자 이슈는 실질적 정치적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는 중요한 정치적 교훈을 준다. 단순히 '우호적인' 정당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정당이 실제 정치적 영향력을 가져야 하고, 더 나아가 거대 정당들도 성소수자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압력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RUN/OUT 프로젝트의 전략적 중요성이 드러난다. 2008년 최현숙 후보가 혼자 감당해야 했던 것을, 이제는 체계적인 네트워크와 연대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연대를 넘어, 선거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된 정치 세력으로의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정이 만드는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최현숙 후보와 동료들이 함께 웃고,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는 장면들이었다. 재능교육 조합원들의 시위에 연대하며 보여준 따뜻한 유대감, 선거 과정에서 마주한 어려움들을 함께 나누는 모습들. 이런 장면들은 정치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관계적인 활동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또한 우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들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골목정치, 당당한 여성의 정치를 구현하려 했지만 여성 유권자와의 긴밀한 관계 형성에서 한계를 발견했다는 고백이 그것이다. 이는 성소수자 정치인이 직면하는 복합적 정체성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외면하기도 힘들고 그것만을 가져가기도 힘든 특성을 갖는다면,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인적 노력을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영화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성소수자의 이미지가 구체적인 개인의 역사나 존재에 대한 서사보다는 유흥, 패션, 구매력 등으로 소비되는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K-pop 문화를 통한 관용 증가가 정치적 대표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RUN/OUT의 새로운 장: 연대에서 권력으로
'레즈비언 정치도전기'가 RUN/OUT의 첫 상영작으로 완벽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한다. 17년 전 최현숙 후보 한 사람의 용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제는 RUN/OUT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연결된 용기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연대를 넘어선 전략적 사고다. 영화에서 지적된 대로 성소수자 정치인이 나오려면 오랫동안의 지역활동을 기반으로 출마를 하거나 빠른 순번의 비례대표 공천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조건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친구가 되고 싶다던 최현숙 후보의 바람이 이제야 진정으로 실현되고 있지만, 그 우정과 연대가 실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정치적 권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최현숙 후보가 꿈꾸었던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이 이제는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친구들의 공동 프로젝트가 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그 프로젝트가 국회 의석으로 구현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2025년 지금 우리에게 주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다.
※ 이 글은 하인리히 뵐 재단 홈페이지에 함께 게시되었습니다. 국문(KR), 영문(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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