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도 깎는 노인.........(펌)
씨티에서 퍼왔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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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 전이다.
내가 갓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눈맞은 동생이랑 동거를 하며 살 때다.
처음 정모를 나왔다 돌아가는 길, 서울역으로 가기 위해 산울림을 나서는데 이 놈의 피맛골이 복잡하기만 하다.
이리 저리 헤매다 인사동 으슥한 골목으로 빠졌다가, 딜도를 깎아 파는 노인을 만났다.
'형 너무 헐거운 거 아냐' 하는 동생의 핀잔이 생각나 딜도 하나만 깎아 달라고 부탁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딜도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공장에서 찍어내는 싸구려 플라스틱 딜도나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잘 다듬어 달라고만 부탁했다.
이내 그는 열심히 깎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이다. 차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들은 척이다.
사실 남자셋, 여자셋 시간이 빠듯해 왔다. 올식 송승헌을 놓칠 생각을 하니, 갑갑하고 짜증이나 인제는 기갈을 떨 지경이다.
"더 깎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달라." 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깎을 만큼 깎아야 딜도가 되지, 각목에 사포질 한다고 딜도가 되나!"
나도 기가 막혀서
"쓸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 사우. 나는 안 팔겠소."
하고 내 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어차피 송승헌 보긴 그른 것 같아,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딜도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쓸데 다친다구~."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딜도를 숫제 무릎에다 놓고, 응큼스럽게도 깎아놓은 것을 더듬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노인은 다시 깎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너무 깎여 뒷버디에 느낌이나 올지 걱정스러웠다. 또, 얼마 후에 딜도를 들고 이리저리 흔들어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딜도다.
남자셋, 여자셋을 놓치고 내일 송승헌을 봐야 하는 나는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 수록 기갈이 돌았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골목 이리저리를 살펴보며 선녀하강 포즈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 때, 그 진짜 느끼는 듯한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끼스러워 보이고, 보갈스러운 눈매와 손동작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 거다.
집에 와서 잠이 든 동생 뒷버디에 살포시 딜도를 꽂아봤더니 동생은 흔들어 보라고 야단이다.
전에 써 본 것 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써본 딜도 들과 별반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동생의 설명을 들어보면, 용두가 너무 부르면 넣기가 힘들어 처음부터 포기하기가 쉽고, 같은 평균 두께라도 힘이 들며, 용두가 너무 안 부르면 이건 들어와도 넣은 것 같지가 않고, 손이 헛놀기 쉽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명딜도는 혹 돌기가 떨어지면 조각을 대고 물수건으로 겉을 씻고, 뜨거운 입술로 빨아주면 다시 붙어서 좀체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딜도는 돌기가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딜도에 돌기를 붙일 때, 질 좋은 부레를 잘 녹여서 흠뻑 칠한 뒤에 볕에 쪼여 말린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한 뒤에 비로소 붙인다. 이것을 '돌기세운다'라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견고하기가 남다르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가며 돌기세울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러브젤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러브젤을 사면 수용성은 얼마, 실리콘겔은 얼마 값으로 구별했고, 천연 아로마 오일이 들어있는 것은 세배이상 비싸다. 천연 아로마 오일이란 허브의 잎이나 줄기, 열매 등의 정유를 추출한 것을 말한다. 겉으로 봐서는 콩기름이 섞인 건지, 로즈오일이 섞인 건지 알 수 가 없다.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구분도 안 되는데 비싼 오리지날 아로마 오일을 넣을 리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줄 사람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성인용품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최상의 박을 위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성인용품을 만들어 냈다. 이 딜도도 그런 심정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하던 말은 '그런 올페노인이 나 같은 초짜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딜도가 탄생할 수 있담'하는 말로 바뀌어 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이반탕에서 오랄이라도 한번 해드리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벙개하는 날에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와 있지 아니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피맛골의 끼순이 들을 쳐다보았다. 더덕으로 하얀 얼굴에 떨어질듯한 마스카라 끝으로 모락모락 농익은 끼가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때 그 노인이 저 끼순이들을 보며 선녀하강을 했구나. 열심히 딜도를 깎은 후 끼순이들을 보며 자박을 타던 노인의 안쓰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집에 들어갔더니 옆방 사는 마짜 형이 일제 바이브레이터로 자박을 타고있다. 전에 그 나무 딜도로 밤새 동생과 박을 타던 생각이 난다. 나무 딜도 구경한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딜도질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전동딜도에 밀려 나무 딜도를 손으로 흔들며 뜨거운 교성을 터뜨리던 그 열정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문득 4년 전 딜도 깎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