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6월 |
|---|
[커버스토리 ‘어울림’ #2]
우리 모두가 '다문화'다 - 다양성과 인권을 위한 제언

1. 모든 사람은 다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들은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 을 가지고 여러 가지 사회적 그룹에 속하여 살아간다. 각 사회적 정체성들은 또 그마다 특권그룹, 경계그룹, 억압그룹으로 나뉘게 되며 각각의 그룹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다. 사회적 정체성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인이 어떤 그룹에 속하게 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노력이나 성과 등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들이 많다.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은 모든 개개인이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 정체성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다.
2. 우리는 모두 특권그룹과 억압그룹에 속해 있다.
모든 사람은 여러 사회적 정체성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그룹에 동시에 속하게 되는데, 그 중 어떤 정체성에서는 '특권'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다른 정체성에서는 '억압'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스로를 여성, (일시적) 비장애인, 시스젠더**, 이성애자로 정체화하는 사람은 성별 영역에서는 억압 그룹에 속해 있지만 장애, 성별정체성, 성지향 영역에서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특권과 억압은 그 개인이 속한 시대와 환경, 또한 물리적 장소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유학을 가기 전 모든 사람들이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한국에 살 때는 스스로를 동양인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한국인이라고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나는 나였고 그저 한 명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백인 위주의 사회인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나는 그냥 내가 아니라, 갑자기 ‘동양인’이 되고 ‘한국인’이 되었다. 인종이라는 사회적 정체성 영역에서 내가 가진 정체성이 억압그룹에 속하게 되는 사회로 옮겨갔더니 나는 갑자기 ‘유색인종’이 되고 ‘소수자’가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특권그룹이 가진 특권 중에 하나이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사회적 정체성 중 그것에 대해서 평소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회적 소수자’는 숫자에 의한 정의가 아니다.
각 정체성마다 억압그룹에 속하여 있는 사람들을 ‘사회적 소수자’ 혹은 ‘사회적 약자’라고 한다. 이 때, 중요한 부분은 '사회적'이라는 점이다. 소수자 그룹의 사람들은 실제 비율로는 소수가 아닐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사회의 여성과 남성의 성비는 거의 50:50 이다. 더 정확히는 최근 여성이 약 51%로 남성의 인구 수를 넘었다. 그러나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라는 말은 실제로 숫자가 적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는 실제로 물리적인 힘이 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적 소수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라는 말은 사회적인 차별과 구조적인 억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억압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특권 그룹'의 사람들에 비해서 부, 명예, 네트워크 등의 사회적 자원에 다가가기 어렵다. 그 결과, 이들은 사회적으로 스스로 생각 할 수 있는 기회, 의견을 말 할 수 있는 기회, 결정할 수 있는 기회, 자신의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 기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 등을 박탈 당하게 된다.
4. ‘다문화’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매우 제한적인 의미로 ‘다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종과 민족에 국한시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들과 이주결혼여성들 그리고 난민들 등의 외국인들을 ‘다문화’라고 부르고 있다. 그들이 이룬 가정을 ‘다문화 가정’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을 ‘다문화 아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경제력이 좋은 국가나 백인에게는 ‘다문화’라고 부르지 않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처음 ‘다문화’라는 용어를 만들었을 때는 분명 좋은 뜻이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들을 마련하기 위해서 만든 새로운 용어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문화’라는 용어가 오히려 사람들을 구분 짓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제노포비아)가 유지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 전반 그리고 특별히 사회복지계에서 사용되는 방식 때문에 굉장히 시혜적이고 동화정책적인 측면이 발생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장애 차별, 성 차별, 외국인 차별 등 모든 종류의 차별과 억압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내가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너를 도와주겠다’라는 시혜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동등한 사람이고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 어떤 사회적 정체성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5.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같은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 다양성의 사회가 되었다. 계속해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고 주체와 객체를 나눠서 차등적으로 차별하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변해가는 우리 사회 속에서 적응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필자는 ‘다문화’라는 용어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확장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나 이방인, 나그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항상 특권그룹 또는 억압그룹 어느 한 쪽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평소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도 연대하고 지지하고자 하는 마음과 ‘우리 모두는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다문화’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 다르지만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인정, 존중, 배려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나답게’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면서 타인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
*사회적 정체성에는 성별(젠더), 장애유무, 인종, 민족, 성지향, 성정체성, 지리적 위치, 군 경험, 일 경험, 교육수준, 수입, 가족의 형태, 혼인 상태, 자녀 유무, 부모님의 상황, 신념(정치, 종교, 세계관, 가치관) 등이 있습니다.
**시스젠더(Cisgender)란 스스로의 사회적•심리적 성별(Gender)을 생물학적인 성별(Sex)과 같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
한국다양성연구소 / 김지학 소장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 소식지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해당 게시판에서 신청해주세요. ☞ 신청게시판 바로가기
*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친구사이의 활동을 후원해주세요.
후원참여 바로가기
2016 친구사이 후원주점 '받아보자' 친구사이가 성소수자 인권단체로서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도록 안정적인 4인 상근체제를 만들기 위해 후원주점을 진...
기간 : 8월
[알림] <이태원무지개예술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이태원무지개예술로를 함께 만들어요~ 이태원무지개예술로는 요상한 동네 호모힐, 후커힐, 홀리힐을 무지개빛 문화 해방구로 만들어보자는 프로젝트입니...
기간 : 8월
[이달의 사진] 저들은 혐오하고 우리는 사랑한다 - 지난 6월 26일 제 8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불어라 변화의 바람>이 열린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혐오세력이 성...
기간 : 7월
뜨거운 마음으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6월 정기모임은 친구사이 워크숍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름아, 부탁해’ 란 제목...
기간 : 7월
[커버스토리 '클럽' #1] 난년들이 들려주는 生色토크 - 살아숨쉬는 게이클럽 탐방기
[커버스토리 ‘클럽’ #1] 난년들이 들려주는 生色토크 - 살아숨쉬는 게이클럽 탐방기 쿵쾅쿵쾅 비트 소리에 다양한 미모와 끼로라를 뽐내며 영혼이 춤...
기간 : 7월
[커버스토리 ‘클럽’ #2] 이태원 게이클럽의 어제와 오늘 - 클럽 Le Queen/Looking-Star 사장 임찬혁님 인터뷰
[커버스토리 ‘클럽’ #2] 이태원 게이클럽의 어제와 오늘 - 클럽 Le Queen/Looking-Star 사장 임찬혁님 인터뷰 1. 이태원 첫경험 2. 대학생활과 게이...
기간 : 7월
[활동스케치] ‘여름아, 부탁해’ - 2016 친구사이 워크숍 후기
[활동스케치] ‘여름아, 부탁해’ - 2016 친구사이 워크숍 후기 6월 25일 토요일, 구름 많음 2016 친구사이 워크숍 ‘여름아, 부탁해’가 진...
기간 : 7월
[기획] <新 가족의 탄생 #2> 무지갯빛 마음이 모여 사는 곳 – ‘무지개집’ 사람들 이야기
[新 가족의 탄생 #2] 무지갯빛 마음이 모여 사는 곳 – ‘무지개집’ 사람들 이야기 ‘피가 섞이지 않아도 괜찮아.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
기간 : 7월
그 해방감, 루빈카 아론 : 루빈카님, 정회원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사이에는 어떻게 나오시게 되셨나요? 루빈카 : 책읽당으로 처음 친구사이에 들...
기간 : 7월
[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3 - <후회하지 않아>
[내 인생의 퀴어영화 #13] :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결코 <후회하지 않아> * 수만 개의 삶과 사랑, 아픔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많은 사...
기간 : 7월
[서평] 모쿠슈라 갈팡질팡 서평쓰다, 『이기호 단편집』
[서평] - 이기호,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정상기후가 뉴스가 되는 시절이라는 걸 감안해도 올해 더위는 때 이르다. 본격적...
기간 : 7월
커밍아웃은 성소수자 본인에게 매우 힘든 일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백받는 사람에게도 역시 매우 힘든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꼭 커밍아...
기간 : 7월
2016년 친구사이 6월 재정보고 *6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7,203,685 일시후원: 5,463,750 정기사업 워크숍: 1,546,000 퀴어문화축제: 251,754 기타사업: ...
기간 : 7월
[이달의 사진] 미국 올랜도 LGBT 클럽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
2016년 6월 12일 새벽 2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LGBT 클럽 '펄스(Pulse)'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
기간 : 6월
우리의 적극적 행동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친구사이가 꿈꾸는 활동은 기존에 우리가 알려온 이야기들을 “퀴어적”으...
기간 : 6월
[커버스토리 ‘어울림’ #1] 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되나요? - 차별 금지의 법적 근거
[커버스토리 ‘어울림’ #1] 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되나요? - 차별 금지의 법적 근거 차별이란 무엇인가? ‘차별(discrimination)’이...
기간 : 6월
[커버스토리 ‘어울림’ #2] 우리 모두가 '다문화'다 - 다양성과 인권을 위한 제언
[커버스토리 ‘어울림’ #2] 우리 모두가 '다문화'다 - 다양성과 인권을 위한 제언 1. 모든 사람은 다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들...
기간 : 6월
[활동스케치] 나의 퀴어퍼레이드 참가기 1. 처음으로 퀴어퍼레이드에 갔다. 친구사이에 처음 나온 지는 10개월(정회원이 된지는 이제 막 4개월), 책읽당 당원으로...
기간 : 6월
[인터뷰] 우리들의 종로이모 이야기 #1 - 만○○ 이모 김양순님
[인터뷰] 우리들의 종로이모 이야기 #1 : 만OO 이모 김양순님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소중한 추억의 장소, 늘 가까운 거기에 계시지만 잘 몰랐던 종로의 이...
기간 : 6월
[칼럼] 은둔 사이의 터울 #1 : 자신을 죽인다는 것은
은둔 사이의 터울 #1 : 자신을 죽인다는 것은 1. 나는 서른 살에 게이커뮤니티에 데뷔했다. 데뷔라 함은 보통 내가 게이임을 어느 정도 마음굳히고 그를 바탕으...
기간 :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