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사이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글입니다.
[시네마천국]이라는 영화를 다들 보셨을 겁니다. 이태리 신부가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극장의 영화들을 검열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키스 장면이나 조금 야하다 싶은 장면이 나오면 어김없이 발딱 일어나 딸랑딸랑 종을 흔들어대는 장면들을 기억하실 겝니다.
그러나 제 귀에는 이 신부가 딸랑딸랑 종을 흔들어댈 때마다 '아이 좋아, 아이 좋아' 하고 전율하는 몸의 반동을 느끼며 속으로 절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마치 마리아 조각상의 풍성한 젖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 '오 마리아!'를 외치며 성령의 흔적을 맡으려고 코를 킁킁대던 중세 수도사들의 그 반어적 오르가즘의 이미지와 비슷하달까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이 딸랑이는 여전히 우리 삶 어딘가에서 이따금 몸을 부르르 떨며, 우리 삶이 검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몸서리치게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21세기 첨단 사회는 그 '첨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별 희한한 도구로 딸랑딸랑 종소리를 내더군요.
청소년들이 음란 사이트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음란 사이트 접속시 부모의 휴대폰에 알람 기능을 부착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얼마나 신속하고 멋진 딸랑거림입니까. 아이들이 음란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자위를 하지 못하도록 울려대는 저 신성한 종소리는 이제 디지털 속도로 위용을 과시하게 된 거지요.
멀리갈 것도 없습니다. '정숙이 곧 삶의 모토'였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엔 아예 그 종을 아이들의 성기에 달아놓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애완견으로 생각한던 탓인지, 발기가 되면 딸랑딸랑 울려대는 방울, 발기되지 못하도록 성기의 크기를 제어하는 링 등을 아주 과학적인 이름으로 버젓이 부착했던 거지요.
근대 이후 하나도 변한 게 없습니다.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울려대는 저 성스러운 딸랑이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잠자리에 들곤 합니다.
한국에서 바로 이 딸랑이를 흔들어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바로 청소년보호위원회입니다. 아주 근엄하시고 성스러운 수도사 모임입니다. 걔네들은 쉬지도 않고 구세군 종이든 경주 나빌레라 종이든 종이란 종은 모두 끌어안고서 청소년의 성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해서 근무 교대를 하며 열심히 딸랑딸랑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잠을 자면서도 종을 흔들어댄다는 일설이 있습니다.
이 근엄한 수도사들 때문에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마는 우리 동성애자 입장에서 봤을 때 아주 귀가 따가워 죽겠는 상황 때문에 청보위 수도사들의 요란한 딸랑거림 저변에 깔려 있는 그 음란한 오르가즘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보위 수도사들의 종은 전율하며 일갈니다. '동성애는 '수간, 혼음, 근친상간' 등과 같은 범주의 '변태 성행위,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한 성관계다'(시행령 제7조)
그래서 그들은 pc방이든 어디에서든 청소년들이 동성애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열심히 종을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죠. 심지어 동성애자 인권 단체의 사이트도, 여기 친구사이 사이트도 접속 차단 프로그램 리스트에 오르는 영광을 입어 자신들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던 아해들이 정보라도 얻을 양 접속할 때마다 딸랑 딸랑, 고문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다 우리의 충성스러운 인터넷 공룡 기업들인 몇몇 포털 사이트에선 동성애를 검색하려면 민쯩 까라고 종을 울려댑니다.
청보위 수도사, 야들의 배때기에는 기름기가 얼마나 들어찼는지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해당 시행령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하라는 권고를 하자, 처음엔 하겠다고 해놓고는 한 해가 다 가도록 꼼짝도 하지 않는 팔뚝 굵은 으름짱 일색입니다. 여전히 그들은 반사조건이 잘 훈련된 파블로프의 dog가 되어서 동성애의 '동'자만 나와도 즉각 딸랑딸랑, 종을 흔들어대는 꼴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의 기본적인 헌법까지 모독하며 우리의 또다른 재판정 수도사들께서 이들 청보위 수도사들과 '해피 투게더' 했다지요? 한국 최초의 게이 웹 사이트인 엑스죤이 제기한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 및 고시 처분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하여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비록 청보위 시행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사족을 붙이긴 했지만, 엑스죤에 대한 패소 판결 자체는 동성애를 향해 청보위 수도사와 코러스로 딸랑이를 흔들어댄 것이며, 그 스스로 위헌을 범했다는 자백을 실토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 집행자들이란 작자들이 한편으론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하면서 그 위헌 소지가 있는 시행령의 승소를 결정하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양비론을 택한 데에는 모름지기 청보위 수도사의 딸랑이 소리의 위력이 한몫 단단히 했을 텁니다.
청보위 사이트에 가보십시오. 온갖 딸랑이 소리뿐입니다. 어찌나 질퍽하고 성적인지 머리가 다 아뜩할 정도로, 야들의 사이트가 외려 더 오르가즘 일색입니다.
아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딸랑이를 흔들어대는 야들의 속내는 기실 아주 싼값으로 '부처 이기주의'에 저당이 잡혀 있습니다. 청보위에서 녹을 받아 먹고, 사업을 확장해 돈과 권력을 회수하기 위해선 명목들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 소중한 명목 중에 하나인 '동성애 때려잡기'를 어디 그렇게 쉽게 놓겠습니까. 국가인권위 권고 사항쯤은 딸랑이를 잠시 떨어뜨려 그저 흘려보낸, 잘못 나간 영화 장면일 뿐이죠.
긴말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시네마천국]은 기묘하게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의 모범답안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딸랑이 소리 때문에 잘라내야 했던 모든 연인들의 키스 장면을 모아서 상영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딸랑이 소리 때문에 잘라내지고, 소외되고, 조각조각 분열되어야 했던 삶의 자기 결정권의 이미지들을 모아 재편집 없이 상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청보위, 이제는 당신들이 종소리를 들어야 할 때입니다. 당신들의 오르가즘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타인의 삶을 착취하는 가운데 얻는 비열한 쾌락이기에, 어떤 정당성도 없는 음란 행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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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겨레신문에 연재되었던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친구사이 회원의 글입니다. [야!한국사회] 커밍아웃 »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2007-12-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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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운
ㅋㅋㅋ 이 밤에 웃게되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