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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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 무더운 여름이 사그라들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살랑이는 날, 친구사이 교육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이 총 2회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서울지역 게이커뮤니티의 중심이자 친구사이 사무실이 자리한 종로3가 일대를 돌아보는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에 정말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관심과 호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알찬 이야기들로 꽉차게 진행해주신 친구사이 소식지팀 팀장이자 역사학자 터울님, 그리고 2회차 수어통역에 함께해주신 한국농인LGBT+의 보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참가자 중 몇 분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친구사이 교육팀장 크리스 |
시작부터 초치는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나는 종로에 대한 애착이 없는 편이다. 매번 갈 때마다 시끄럽고 번잡한 포차거리의 풍경,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만취한 사람들, 골목이 스스로 내뿜는 것 같은 자욱한 담배 연기. 나에게 종로는 그저 게이들이 ‘거기에 있어서’ 오는 곳일 뿐, 만약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결코 오지 않았으리라 매번 다짐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게 다짐해도 나는 언제나처럼 종로로 향하고,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마시며, 내가 혐오한 그 풍경과 하나가 되어버리고는 한다. 좋든 싫든 게이는 결국 또 종로로 모이고, (일단 나부터도..) 대체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새삼스레 질문하며 크루징 투어에 함께 했다. 지금까지 해가 진 종로의 모습만을 보다가, 해가 뜬 종로의 거리를 걷는 느낌은 대단히 생경하게 다가왔다. 마치 내가 원래 알던 ‘그’ 종로가 아니었던 것처럼, 우리 크루징 투어 무리는 처음 여행하는 이국의 도시를 걷는 듯이 종로 이곳 저곳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탑골공원에서부터 친구사이 사무실까지 이어지는 크루징 투어 내내,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문득 단순히 행정구역으로 구획된 종로가 아닌, 종로라는 장소감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 ‘시선’이랄 것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종로에서 ‘시선’을 던진다. 게이바에서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연인들끼리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식되는 낯선 남자에게도 시선을 마구 던진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종로에서 ‘시선’을 받지 않는다. 다른 장소에서, 비성소수자들과 함께 할 때 결코 융화되지 않고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 행동들, 소주잔을 기울일 때 엣지있게 올라간 새끼손가락이라거나, 흥분을 감추지 못해 터져나오는 돌고래 소리는, 종로에서만큼은 정말 평범한 무언가가 된다.
크루징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터울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종로가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이 공존하는 역사 공간이라는 것이다. 게이, 트랜스젠더 여성, 성매매여성, 그리고 노인들까지도, 정상성 수행에 영 소질이 없는 존재들이 거진 종로에 발을 붙이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터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 사이를 연결해준 것은 바로 ‘동류애’ 였다. 그 동류애는 파고다를 둘러싸고 탑돌이를 하던 때부터, 파고다극장 뒷좌석에서 사랑을 나누고, 심야영업 단속을 피해 문을 다 걸어잠근 뒤 촛불 하나 켜놓고 영업을 하던 시기를 공동체의 기억으로 엮어낸다. 그렇게 보니 문득 종로는 바래고 해진 인생들을 누덕누덕 기워 만들어낸 조각보 같다고 생각했다.
종로에 미련할 만큼 오래도록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곧 ‘우리’로서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 있는 모두가 사는 동안 내내 미끄러지고, 어긋나고, 빗나가다보니, 어느새 여기 종로에 와있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내몰려 도착했을지라도, 결국에는 터전으로 일궈낸 곳 또한 종로였다는 것을, 앞으로 종로에 오는 동안 종종 되새기게 될 것 같다. 끝으로 소중한 자리 마련해준 터울과 친구사이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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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참가자 / 달래

후원만 해오다가 크루징 투어 종로 역사편으로 처음 친구사이의 프로그램에 참석했습니다. 서울의 게이 거리 역사를 직접 걷고 보며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있는게 아니니까요!
게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어플에서 알게 된 남자와 데이트 하려고, 아니면 괜히 집에 있기 심심해서 종로를 들락날락하면서도 왜 하필 종로일까 라는 생각은 잘 안 해본 것 같습니다. 낡고 축축한 거리에 원래부터 게이들과 술집이 있었던 느낌이었어요.
크루징 투어를 통해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탑골공원이나 옛 파고다 극장과 같은 과거의 크루징 스팟부터 게이 거리로서 종로의 역사를 함께 걸으며 짚어보니, 지금의 종로라는 공간이 거저 생겨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몰렸지만 내몰린 곳에서나마 자신을 드러내고 스스로의 욕망을 용기있게 실천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란 것을 알고 나니 종로가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원래도 그랬지만 앞으로 술 한잔도 웬만하면 종로에서 마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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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참가자 / 사과

도시의 길을 걸을 때 무수한 사람, 건물, 풍경을 지나치며 구경하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나는 도시 구경을 좋아하는데 여러모로 서울의 최중심인 종로만큼 재밌는 곳, 자주 가는 곳도 드물다. 이처럼 종로는 익숙한 공간이지만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을 함께 하면서 실은 이곳에 대해 내가 익숙한 것들만 보아왔음을 깨달았다. 투어 멤버들은 파고다 공원 안에서 만났는데 사실 한옥스러운 공원 정문을 통과해 안쪽까지 들어와 본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왠지 어르신과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전용 공간이라는 편견 때문인지 들어갈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이다.
막상 공원의 인적 구성은 다양했다. 금단의 영역처럼 보이던 공원 한복판 마루에는 젊은 남녀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며 앉아 있기도 했다. 종로 특유의 혼돈스러움이 공원에서 더 극대화 되어있으리라 예측했는데 공원 안은 실상 평온했다. 곧 터울님의 박식한 가이드가 시작되었고, 나는 게이들의 종로가 다른 이들의 종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경청했다. 도시 빈민을 수용하던 권농동 쪽방촌은 쪽방 주인장의 물욕과 게이들의 육욕 덕분에 하룻밤 크루징 장소가 되었고, 개발국가가 용인한 고급과 저급의 유흥업소들을 상대하던 악기 창고는 버려진 다음 게이바가 되었다. 도시 빈곤과 유흥산업은 퀴어한 종로의 이면이었던 것이다.
점점 더 '힙해지는' 종로의 표층을 뚫고 이렇게 과거를 시추하는 일은 시간이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신묘한 경험이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 겨우 흔적이나 남아있을까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공을 넘어 되살아나는 것이다. 투어는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제 종로를 거닐게 되면 골목길과 건물에서 게이바의 '여장남자' 접대부들, 고궁 앞 '최초의 게이바'에 들락이던 일본인 관광객들, 파고다 극장에서 명멸한 인연들의 표정과 말들이 그곳에 각인되어 있다고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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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참가자 / 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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