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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45 : 지보이스 자작곡 배경 및 후일담 - '네 생각', '독거미(獨居美)'
2024-12-06 오후 16:06:30
22 0
기간 11월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45

: 지보이스 자작곡 배경 및 후일담

- '네 생각', '독거미(獨居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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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보이스 자작곡 배경 및 후일담 2 <네 생각>

 

최근 세상엔 2가지 유형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 때, ‘머릿속에 끊임없이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정적으로 가득 메워진 사람’. 나의 경우 전자에 속하는 족속인데, 더 나아가 가끔씩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멜로디를 제멋대로 콧노래로 흥얼거리고는 한다. 그중 괜찮다 싶은 것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녹음을 하거나 악보에 적고, 노랫말을 붙이기도 했다. 덕분에 비축해 둔 소재가 다양하다. 가사가 붙지 않은 멜로디, 짤막하게만 존재하는 소절의 조각들, 구체적인 틀 없이 쭉 나열해 놓은 시어들. 아마도 고등학생 때부터? 천부적인 작곡의 재능 같은 자랑거리로써 치부하기에는, 막상 스케일이나 코드진행도 엉망이고…, 아무튼 애매한 부분이 많다.


올해는 그것들을 모아 <네 생각>이란 곡을 완성했다. 특성상 제각각 구간마다 ‘작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산발적인 편이다. 당시의 기분과 주변의 상황들, 혹은 번뜩 떠오르는 순간의 기억에 대한 내용들이 중구난방 뒤섞였다 보면 되겠다. 그럼에도 ‘짜깁기한 결과물치고는 그럴싸한 편이지 않나?’ 자신해본다. 별이 잔뜩 떠 있는 하늘에 대한 감상과 불면과 우울과 같은 병증에 시달리는 일상의 고충, 연이어 사무치는 단절과 고립의 공포가 밤의 심경이란 한 다발의 주제로 잘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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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생각> 가사
 

 

가사에서 보이다시피, 자칫 심히 침울하게 읽힐 수도 있는 곡이었다. 이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극복하여, 본래 전하려고 했던 희망적이고도 따스한 의도를 품은 합창곡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값지다 못해 기적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지휘자님의 편곡, 단원들의 열의, 전구와 밤하늘 뒷배경 연출, 관객분들의 감상 등…. 아직도 많은 이들의 애정이 모여, 모두와 함께 완성했던 무대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혼자였다면 못했을 일을 해냈다. 우리가 같이.’
 

이상 2개의 곡을 내놓은 원작자의 간단한 소감을 끝으로, 올해의 신곡의 배경 및 후일담을 마친다. 

 

 


2.    <독거미(獨居美)> 작업 노트, 그 다음.
 

한편, 이 곡은 앞선 10월 호에 소개한 <독거미(獨居美)>의 탄생배경에 있기도 하다. <네 생각>을 무대에 올리고자, 가사를 다듬고 구조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작업 노트’에 적게 되었고, 엉겁결에 ‘호랑거미’와 얽힌 일화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하나의 창작물이 또다른 창작물에 대한 영감과 계기를 주는 특별한 경험이었지 않았을까? 그런 맥락에서 이전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며, 두 곡 사이에 연관성을 나타내는 <독거미(獨居美)>의 작업 노트의 뒷부분을 추가로 공개해본다. 역시나 일부 발췌이며, 소설처럼 보이도록 각색한 내용이다.

 

 

 

• 싸게의 작업 노트 – <독거미(獨居美)> 中에서

(10월호와 이어집니다.)

 

 

그 아이가 떠난 자리에 한참을 멍하니 섰다. 
 

가로등이 많지 않은 종묘의 돌담길은 요란하리만큼 을씨년스러웠다. 나름 ‘묘’라는 이름이 붙어서 그런지, 벽 너머로 늘어지는 그림자가 시커먼 산발을 늘어뜨린 환각을 보였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는 흐느끼는 환청으로 들렸다. 어딘가 태평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착각이겠지.
 

흉흉한 사위를 두르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혼자 놓였다. 막 솟구치려 하던 열기가 바닥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냉랭히 식은 목덜미가 저릿하고, 텅 빈 이마가 핑 돌았다. 어지럼을 무찌르려 담벼락을 향해 다가갔다. 양 손바닥을 붙이고 정수리를 콩콩 쥐어박았다.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번민의 굴레를 돌았다. 손을 잡아주어야 했을까? 밝은 길가로 이끌어야 했을까? 아니면, 잠자코 있어야만 했을까? 아무리 골머리를 앓아보아도, 나로서는 그 아이의 속을 알아볼 방도가 만무했다.
 

그렇게 세게 밀친 것도 아닌데, 너무 쉽게, 그리고 멀리 나가떨어졌다. 우리가 상상했던 결말이 이처럼 차가웠던가? 아마도 그랬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내가 이으면, 그가 끊는다. 또다시 이으면, 끊는다. 그것도 완전히.
 

그대로 뒤를 돌아 터덜터덜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왔다. 
 

밤하늘이 예쁘다. 갑자기 무슨 개소리야? 여긴 별이 하나도 없네. 서울 하늘은 원래 그래. 그래도 좋다. 까맣기만 한 게 뭐가 좋다고. 그것도 밤하늘이잖아. 개소리.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 밤이 끝나잖아. 집에 안 갈거야? 가기 싫어. 엄마 아빠랑 첫차 타기로 약속했다며. 이 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 안 피곤해? 응. 난 피곤해. 어디 앉을까? 아니. 계속 걸을까? 아니. 그러면? 모르겠어. 왜 몰라? 모르니까.

 

아까 전 문전박대 당한 술집의 앞을 다시 지나칠 때였다. 어떤 악바리가 쩌렁대게 고막을 긁었다. 낯익다. 그 아이의 목소리다.
 

“나는 게이 새끼다!”
 

소스라치듯 귀를 벅벅 문지르며 일어났다. 꿈이었나. 잘 덮고 있던 이불이 침대 바깥에 널브러져 있었다. 방금까지 옆에 그 아이가 누웠다 간 것처럼, 방안에 휘몰아치는 외풍에 온몸이 바싹 식었고, 손가락 끄트머리가 허여멀겋게 질렸다. 얼어 죽을 뻔한 나를 구해주려 했던 것인가? 아직 거기엔 올 때가 아니란 건가? 이럴 거면 이불은 왜 뺏어갔어? 몸서리를 떨어냈다.
 

비몽사몽. 아무래도 약기운이 덜 깼나 보다. 몸도 녹일 겸, 바람도 쐴 겸, 더욱이 현실 분간에 열을 올릴 겸, 담뱃갑을 쥐고 밖으로 나왔다. 담배를 입에 물고서 아직 동이 채 트지 않은 하늘을 의아하다 바라보았다. 일러도 너무 이른 시간 아닌가. 멍하게 불을 붙이고 들이마신 공기가 유난히 매캐했다. 마치 폐 속에 아크릴솜뭉치를 쑤셔 박는 감촉. 기침이 나고, 목이 따끔거려 눈물이 찔끔 맺혔다. 날씨마저 건조하고 춥다. 겨울은 딱 질색인데, 가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는데…. 어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혹독한 계절이 돌아오는구나.
 

그렇게 또 뿔이 솟는다. 나는 사랑을 해서는 안 돼? 아무것도 바라서는 안 돼? 하다못해 생각조차 하면 안 되는 거야? 언제나 내 마음과 반대로 흐르는 거야, 세상은? 주먹을 꽉 쥐어 몸 여기저기를 힘껏 때렸다. 아팠다. 당연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땅바닥이라도 북북 짓이기듯 발을 비벼 찼다. 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항상 이렇지? 원래 피던 담배가 단종되었고,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맛이 바뀌었고, 단골이었던 식당은 문을 닫게 되었으며, 이제 막 맘에 두기 시작한 남자들은 다른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 죽거나 사라지는 것도 있었다.
 

문득 시야 어귀에 초록색 계단 난간이 걸쳐졌다. 표면에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아래로는 닭볏처럼 울퉁삐죽한 고드름도 엉겨 붙었다. 마침, 옥상에 올라가야 할 일이 떠올랐다. 어디에서 물이 새는가? 가는 길에 이르지만 X에게 아침 인사라도 할까? 난간 틈새로 조용히 말을 걸었다. 안녕.
 

눈알이 요동치듯 경련했다. 아마도 눈깔이 뒤집힌 모양이다. 새까만 시야 속에서 평정심을 되찾고자 발버둥 친다.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비추어졌던 수많은 등장인물의 혼절이 떠올랐다. 살면서 그래본 적이 전혀 없어서, 여태껏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알겠다. 지금 내 앞에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태가 펼쳐져 버렸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특히나 취약한 나의 신체는, 차라리 이것을 끊어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 한다는 것을.
 

순식간에 추락하는 시선을 간신히 가누었다. 곧장 균형감각이 돌아왔고, 똑바로 섰다. 황망히 무너져 내린 X의 집을, 직접 면전에 두었다. 
 

그러니까, X가 없다. 집이 있던 자리인데, 집도 없다. 넝마가 된 실망이 제멋대로 뒤엉켜 바람에 너덜거릴 뿐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거미집에 코를 박아 훑었다. 한쪽에서, 이번에는 노란 띠가 듬성듬성 보이는 거무튀튀한 덩어리를 발견했다.
 

그래, X가 있다. 밤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실타래로 감긴 X. 추위에 못 견뎌 희멀건 실오라기 한가득 끌어다가 품에 안은 X. 그러다 뒤엉켜 매달려 버린 X. 얼어 죽은 X. 
 

쯧, 혀를 찼다. 밤바람이 찼나 보구나. 그러니 바닥을 좀 따숩게 덥히지, 그랬누. 그래봤자 늦어버렸다. 방도가 없다. 흐느끼듯 매달린 어깨를 따라 쓰린 속을 들썩이는 무력함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대롱대롱 빙글빙글. 심지로 움켜 감싼 갈색 돌멩이를 바라본다. 그대로 둔다.

 
뿔이 찌른다. 나는 혼자 말하는 사람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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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거미(獨居美)>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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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 단원 / 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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